[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증인이 법정에 출석할 수 없는 사유 또한 가지각색이다.특히 지난번 글(“형사절차의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의 절차 진행”, 본지 2024. 2. 14.자 칼럼)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진술기재서류의 원진술자가 사망하였거나, 소재가 불분명하여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형사재판의 진행은 어떻게 되는가, 언제까지고 헛바퀴를 돌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그대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ㆍ질병ㆍ외국거주ㆍ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하였다.

한 호흡에 읽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이 조문의 핵심은, [형사절차의 큰 축인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함]이다. 일정한 요건이 갖춰진다면 원진술자(=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변호인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예외적으로 진술기재서류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일정한 요건’을 조금만 더 상술하면 ①진술기재서류등(매체의 종류는 문서에 한정되지 않음)에 관하여 ②원진술자(진술을 요하는 자)가 일정한 사유(=사망ㆍ질병ㆍ외국거주ㆍ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법정에서) 진술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여야 하고 ③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른바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 해당 진술기재서류에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특히 ‘증인의 불출석’ 부분에 주목해서, ‘원진술자가 (사망 등)일정한 사유로 진술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위 ②번)’를 보자. 형사소송법 제314조 본문에는 증인이 진술할 수 없는 사유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에 더하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를 두었는데, 이렇게 되면 증인이 출석할 수 없게 된 사유를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에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해석 및 적용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하여, 증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구구절절하고 다양한 이유가 모두 예외로 인정되지 않도록 안배해두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13조는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도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중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도15868 판결 등 참조).]

< 김연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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