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요건 고려 못 했나’… “대기 줄은 늘어나는데”

맥도날드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사용에 나선 제작진. [일요서울]
맥도날드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사용에 나선 제작진.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 기준 맥도날드 키오스크는 2015년 첫 도입됐다. 미국의 키오스크 도입 시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맥도날드는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를 국내 식음료 및 유통 분야를 통틀어 최초 도입했다. 도입하기 전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매뉴얼 부재로 국회로부터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으나,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도입이라는 내용이 각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다만 미국보다 2년이나 늦춰진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각장애인 사용 시 10분 넘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패스트푸드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각장애인, “사용불편 및 주문 지연에 점심·저녁 시간 눈치”
맥도날드, “시각장애인들의 작은 피드백도 소중히 받아들일 것”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및 각종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키오스크 사용이 활성화됐다. 비대면 주문을 위한 최적의 아이템으로 등장한 키오스크 확산에 식음료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주문 받는 직원 수가 줄면서, 인건비 절감과 동시에 회전율 상승의 기대도 불러왔다. 키오스크 도입 매장은 늘었고,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영세 매장까지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게 됐다. 

문제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키오스크 메뉴를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없다는 데서 발생했다. 간혹 음성 안내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나, 직접 보고 고른 메뉴를 읽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 매장 직원을 통해 주문하는 과정을 막아서는 방해물에 불과했다.

앞서 2022년 국회와 언론 등으로부터 도입 시기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맥도날드는 “미국 본사와 기술적 논의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1월 본지에도 “시각장애가 있는 고객을 위한 음성지원기능 도입과 관련 미국 본사와 기술적 논의를 진행 중이며 국내 도입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보다 2년 늦은 지난해 9월 도입

우여곡절 끝에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9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이라는 맥도날드의 언급과 함께 언론들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다만 맥도날드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가 “편리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패스트푸드의 빠른 주문·서비스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 평소 맥도날드를 즐긴다는 서울시 소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A씨의 체험을 담았다.


또 다른 매장의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일요서울]
또 다른 매장의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일요서울]

아래는 A씨와 1문1답.

- 새로 도입된 맥도날드 키오스크 사용 소감은? 
▲ 유튜브를 통해 키오스크 도입을 알고 큰 기대감이 있었으나, 조작하는 어려움이 커서 답답했다. 화살표 모양 및 O/X버튼을 이용해 주문을 선택해야 하는데, 메뉴도 많고 세트메뉴 선택 시 변경 품목도 있어, 일일이 적용하다 보면 10분정도 걸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처음 사용이라도 주문은 가능할까?
▲ 어떤 시각장애인이 도전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체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주문 완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키오스크 버튼감이나 반응속도가 느려 주문에 소모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라. 경우에 따라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데 눈치가 보여서 어찌어찌 주문에 성공하더라도 여러 번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주문까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 주문하면서 테이블오더 기능을 써보려고 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방향키나 기계 조작감이 매우 떨어져 맞는 번호를 눌렀는지, 아닌지 확인이 정말 어려웠다. 버튼 다이얼처럼 테이블 번호를 쉽게 입력할 수 없고 일일이 해당 버튼 위치까지 움직여 입력하다 보니 결국 끝까지 입력하지 못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 키오스크 도입으로 더 불편해진 것은? 
▲ 더 불편해 졌다기보다, 도입 이후 편의기능 개선이나 추가 모니터링 요청이 더 어려워졌다는 인식을 받았다. 유니버셜 디자인을 위해 개발하는 업체도 결국 통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당 키오스크는 애초에 너무 어렵게 만들어진 기계라 실제 시각장애인 실사용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업체 입장에서 추후 시각장애인 항의나 타 기관 모니터링에 대응할 때, 만일 기계 만들어봐야 시각장애인 사용 빈도도 적고 직원 도움만 바라는데 왜 예산 투입을 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많은 식당이나 관공서에서도, 무인주문기나 점자메뉴판 등을 도입해 달라고 부탁하면 “직원들이 잘 도와주고, 인력이 배치돼 해결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이 장애인의 자유권이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생각이다.

-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것은?
▲ 결국 반응 속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메뉴 이름 일부만 들어도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많고, 그게 아니라도 수량을 더하거나 빼는 등 빠른 작업을 할 때 기계가 손으로 누르는 속도에 따라오지 못해 버벅댄 적이 많았다. (반응이) 빨라져야 한다. 버튼을 개선해 누르면 빠르게 반응하는지, 그것을 알아듣고 사용자의 상황 파악이 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반 키오스크의 모습. [일요서울]
일반 키오스크의 모습. [일요서울]

현장 주문 10분 넘어 대기 줄 늘어나

A씨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취재진이 각각 복수의 매장에서 체험에 나섰다. 맥도날드 키오스크 4대 중 보조 장치가 설치된 1대를 찾았다. 이어폰 단자 위치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으면 안내가 시작됐다. 도중에 넘기자 버벅거리면서 잠시 멈추거나 두세 항목이 넘어갔다.

안내대로 단번에 주문에 성공한다면 불편이 덜했겠지만, 뒤로 돌아가려니 더욱 어려웠다. 단순히 방향만 정할 수 있는 상하좌우 조작키만으로 매뉴얼 위치를 알 수 없었고 ‘처음으로’, ‘도움받기’, ‘메뉴선택’ 등으로 움직여 가기에도 조작이 힘들었다. 기기 성능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주문 완료도 어려웠다. 

도입 이후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키오스크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한국맥도날드에 물었으나, 파악되지 못한 상황. 키오스크와 카운트에서의 주문이 구분되는 정도였다. 기존 키오스크에 방향키가 포함된 터치패드와 이어폰 단자를 장착해 시각장애인용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비장애인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아 보였다.

미국에서도 해당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2021년 6월 미연방시각장애인협회(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s Center)가 이를 시험한 바 있다. 유튜브 자료를 토대로 현재 한국맥도날드 키오스크와 거의 동일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키오스크의 이어폰 단자 찾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상하좌우’ 방향키 및 메뉴 선택 방법도 국내 맥도날드 키오스크와 동일했다. A씨 등 시각장애인이 전용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선 요구를 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는 “맥도날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포용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각장애로 인해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매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많은 부서에서 연구 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쳐 해당 기능을 선보이게 됐다”라면서 “본격 도입에 앞서 지난해 7월 시각장애인 단체 대표 4인과 시연 진행 등 실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완성도를 높인 바 있다”고 답했다 

이어 “도입 이후에도 지속 의견을 수렴해 오류 등을 체크하고 있으며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의 작은 피드백도 소중히 받아들여 해당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고객 편의와 접근성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시험 사용에 나선 미연방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가 이어폰 단자를 찾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미국 시각장애인용 키오스크 시험 사용에 나선 미연방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가 이어폰 단자를 찾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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