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당선 3인방’ 윤상현‧김재섭‧김용태, 용산‧친윤 견제 한목소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용태 당선인, 윤 의원,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박상병 시사평론가.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은 4.10 총선 참패로 범야권에 192석을 넘겨주면서, 22대 국회 4년간 입법 난맥상이 예견된 상황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선이 뚫렸고, 그나마 개헌저지선을 사수해 ‘최악은 면했다’는 자평이 나오지만 8석의 내부 이탈표를 단속하지 못하면 개헌‧탄핵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였던 수도권‧비윤계 당선인 그룹은 선거 후 영남‧친윤 탈피와 정부의 국정기조 대전환을 주문하는 등 급진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중대 입법 국면마다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거대 야권진영을 상대해야 하는 여당으로선 힘겹게 확보한 108석조차 화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내우외환에 처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 후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차기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내부 수습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패전 책임론에 주춤한 사이 개혁성향의 수도권 비윤계 인사들이 대거 부각되면서, 여당 권력구도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총선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 122석 중 19석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영남당’ 꼬리표 삭제가 최대 숙원과제로 떠올랐다. 이렇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험지를 사수, 탈환한 중진‧신예 당선인들의 당내 입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안철수(성남 분당갑)‧윤상현(인천 동‧미추홀)‧김재섭(서울 도봉갑)‧김용태(경기 포천‧가평)‧조정훈(서울 마포갑) 당선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수도권‧비윤 색채가 뚜렷한 윤상현‧김재섭‧김용태 당선인은 지난 18일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이번 수도권 선거를 ‘궤멸적 참패’로 규정하며 당정이 전면쇄신에 준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이들 3인방은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국민의힘이 향후 용산 대통령실과 별개 노선을 가져가야 한다는 취지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 결과를 통렬히 반성하는 백서를 만들어 보수 재건의 기틀로 삼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듯 ‘탈용산‧탈친윤‧탈영남’ 등 이른바 3탈(脫) 슬로건을 앞세운 수도권 비윤 인사들이 당 개혁을 매개로 세력화할 경우, 다가올 22대 국회에서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며 입법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수도권 총선에서 이철규‧권성동‧윤한홍 의원 등 친윤 핵심 인사들이 생환했고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전 홍보수석,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 등 용산 출신들도 22대 국회에 대거 합류한 만큼 향후 수도권 비윤계가 당내 역학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장벽이 높다는 분석도 엄존한다. 여권에서는 이러한 ‘친윤 불패’ 양상이 차기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잠정 캐스팅 보트’ 지목되는 수도권 당선인 면면

국민의힘 수도권 당선인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서울의 경우 ▲권영세(용산) ▲김재섭(도봉갑) ▲조정훈(마포갑) ▲나경원(동작을) ▲조은희(서초갑) ▲신동욱(서초을) ▲서명옥(강남갑) ▲박수민(강남을) ▲고동진(강남병) ▲박정훈(송파갑) ▲배현진(송파을) 등 총 11명이다. 그 중 비윤계로 손꼽히는 인사는 나경원‧김재섭 당선인 정도다. 

나 당선인은 지난해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됐으나,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계와 마찰음을 빚으며 권력구도에서 밀려난 바 있다. 이번 총선을 기해 한강벨트 요충지인 동작을 탈환에 성공하며 당내 유력 당권주자로 가파른 입지 상승세를 맞았다. 

다만 나 당선인의 경우 큰 틀에서는 당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용산을 향한 자극성 메시지는 삼가고 있다. 보수권에서 구력 높은 중진인 데다 탈영남‧탈용산을 주장하는 당내 급진적 세력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되는 만큼, 향후 22대 국회에서 야권이 주도하는 입법에 동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평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 [뉴시스]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 [뉴시스]

김재섭 당선인은 개혁신당의 주축인 이준석계와 친분이 두텁고, 개혁보수를 지지하는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야권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힘이 전향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총선 전 시대전환을 이끌다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조 당선인의 경우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엄밀히 따지면 계파논리와 거리가 먼 중도 성향에 가깝다. 이 밖에 현 정권의 심장인 용산을 지켜낸 권영세 당선인과 강남 3구 당선인들은 대체로 친윤계로 분류된다.

경기권의 경우 ▲안철수(성남 분당갑) ▲김은혜(성남 분당을) ▲김성원(동두천‧양주‧연천을) ▲송석준(이천) ▲김용태(포천‧가평) ▲김선교(여주‧양평) 등 6명으로, 그 중 안철수‧김용태 당선인이 비윤계로 꼽힌다. 

안 당선인은 지난해 3.8 전대 당시 ‘친윤 적통’ 슬로건을 앞세운 김기현 후보와 경합 끝에 낙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후 메시지를 비판하거나 쟁점 현안인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표하는 등 용산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나 당선인과 함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당선인은 이준석계인 ‘천하용인’ 핵심 멤버로, 김재섭 당선인과 함께 30대 개혁보수 청년정치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인사다. 그는 총선 후 대통령실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 및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등 반윤(反尹) 노선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배준영(중·강화·옹진) ▲윤상현(동·미추홀을) 등 2명으로, 이들 모두 수도권 보수 불모지에서 지역구 수성에 성공한 개선장군이다. 윤재옥 임시체제에서 사무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배준영 당선인은 외형상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계파색이 비교적 옅다는 평가다. 

윤상현 당선인은 수도권 비윤계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총선 전부터 줄기차게 수도권 위기론과 당정 수평화를 언급하는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용산‧친윤과 각을 세웠다. 총선 이후에는 김용태‧김재섭 당선인과 함께 ‘수도권 정당’ 변모 등 개혁적 메시지를 연신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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