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박은식은 내과의사로,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이다. 호남대안포럼이란 시민단체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태어나 20년간 살았던 광주에 출사표를 던진다. 이유가 뭘까. 광주는 기업들이 외면해 재정자립도가 꼴찌인 곳, 여기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분명 있지만, 유권자들이 주야장천 민주당만 찍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책임이 없을까. “국민의힘에서는 호남 출신으로 중앙에서 인정받은 정치인 중에 광주로 내려오는 분이 없었다.” 그는 말한다. “내 사랑하는 고향이 진보좌파에게는 이용만 당하고, 보수우파에는 버려지는 것이 너무 싫다.” 그렇다고 그가 당장 당선되겠다는 것도 아니다. 39세로 아직 젊은 나이, 이번에 유의미한 득표를 한다면 차기, 혹은 차차기에는 광주에서 당선된 보수정치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당 비대위원이자 역시 의사인 한지아가 비례로 편안하게 국회에 입성하는 동안, 박은식은 광주 동구남구을 지역구를 누비며 한표를 호소했다. 하지만 민심은 냉혹했다. 박은식은 70%를 얻은 민주당 안도걸과 무소속 김성환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더 안타까운 대목은 그가 얻은 득표율, 선거비를 전액 돌려받는 15%는 물론, 절반을 보전해주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8.62%가 그가 올린 성과였으니 말이다. 위장탈당으로 유명한 민형배가 76%로 광주 광산을에서 당선되고,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을 은폐하려 첩보삭제를 지시해 기소된 1952년생 박지원이 전국 최고득표율인 92%로 당선되는 등 이번에도 광주와 호남의 의석은 모두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궁금해진다. 박은식은 4년 후 다시 국민의힘 타이틀을 달고 광주에서 재도전할 수 있을까.

사례 2. 김준혁은 한신대 교수로, 조선의 임금 정조를 연구했다. 이재명의 리더십을 정조에 빗대는 책을 출간하고, 이재명 생가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가 이재명에게 기운을 준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번 총선에서 수원 정에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차은우보다 이재명이 잘생겼다고 해서 공천받은 분도 있으니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그가 궁중에로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유튜브에서 온갖 헛소리를 남발한 게 드러난 것이다. “박정희라고 하는 사람이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들을 상대로 XX을 했다” “이대 총장 김활란이 미군 장교에 학생들 성상납을 시켰다등등, 옮겨 적기에도 어질어질한 말들이었다. 공천 과정에서 국힘 후보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사퇴를 요구했던 게 민주당의 일관된 스탠스였으니, 김준혁도 진작에 공천취소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민주당은 버티기로 일관했고, 덕분에 선거 마지막 열흘간 시사프로는 온통 김준혁의 더러운 말들로 점철됐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김준혁은 민심의 심판을 받기는커녕, 50.86%의 득표율로 여성범죄 전문가 이수정 교수를 물리치고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화제성에서 김준혁에 밀리긴 했지만, 대학생 자녀로 하여금 11억 사기대출을 받게 한 양문석도 안산갑에서 55.62%로 여유있는 승리를 거둔다. 궁금하다. 이런 분들이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인과 언론은 늘 민심을 찬양해 댄다. 총선 다음날 나온 조선일보 사설을 보자. 여기선 오만 불통 , 민심이 심판이란 제목하에, 김건희 여사 특검과 디올백 수수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았고,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수석의 실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것들이 총선에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들 논란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박은식이 광주에서 당선되고, 김준혁이, 그리고 양문석이 낙선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설령 대통령이 오만했다 해도, 다섯 개가 넘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과 2심까지 징역형을 받은 조국이 저리도 높은 지지를 받는 게 옳은가? 표를 신봉하는 정치인들은 저열한 표심도 찬양할 수 있지만, 언론까지 여기에 부화뇌동해 민심은 늘 옳다는 식의 주장을 남발하는 건 볼썽사납다. 작금의 묻지마 지지도 이런 무조건적인 찬양이 낳은 괴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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