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인력·예산 고려한 입법화 필요”
박근혜 커터칼 테러 이후 발의됐던 법안, 재조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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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정치인을 향한 예측 불가의 테러 행위가 지속되자 정치인의 경찰경호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경찰력 및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 현 법안에 의하면 정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은 경찰의 경호대상이 아니지만 지난 1월 이 대표 피습 이후 경찰에서는 ‘주요인사 신변보호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치인 경찰경호 법제화를 두고 “현재 경찰경호는 훈령에 불과한 규칙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입법화를 논의해볼 수 있으나, 인력과 예산이라는 현실적 부분이 고려된 이후에 가능하다”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4.10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인 경호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총선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연달아 발생한 것과 더불어 선거전도 과열된 양상을 보이며 불상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극단 행동에 대비해 정치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경찰력과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정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은 경찰의 경호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주요 인사 경호 대상에는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과 대선 후보가 포함돼 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선거경비통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유세 현장이나 토론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응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월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주요인사 신변보호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주요 정당 대표와 본인 요청이 있는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한시적·법적 근거 모호 “최소한 보호 장치 필요”

현재 정치인 경호는 선거기간에 한시적으로 이뤄지며 법적 근거도 모호한 상황이다. 정치인 혐오가 만연해지는 만큼 거리 유세 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치인이 불특정한 위협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최소한의 보호 장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거 등 공적 차원에서 범죄 예방과 혼란 방지를 목적으로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위험이 예상될 때 경찰력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 법적 근거 마련도 검토해볼 만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의 경호 대상을 모든 정치인으로 넓히는 건 법적 근거나 정당성이 없어 경찰력 낭비 지적을 피할 수 없다”라면서도 “정당 대표나 원내대표 등 최소한의 범주에서 대중이 많이 모이는 특수한 경우에만 요청받아 경찰력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인력·예산 고려해야”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지난달 26일 ‘정치인 피습에 따른 경찰 경호의 입법적 쟁점’ 보고서를 통해 정치인 테러 대응 모색을 위한 ‘요인경호법안’과 ‘경찰경호에 관한 법률안’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쟁점 사항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조사처는 “정치인이경찰경호의 대상에 포섭될 경우, 범위를 설정하기 어렵고 인력 및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입법을 해도 형평성 문제로 인해 거대 정당뿐만 아니라 군소 정당의 정치인까지 경찰이 경호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현재보다 경호의 대상이 확대될 경우, 인력과 예산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심도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일본과 캐나다는 법령상 그 대상에 정치인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일본의 통상선거나 캐나다의 일부 의원이 국가경찰로부터 경호를 받는 사례를 확인할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사처는 끝으로 “한정된 경찰력으로만 정치인을 경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력과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이 고려된 후에 입법화를 논의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커터칼 테러 사건 이후 두 개 법안 발의됐지만...

현재 대통령 경호는 대통령경호법, 그 밖의 주요 인사 경호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따르고 있다. 경찰의 구체적 경호 대상은 경찰청 훈령인 경호규칙, 내부규정에 명시돼 있으나 비공개 정보로 알려져 있다.

실제 경찰경호 대상에 ‘주요 정치인’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차레 발의된 바 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 중 ‘커터칼 테러’를 당하며 정치인 경호 문제가 대두됐었다.

2006년 김정훈 의원이 발의한 ‘요인경호법안’은 ‘정당의 요청이 있는 주요 정당 대표자와 위해가 우려되는 중요 정치인’으로 경호대상을 추가하고자 했고, 2007년 김동철 의원이 발의한 ‘경찰경호에 관한 법률안’은 ‘정당의 대표자 및 위해가 우려되는 중요 정치인으로서 정당 또는 본인의 요청이 있는 자’로 대상을 확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주요 정치인’의 범위가 모호하고, 인력과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당 법안들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조사처는 “현재 주요 인사에 대한 경찰경호는 경찰청 훈령에 불과한 경호규칙에서 정하고 있다”라며 “이는 내부 운용 지침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훈령에 대한 해석도 경찰청장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서 주요 인사 경호에 대한 법률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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