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특징은 명확했다. 인물실종, 정책실종속에 유일하게 남은 게 심판론이다. 이조 심판론보다 정권심판론 바람이 거셌다. 선거를 두고 여의도에서 전해지는 명언중에 아무리 뛰어난 인물도 조직()을 못 이기고 조직이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했다. 아무리 그 말을 곱씹어도 쌀과 보리 그리고 돌을 골라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 이번 바람 총선은 답답하다. 내 지역구에 필요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얼굴 한번 본 적도 없고 보기도 힘들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역대급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여야가 공히 중진 재배지, 자기사람 심는 공천이 횡행했지만 본인이 출마하는 동명도 모르고 선거운동을 하거나, 벼락공천으로 출마지역에 살고 있지 않아서 자신의 지역구에 투표를 못하는 후보들이 속출하는 기현상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역발전을 위해 나선 후보자들이 그 지역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심지어 밥 한번 먹어먹지도 않는 집시형 출마자들이 해당지역 발전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후보자도 안쓰럽지만 유권자들을 ‘X무시하는 공천에 욕이 튀어나올 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야 강경 팬덤층이야 하늘이 두 쪽 나도 1번과 2번을 찍는 묻지마식 투표를 하겠지만 스윙보터 중도층들은 투표하기 난감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싫은데 제3신당은 지지부진이고 투표장에 안나가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나가자니 찍을 후보가 없어 투표가 국민의 권리인데 이젠 스트레스가 됐다.

탈북자 출신 극우성향의 태영호 후보는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많은 구로을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보수 노른자이자 부촌으로 유명한 강남에서 편하게 금뱃지를 달고서 욕심이 더 있어서 재출마했지만 윤건영 후보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험지라서 한 석을 버리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구로에 태어나고 자라서 구로발전을 준비한 여당내 지역 밀착형 출마 준비자들은 속에서 피눈물이 날 것이다.

86운동권 출신인 함운경 마포을 출마자는 군산시장을 포함해 군산에서만 5번을 출마했다. 무소속 4,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에서는 그를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후보의 맞상대로 전략 공천해 운동권 대전을 노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주장한 그를 보면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어떻게 볼지는 뻔하다.

여야 비례대표 정당뿐만 아니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신당 비례대표명단을 보면 더 가관이다. 민주당 위성정당에는 이재명 대표가 비주류의 비주류로 존재할 당시 최대 우군이던 이석기의 통진당(진보당 전신)계열 극좌 인사들이 3명이나 선순위를 받아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다.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 민주·진보 진영 단일화를 통해 윤종오 후보로 결정됐다. 부산 연제구의 노정현 진보당 후보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통진당 계열의 두 사람 모두 여당후보에 맞대결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국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김은정 전 검사는 다분히 검찰 정권을 겨냥한 보복성 공천이다. 게다가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업체 변호로 22억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논란까지 일자 김 후보자는 ‘160억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해 서민들 상식에 맞지 않는 발언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비례대표 6번을 받은 김준형 후보는 12녀 모두 한국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과 상식을 주장한 조국신당 비례대표 후보라는 게 믿기질 않는다. 두 명다 당선권이다. 아무리 봐도 이번 총선에서 투표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권보다는 무효표가 낫고 무효표보다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런데...다짐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것은 어쩔수 없다. <편집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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