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국정감사가 끝나자 내년 4월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선출방식을 놓고 정치권 음직임이 활발해지자 본격적인 4월 재선거 시즌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야권, 반 문재인 진영은 이미 지난 7월에 ‘4월 재선거 시즌은 시작됐다.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결과 서울에서 야당이 다수 당선되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55%)가 여당을 선택한 응답자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야권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21대 총선 대참패이후 침체일로를 계속해온 야권에게는 야당 후보 승리가능은 정말 가뭄에 단비 같았다.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도 야권 지지층들, 특히 유력후보들과 정치실무자들은 하늘이 내린 신탁처럼 '이긴다 이긴다' 주문을 외면서 경선과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후보다. 딱 입맛에 맞는,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감이 없다. 여러 조사 결과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최근 거론되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승리 가능 후보로 거론되지만 이들은 생각이 없다고 한발 뺀다.

국민의힘도 '당 간판 포기는 무책임'이라며 '선 당경선 - 후 야권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범야권 시민후보', '오픈형 경선, 즉 안철수 금태섭 등 반문재인 진영 인사 모두 수용하는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기로 큰 갈래를 잡았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6"정권교체를 위해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아직은 불출마 의지가 더 강하고 유력한 또 하나의 후보인 오세훈 시장은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시장 불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서울시장 출마를 애써 피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선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말한 7월 조사에서 야권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왔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 그리고 잠룡 진영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니 근소한 차이지만 패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리얼미터 등 다수의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조사결과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47%로 부정적인 의견(42%)보다 높다. 서울에서는 국정지지도가 부정적인 의견이 조금 높지만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민주당이 10% 이상 국민의힘보다 높다. 그나마 무당층이 27%로 매우 높은 것이 위안거리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4월 보궐선거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자칭 타칭 대선후보들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서울시장 나가서 이긴다면 당연히 차차기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만약 진다면, 근소한 차이로 져도 진 것은 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도, 차차기도 모두 물 건너간다.

또 하나 걱정거리가 있다. 내년 4월에 당선돼도 다음해인 20226월에는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 보다 3개월 앞서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통령후보가 공천권을 포함한 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공천여부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대선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도 달라지게 돼 당선을 자신할 수 없게 된다.

즉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단 몇 개월 기분 좋고 그 뒤 1년을 노심초사하면서 대선후보만 바라봐야하는 처지가 되는데 섣불리 출마를 결심할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바늘방석에 불과한 서울시장 재선거보다 차라리 안전하게 대선에 승부를 거는 것이 이성적. 합리적 판단일 것이다.

여당도 그렇지만 야권에게는 내년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서울 시장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2022년 대선 승리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곧 2022년 대선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서울시장 후보가 내년 2022년 대선 후보에 도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20226월 지방선거는 재선거도, 보궐선거도 아니다. 정례적인 선거다. 행정공백(30일전 사퇴), 선거비용 낭비도 없다. 그렇다면 내년 4월 당선되는 서울시장 후보가 다음해 대선 도전을 막을 이유가 없다.

특히 야권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연이은 참패로 야권 전체는 깊은 패배의 늪에 빠져있고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은 여권 후보들에 비해 전국적인 인지도나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선급 후보들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1년짜리 시장, 디딤돌 시장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어느 정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고 여권에서도 이를 집중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열세인 야권에서는 지금 서울시민의 관심을 최대한 집중시켜야 한다. 40%대 이하인 보궐선거 특성상, 조직투표에 유능한 여권 지지층보다 중도.반여권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방법은 ‘1년짜리 서울시장이 아니라 대선급 시장선거판으로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

동시에 서울시민,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는 것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경선 룰을 바꿔 노무현 후보를 당 경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박근혜 당 대표를 이기지 못했다면 대선승리는 불가능했다.

만약 대선도전 불가족쇄를 푼다면 대선급 주자들이 앞 다퉈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것이다. 어짜피 2022년 대선후보는 새로운 경선을 통해 정해진다. 윤석렬이든 누구든 그때 가서 경선해 후보를 정하면 된다. 지금 가장 분명한 것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