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 접속자 수 증가로 일시 마비
지난해 8월 수사 착수한 공수처 13개월째 표류 중
정국은 여전히 도돌이표, 입법 강행→거부권 공식 반복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4.07.17. [뉴시스]
해병대 예비역 단체원들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4.07.17.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해병 1292기 동기들이 26일 전역한다. 그간 채상병 사망 사건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야당은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여당은 야당이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 공세에 이용한다고 맞섰다. 정치권의 도돌이표 정국이 이어졌다. 
 
채 상병 어머니 A씨는 지난 25일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렸다. A씨는 "아들이 입대하던 날이 기억나는구나.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하여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입대 날(3.27) 주마등처럼 스치는구나. 엄마는 매번 아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백 번하며 지낸단다"고 말했다.

A씨는 "아들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 아들이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미리 숙소 예약하고 아들 만나서 아빠랑 내려올 텐데...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만들어 놓고 또는 어느 음식점을 가서 먹을지 여러 군데 검색을 했을 텐데"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 책임자를 밝혀달라 엄마가 냈던 이의 신청도 감감무소식이라서 답답하기만 하단다"며 "지금도 엄마가 이해할수 없는건 안전장비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투입지시를 하시 말았어야지 왜 왜 !!! 구멍조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 지시를 했는지??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를 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을 하여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되었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를 할 수도 없고, 용서가 안된다"고 적었다. 

채상병의 전역 예정일인 26일 유족회 홈페이지는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를 겪다 1시간여 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유족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갑자기 접속자 수가 폭증하는 바람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의 편지 전문은 유족회 홈페이지 '별님에게 쓰는 편지'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한 뒤 13개월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욱 전 공수처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 지연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김 전 처장은 "공수처 수사를 두고 일부 일부러 질질 끄는 것 같다. 왜 빨리 결과를 안 내놓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제가 공수처 조직을 이끌어본 입장에서 경험을 말씀드리면 현재는 그런 여건이 아니다"며 "휴일에도 나와서 계속하고 돌아가고 있는데 수사 범위는 넓어지고 인원은 없어서 힘겹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의혹의 빠른 해소를 위해서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도 할 수 있다"면서도 "공수처가 생긴 이상 공수처의 인력과 권한을 보강을 해서 앞으로는 특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법 개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국회도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은 야당의 강행 처리→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서 부결 공식이 이어졌다. 

그간 해병대원 특검법의 최대 변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3차 추천 특검법 제안이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한 대표는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3일 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한 제3자 추천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되 야당이 후보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는 비토 권한을 가지는 것이 골자다. 이에 한 대표는 "제 입장은 그대로"라고 밝혔지만, 당내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 1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3일 해병대원 특검법을 두고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공수처가 이미 수사 중이어서 민주당이 강행 설치한 공수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3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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