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만찬 앞두고 대통령실 측 韓 독대 요청에 완곡히 거절의사 표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좌), 윤석열 대통령(우)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좌), 윤석열 대통령(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전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 갈등설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한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며 일단 한발짝 물러선 상황이나, 당정 간 갈등기류가 증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특검, 의대정원 확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여당의 스탠스에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번 독대 거절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처세라는 풀이가 나온다.

대통령실 측은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에게 윤-한 독대와 관련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만찬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며 지도부를 격려하는 정도의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에둘러 거부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여권에서는 당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대표가 2026년도 의대정원 확대 유예를 주장하자 만찬은 잠정 연기됐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지도부 출범 후 국민의힘 연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독대 무산이 당대 갈등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정관계는 이미 의대 증원 이슈를 놓고 추석 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윤 대통령의) 이번 독대 거부는 한동훈 당 대표를 향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당정 엇박에 불편한 목소리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윤(친윤석열)계 여당 의원은 본지에 지금 나오는 뉴스들만 봐도 죄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을 의대정원, 독대로 압박하는 내용 일색이라며 여당의 역할은 대통령실과 정부의 국정을 보좌하는 것이지 자기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반면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에선 한 대표가 민심 눈높이에 맞춘 당 운영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는 모양새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

결국 이날 만찬은 한 대표 공약인 제3자 방식 김건희 특검, 의대정원 확대 재논의 등 알맹이가 빠진 형식적 빈손 회동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대표는 당정의 최대 난제인 의료대란 봉합을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승부수를 꺼내들었지만, 정부가 내년도 의대정원 확대 방침을 고수하면서 의료계 핵심과의 협상 카드가 무산됐다. 이와 반대로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이미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가 확고한 마당에 한 대표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인식도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날 독대 불발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에게 향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로선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고, 윤 대통령은 수직적 당정관계에 매몰돼 있다는 부정여론에 노출될 수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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