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단일화 앞둔 부산서 민주 후보 흠집내기
민주, 혁신당 호남 '이삭줍기' 저격  

(왼쪽부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전에 나섰다. 양당은 호남과 부산에서 상대당 후보 '흠집내기'에 집중했다. 22대 총선 당시 일을 비판하는 감정적인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우당(友黨) 관계를 강조한 양당은 연일 상대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제공격 나선 조국혁신당 
이번 재보선은 선거 지역에 따라 판이한 양상을 보인다. 야권의 텃밭인 전남 영광·곡성군수 선거는 도전자인 혁신당에 맞서는 민주당의 수성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여권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는 범야권의 단일화 불씨가 남아있는 가운데 민주당·국민의힘·혁신당의 3자 구도 펼쳐졌다. 

특히 혁신당은 2026년 지방선거 교두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당 의원 전원이 비례대표인 혁신당은 지역 기반 마련이 지상과제다 22대 총선 당시 지역별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승산이 없는 편도 아니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22.47%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0.84%)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금정구도 혁신당(21.63%), 민주연합(18.72%)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전남도 혁신당이 43.97%의 득표율로 39.88%를 기록한 민주연합을 앞섰다. 재보선 지역인 영광(민주연합 40.14%·혁신당 39.46%), 곡성(민주연합 41.13%·혁신당 39.88%)은 민주당의 근소 우위가 관측됐다. 

혁신당은 부산에서 혁신당 후보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전남에서 민주당의 대안론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렇다 보니 혁신당은 선제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나서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김경지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매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김 후보는 전에도 두 번 도전했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오기 힘든 후보라고 본다"며 범야권의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황명선 재보선 지원단장은 지난 13일과 입장문을 내고 "(조 대표는) 김 후보가 두 번 도전했다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며, 마치 두 번 낙선한 듯한 사실왜곡으로 김 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에 대해 신속하고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본선에 출마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황 단장은 "재보궐선거 올인을 선언하고 마음이 급한 것은 알겠으나, 부도덕한 행위로 징계대상이던 민주당 후보를 이삭줍기한 데 이어 네거티브 공세까지 하는 것은 참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을 탈당한 장현 영광군수 후보를 공천한 혁신당의 행보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민비조'를 외치며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쇄빙선'을 자임했던 초심을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의 유감 표명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김 후보에 대한 조 대표의 발언은 왜곡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 후보가) 범죄 경력자를 경선에 참여시키려는 중앙당 처사에 항의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당한 것을 '부도덕한 행위'라고 했다"며 "민주당 후보의 흠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범죄 경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게 '팩트'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전과기록을 지적한 셈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지민비조' 말씀을 하셨던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지자들을 향해 혁신당에 표를 주지 말라는 의미의 '몰빵론'을 주장한 것으로 안다. 주요 당직자들은 선거운동 현장에 양 손에 빵 하나씩을 들고 나타난 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혁신당에 '지민비조' 하라는 말씀은, 혁신당에 앞으로도 지역 선거에는 나설 생각은 말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 단장은 지난 14일 거듭 논평을 내고 "'지민비조'는 혁신당이 지난 총선 당시 국민께 반복해 약속했던 구호다. 민주당이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한 번 써먹었으니 끝인가"라며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혁신당의 전략이라면, 차라리 솔직하고 떳떳하게 바뀐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반박했다. 

민주 "혁신당, 쇄빙선 내려서 동네 선거하나?" 
양당은 상대당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인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민주당의 주장과 행보를 두고 "민주당답지 못하고, 민주적 원리에도 반하고,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기득권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적한 이삭줍기 비판에는 "매우 부적절하고 저급한 표현”이라며 “우린 저급하게 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이삭줍기 비판이 나오자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민주당이 DJ 이후에 키웠느냐, 아직도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다. 그것은 실은 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냐. 혁신당과 민주당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오히려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반박에 나섰다. 호남지역 안배로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참석 첫날인 지난 20일 황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논평이 아니라, 혁신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 행한 믿지 못할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조 대표가 본인의 고향인 부산은 내팽개치고 엉뚱하게 민주당의 본산인 전남에서 스스로 큰집이라고 칭했던 민주당을 상대로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향해서 야심차게 혁신당을 창당한 조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네거티브를 서슴지 않는 조 대표가 모두 동일인임은 분명한데 어느 조국이 진짜 조국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규원 혁신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내고 "혁신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람 인(人)처럼 서로 기대고 힘이 되는 관계'라고 말씀하신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서 이 대변인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불참한 혁신당 의원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보궐' 단체방에 "쇄빙선 내려서 동네 선거하나? 부끄럽다 지방의원인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의도적인 '잔기술'이 아니길 바란다. 아울러, 두 명의 군수를 뽑는 선거를 '동네 선거'라고 폄하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게다가 혁신당 의원들에 대해 '지방의원이냐'는 표현까지 썼다. '지방의원'이라는 표현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목숨을 건 단식투쟁 끝에 쟁취해 낸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야권 한 관계자는 지난달 본지에 "양당의 네거티브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수위다. 양당 대표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 돌이킬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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