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난 9월 24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소위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두 번째, 채상병 특검법은 벌써 세 번째다. 야당의 의석수가 훨씬 많으니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이겠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한지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무산될 확률이 높다.
민주당 박성준 부대표는 “만약 통과되지 않으면 11월이든 12월이든 또 할 것이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희한한 일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 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은 ‘경제가 어렵다’ ‘민생이 죽어간다’며 총리를 닦달하던데, 영부인을 특검하고 또 채상병 수사외압 여부를 조사하면 민생이 살아나기라도 한단 말인가?
더구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은 처벌할 법안이 없어서 검찰은 물론 권익위도 ‘무혐의’를 내린 사건, 오죽하면 박성재 법무장관이 ‘왜 처벌 안하냐’고 따지던 전현희 의원에게 “입법을 해주시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특검 아니라 특검 할아버지를 동원한다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일 텐데, 민주당은 비슷한 내용의 특검법 발의를 반복하고 있다. 정 영부인 처벌이 목표라면 ‘영부인은 콩 한 쪽만 받아도 중형에 처하며,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법안이라도 만들고 특검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소급적용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지만, 이런 사소한 위반에 신경을 쓰는 건 민주당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얼마 전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친일 인사 공직 임명 방지법'을 보라. 대통령 추천 3명, 대법원장 추천 3명, 국회 추천 5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과반수 (6명)로 ‘친일행위’라고 인정하면 행위 당사자가 이 땅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못하게 된다는 게 그 내용,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도 상충하지만, 결정적인 대목은 소급적용까지 된다는 점이다.
이때만 그랬던 건 아니다.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가 드러난 2021년 3월, 민주당은 다음과 같은 법안을 논의했다. ‘공직자가 내부정보로 투기를 했다면, 과거의 거래라도 법을 소급해서 이익을 몰수한다’는 내용, 당시 이낙연 전 총리는 ‘반드시 소급적용을 관철하겠다’며 투쟁의지를 불살랐다. 그런 역사가 있는 민주당이니만큼, 영부인 특별법을 만들고 소급적용까지 시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포함되는 게 마음에 걸리겠지만, 개딸이 주축이 된 국민은 한목소리로 민주당의 진정성을 치하할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자는 것인데, 외압이고 뭐고 간에 임 사단장은 이미 경찰에 넘겨져 수사를 받았고, ‘혐의가 없어서 불송치’됐다. 군 사망사건을 경찰이 조사하도록 법을 바꾼 바로 민주당, 그렇다면 이제 이 이슈는 그만 좀 우려먹어도 될 것 같은데, 민주당은 당최 포기를 모른다. 혹시 민주당이 수사외압에 대해서만큼은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진정성을 보여주자. 조사가 미진했던, 과거 수사외압 사례들을 모조리 포함시키면 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역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 그녀는 라임 사태 당시 청와대 행정관 개입이 드러나는 등 전황이 불리해지자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 ‘민생 중심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직제 개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수만 명의 개미가 증권사의 사기행각으로 전 재산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생이 어디 있을까?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서 한사코 결재를 안해줬던, 당시 중앙지검장이자 현 조국혁신당 의원인 이성윤도 포함시켜야 하고, 이재명이 연루된 성남FC 사건 수사를 방해함으로써 의로운 검사가 사표를 던지게 만든, 당시 지청장이자 현 조국혁신당 의원인 박은정도 넣는 게 좋겠다. 너무 남의 당만 대상으로 하는 게 미안하면, 민주당 분들도 포함시키면 된다.
예컨대 금융비리 조사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이정섭 검사가 대북송금 사건에 배정되자마자 탄핵해버린 건 누가봐도 수사외압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민주당 168명이 서명했으니, 이들 모두를 특검대상에 올리자.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했으니 부당한 외압임이 드러난 것 아닌가? 민주당이 새로 만든 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문재인을 수사하는 검사도 탄핵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니, 이들도 포함시켜야 하는 건 물론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행법으로도 이들을 처벌할 수 있기에, 소급적용으로 인한 위헌논란이 제기될 일이 없다는 것, 이 정도만 해준다면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수십번 발의해도 욕할 국민이 없을 것 같다. 민주당 여러분, 당신의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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