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용산과의 노선 차별화보다 尹 국정운영 협조에 방점 둬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사진)이 본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김동현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사진)이 본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김동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 7.23 전당대회로 국민의힘 지도부에 3번째 입성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여당 핵심 전략자산으로 손꼽히는 인사다. 당에서는 정국 진단과 여론전에 능한 그를 대야 최전방 공격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정을 향한 거대 야당의 공세 수위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의 촌철살인과 전략성을 향한 여권의 수요가 지난 전대에서 재확인됐다는 평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지난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전략통’ 김 최고를 만나 극한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정이 취해야 할 전략노선과 당 안팎의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김 최고와의 일문일답.

- 당 전략가로서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가져가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정부와 함께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이지 않나. 당정관계에 입각해서 말씀드리면, ‘1호 당원’인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적극 협력해 국정을 주도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까 여당의 운명이야 어떻게 보면 대통령 국정수행과 동행한다고 볼 수 있고, 그 성과에 따라 전국구 선거 승패도 갈리게 돼 있다. 여당으로서 국정을 주도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주도는커녕 야당이 180석을 넘어가니까 방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 야당은 교도소에 가야 할 이재명‧조국 당대표의 신변 보호가 급선무니까 기괴한 국정 발목잡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당은 야당의 국정마비 시도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국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 국힘 지도부에 재합류하며 명실상부 당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거듭났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 임하게 된 경위와 향후 최고위 활동 구상은.

지난 총선 참패로 당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지고, 나아가 공포감에 휘둘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힘 지지자들이나 당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는 좀 희생적으로 앞장서서 야당 공세에 방어도 하고 반격도 하면서 정국을 헤쳐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년 넘게 우리 당에 머무르면서 정치를 한 입장에서, ‘내가 선봉에 서는 역할을 좀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최고위원 선거에 임하게 됐다. 아직 성과는 미진하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

- 최근 취임 한 달을 맞은 한동훈 당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보나. 

한동훈 대표가 기본적으로 민심을 존중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려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우리 당이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한 상태임에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좋은 당 대표라고 본다. 우리 당이 처한 현실이 엄중한 만큼 앞으로도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용산의 국정운영과 적극 합을 맞춘다면 더 좋은 국정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나. 

- 전당대회 전후로 정치권에선 김 최고를 친윤으로 분류하는 시각과 함께 친한계 견제 일선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실제로 (당내 계파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으로 편 가르기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또 그 것이 유효한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당 운영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당은 용산의 국정운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당이 윤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차별화에 나선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민심 역풍을 맞지 않겠나. 국민들은 정치세력의 내부 다툼을 가장 싫어한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내부에서 주도한 결과가 어땠나. 탄핵을 주도했던 그들은 대통령과 차별화로 정치적 활로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지금 우리 당은 그런 역사적 과정을 교훈 삼아 친윤‧친한으로 갈라지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 최근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유예안을 낸 한동훈 대표가 ‘조마조마하다’는 취지를 언급한 바 있다. 의대정원 이슈로 당정갈등 뇌관을 건드렸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한동훈 대표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당내 의견이 한 데 모아지지는 않았다. 당장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동의하지 않았잖나. 이렇다 보니 정부 기조와 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제안할 만 했다고 본다. 다만 이런 상황을 조율하자고 고위 당정회의를 하는 것인데, 당정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것이 언론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내부 분란이 있는 것처럼 확대해석 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 총선백서 발간을 앞두고 있는데, 당내 백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나.

이미 선거 전후로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된 부분이라 김 다 빠진 내용인데, 언론에서 한 번 언급되고 말 일 아닌가. 

김재원 국힘 최고(사진)가 일요서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김재원 국힘 최고(사진)가 일요서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 윤 대통령의 4대(연금·의료·노동·재정) 개혁, 저출산 어젠다에 대한 견해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역대 정권이 대부분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분야다.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선제 도입 후 과반 득표율로 당선된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런 그도 연금개혁 만큼은 쉽지 않았고, 공무원으로 한정해 개혁을 단행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정부의 노동개혁, 교육개혁도 성과가 뚜렷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거기에 의료개혁까지 얹어서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도 그게 어려운 줄 알고 인기가 없을 걸 알면서도 4대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의료개혁의 경우 추진 과정에서 불편한 상황들이 나오니까 대통령께서도 이를 우려해 국정 브리핑을 한 것 아니겠나. 앞으로 이러한 대국민 소통을 이어가며 난제를 조율하고 풀어갔으면 한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1심을 앞두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이후 정국 관측을 해보자면.

‘사법리스크’가 아니고 그냥 ‘사법처리 대상’이다. 당연히 이재명 대표는 교도소로 가야 한다. 이 대표가 10월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으니까 초조한지 자꾸 헛것이 보여서 ‘계엄령’을 언급하는데, 사실은 이 대표의 여러 혐의에 대한 형사처벌은 예정된 수순이자 확실한 미래이지 리스크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어떻게든 재판을 미루려고 하는 게 아닌가. 죄가 없다면 왜 재판을 미루겠나. 특히 선거법 위반 사건은 6개월 이내에 대법원까지 선고하게 돼 있는데 지금 2년이나 미뤄지지 않았나. 이 사건은 내달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정상적인 재판부라면 당선 무효형을 선고할 것이다. 위증교사 혐의도 피선거권 박탈에 준하는 실형을 받지 않겠나. 

그러면 제아무리 이재명 일극체제라고 해도 권력 누수는 불가피하다. 유죄 선고 시 이재명 한 사람의 낙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민주당도 434억 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물어내야 한다. 내년 중으로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 선고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면 이 대표의 차기 대권행도 어렵지 않겠나.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분위기를 다 아니까 ‘3김(김동연‧김경수‧김부겸)’ 얘기가 나오지 않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문수 노동장관 임명에 대한 야당의 뉴라이트‧친일 공세가 거센데.

마치 자기가 친일파 척결에 나서는 독립군처럼 행세하는 야당 정치인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친일이 어디있나.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우리 당의 일부 인사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야당 인사들을 보면 가련할 지경이다. 대응할 일말의 가치도 근거도 없는 일이다. 

제가 알기로는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안병직 서울대 교수이고, 다른 한 분은 우리 당 신지호 전략부총장이다. 그런데 야당은 뜬금없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라고 덮어씌우고 있다. 그냥 아무나 잡고 뉴라이트니 친일파니 무턱대고 매도하는 수준이다. 그런 근거도 의미도 없는 주장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나. 

- 현 정국을 바라보는 TK(대구‧경북) 당심과 민심은 어떤가.

선거 때가 되면 여권 정치인들이 TK에 와서 표를 얻기 위해 ‘보수의 심장’, ‘낙동강 방어선’을 언급한다. 그리고 실제로 보수 정치인들을 아낌없이 돌봐줬고 후원한 TK는 보수정권의 산실이자 보수의 심장이다.

그런데 선거 시즌이면 TK를 마치 2류 국민으로 치부하며 ‘영남당 탈피’를 거론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이런 주장에 분노하는 민심이 많다. TK는 국민의힘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TK를 향해 ‘꼴보수’라는 말까지 해가면서 비난하거나 물러나라며 멸시하는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

TK 당원들 중에는 수도권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니 그에 맞게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당이 TK에 대해서는 보다 겸허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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