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갈등에 시공사 압류까지… 결국 ‘대위변제’로 해결 실마리

리안월드는 들어설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70~80% 공정률을 보이던 리안월드가 아직 준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시공사가 압류까지 당하면서 대위변제에 나섰고, 확보 지분에 대한 공매까지 진행하게 된 사연을 들여다 봤다. 사진은 리안월드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리안월드는 들어설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70~80% 공정률을 보이던 리안월드가 아직 준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시공사가 압류까지 당하면서 대위변제에 나섰고, 확보 지분에 대한 공매까지 진행하게 된 사연을 들여다 봤다. 사진은 리안월드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매음리. 이 자리에는 이르면 지난해 세계 최고 수질의 대규모 온천단지 ‘리안월드’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 문제로 공사가 끊임없이 지연되어오다 현재는 소송전으로 중단위기에까지 놓였다. 불과 2~3년 사이에 시행사도 시공사도 수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온천단지 수분양자들은 준공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는 달리 리안월드는 준공은 미뤄진 상황. 수분양자사이의 갈등이 해를 거듭하면서 세계 최대 온천단지를 기대하던 인천시민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결국 현재의 시공사가 대위변제까지 나선 상황. 과연 리안월드는 들어설 수 있을까.

2019년, “600명 이상이 초조하게 온천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4년, 수분양자 갈등에 압류까지 당한 시공사 해결책 찾아나서

2019년 1월, 당시 인천시청이 운영하던 ‘열린시장실’ 게시판에는 수차례 유사한 민원이 올라왔다. 강화군 석모도의 온천단지개발을 위해 온천승인을 요청하는 글이었다. 복수의 민원 내용을 종합해보면, 결국은 리안월드 예정지에 온천개발을 허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지역에 온천이 들어설 것을 예정하고 분양받은 이들의 글로 추정된다. 

해당 글은 “인천시장님과 온천담당자님께 올립니다. 석모도 온천에 관심이 많아 리안월드를 계약한 계약자입니다. 석모도 온천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고도 남을 가치를 소유하고 있기에 저 개인에게도 행복한 선택이지만 강화군 인천시 대한민국에(도) 큰 미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바 조속한 시일에 온천승인이 나기를 간곡히 청원드립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리안월드 계약자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600명이상이 초조하게 온천승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석모도의 온천이 강화군이나 인천시에서도 명물이 되어 세계 속의 온천명소가 되기를 바라며 시장님과 온천 담당자님께 다시 한 번 청원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바람 속에 당시 인천시는 가능성을 엿보았고, 그 해 승인이 떨어졌다. 리안월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유명 연예인이 홍보모델로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기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리안월드 온천단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준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수분양자 사이 갈등이 극에 달해서다. 일부는 어떻게든 준공을 마무리 짓고 입주하자는 계획이지만, 일부는 책임준공을 언급한 시공사가 알아서 마무리 지으라는 입장. 

시공사 ‘대위변제’로 팔 걷어 부친 이유는?

‘준공을 마무리 짓자’는 측은 이른바 준공대책위원회(준대위)로, 자신들의 밀린 대출금 이자 갚기에 나섰다. 반면 리안월드 핫스프링빌리지 계약자 협의회(협의회)는 이자 상환을 미뤄오던 상황. 그러던 중 시공사가 남은 채무를 대신 갚으면서 분양권 일부를 확보하고 이에 대한 공매에 나섰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한 수분양자는 지난 8일 취재진에게 “공사가 미뤄지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압류까지 당했다”라면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대위변제에 나섰고, 지난해 12월30일을 기점으로 남은 채무 205억 원의 상환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압류를 당한 이유는 시공사가 해당 사업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인이기 때문. 

지난해 8월 촬영한 리안월드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지난해 8월 촬영한 리안월드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압류까지 당한 상태에서 기일 연기가 거듭될수록 시공사 손실 규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공사로서는 멈춰버린 공사를 마무리 짓고, 준공을 어떻게든 이끌어 내야한다. 결국 압류 잔금 205억 원에 이자까지 총 214억 원을 갚으면서 협의회 측 채권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 분야 인건비는 전년 대비 약 2배 가까이 상승했고, 자제비 등도 급등하면서 시공비가 150%~200% 상승한 상태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및 각종 건설 공사의 중단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말년 편하게 보내려고 온천에 투자했는데”

이에 시공사는 대위변제로 확보한 리안월드 채권(분양분)의 공매에 나섰다. 자금회수를 통해 공사비도 마련해야 한다. 협의회 측은 ‘가처분’ 등으로 저지에 나섰지만, 이미 금융기관에 압류당한 시공사의 적자가 늘고 손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시공사가 살기 위해서라도 공매로 자금을 확보하고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

취재진이 처음 취재에 나섰던 지난해 7~8월, 당시 본지는 (제 1528호 참조) “갈등 해소가 리안월드의 준공을 앞당기고 세계 최고 수질의 온천단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꿔 말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온천단지 탄생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준공을 둘러싼 수분양자 간의 갈등 해소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 갈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결국 압류까지 당했던 시공사는 자금회수와 함께 공사 마무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또 한 번 막아선 협의회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해당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당시 한 수분양자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는 취재진에게 “나는 이미 70대 후반인데, 여기 투자해서 분양받은 분들 대부분 연세가 많다”라면서 “퇴직하고 여유자금으로 온천 개발을 기대하면서 투자한 분도 있지만, 말년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재산을 다 걸고 오신 분도 많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인천시가 승인하면 빨리 온천이 운영되고, 그러면 좀 더 편한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투자했는데...”라면서 “이렇게까지 분양자들끼리 갈등을 겪고 공사도 미뤄지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준공 기일이 지체되면서 일부 지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분양자도 있고, 지병 치료를 위해 갈등의 자리로부터 조금 멀어져 간 분양자도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은 속히 갈등을 해소하고 하루빨리 온천단지가 들어서길 바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촬영한 리안월드 공사 현장 입구. [이창환 기자]
지난해 촬영한 리안월드 공사 현장 입구.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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