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30분까지 18시간 30분 동안 응급실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내건 공고다. 충북대병원은 충북 유일의 대형병원, 규모가 작은 병원의 응급실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았다는 건 해당 지역 응급의료가 마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각각 휴가와 병가를 떠나서였다. 남은 4명의 인원만 가지고 응급실을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충북대병원은 하루 동안 응급실 문을 닫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 중인 전문의는 곧 복귀한다지만, 병가를 낸 이가 연말까지 쭉 휴직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해당 전문의가 몸이 아프게 된 것도 올 2월부터 전공의 (수련의)가 이탈해 전문의들 (주로 교수)의 업무가 과중해진 탓일 것, 당연히 이 사태는 비단 충북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 천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에는 8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716일 하루 동안 응급실이 셧다운되는 등 응급의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응급환자들은 천안의 또 다른 대형병원인 단국대병원으로 몰렸지만, 그곳 역시 전문의 6명 중 한 명이 병가에 들어간 탓에 늘어난 환자를 받을 수가 없었단다. ‘당분간천안과 그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밤에는 절대 아프지 마세요라는 긴급명령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윗줄에서 따옴표 처리한 당분간이란 단어는 팩트일까. 즉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천안의 응급실 운영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대통령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순천향대 응급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분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려할 만한 케이스는 아니다. 이 사안은 의사들 처우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순천향대 병원에 한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월 현장을 떠난 전공의 중 복귀한 이는 거의 없다. 설령 일부가 돌아온다 해도 그건 인기과에 국한할 뿐,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소위 필수과 전공의들은 다른 길을 찾을 확률이 더 높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인력난으로 응급진료를 축소한 대형병원이 다섯 곳이나 되는 것은 이 때문인데, 이 수치 또한 응급의학과가 아닌 교수들, 심지어 병원장들까지 당직을 서며 버텨낸 결과, 이런 추세라면 전국적인 응급대란이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수련병원의 전문의 사직률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응급의학과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지난 87일 정부 브리핑에 의하면 군의관을 응급 의료 쪽에 핀셋 배치할 것이란다. 하지만 군의관 중 배치 가능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다섯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을 민간 병원에 투입된다면, 군부대 내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은 대체 누가 지킬까?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 여기에 관해 환자를 버리고 자기 이익만 취하려 든다며 의사들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지난 7개월간의 경험은 그래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이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할 이는 결국 이 사태를 시작한 정부, 그중에서도 대통령이니 말이다.

하지만 의료개혁의 기치를 내걸며 의사들과 싸움에 앞장섰던 대통령은 언제부터인가 의료문제에 대해 언급을 안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626,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2천명 증원을 결정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기재부에 몸담은 이가 대체 무슨 전문성이 있다고 그런 중대한 결정을 했을까?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희생양 삼아 출구전략을 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대통령이 어서 빨리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의료는 무너지고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회복은 불가능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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