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의 명재상 관중(管仲)은 부국강병책의 일환으로 이렇게 말했다.

“일년 계획에는 곡식을 심는 것만한 것이 없고(一年之計 莫如樹穀·일년지계 막여수곡), 10년 계획에는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十年之計 莫如樹木·십년지계 막여수목), 평생 계획에는 사람을 키우는 것만한 것이 없다(終身之計 莫如樹人·종신지계 막여수인).”

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려면 그 나라 어린이의 눈동자와 산을 보라고 했다. 전자는 그 나라 교육을 보라는 것이고, 후자는 그 나라 국민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3%가 산림인 세계 4위의 산림 국가로 산림의 공익 가치는 국가 전체 GDP의 13.3%에 해당하며, 연간 259조 원에 이른다.

1950년대 초반 한국의 산림은 사막 같은 민둥산을 떠올릴 정도로 최악이었다. 일제의 자원수탈과 광복 이후 6.25 전쟁 등 혼란기를 틈타 도·남벌이 횡행하면서 우리 산림은 극도로 황폐해졌다. 국토의 3분의 2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가 정상 운영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나무심기 정신’으로 경제를 부흥시켜 새 역사를 창조했다. 산림녹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는 1964년 12월 서독 방문을 마치고 산림 관계자들에게 한 “우리는 언제 독일처럼 될 수 있는가! 우리 산이 푸르게 될 때까지 다시 유럽 땅을 밟지 않겠다.”는 말 속에 잘 배어 있다.

일제가 1907년부터 50차례나 시도했다가 실패한 산림녹화를 박 대통령은 불굴의 초인적 의지로 성공시켰다. 그는 1973년부터 본격적인 산림녹화에 들어갔다. ‘국토녹화 10개년 계획’(1973~1982)을 세워 산림법을 제정하고 산림청을 발족시키는 등 산림녹화 기반을 다졌다. 64년에는 35개 도시에 민수용 연탄을 공급하면서 산림자원의 땔감 사용을 금지했다.

박 대통령은 산림녹화에 관해서는 당대의 최고 전문가였다. ‘추풍령식 조림’(임도·林道를 횡으로 내도록 한 처방)과 ‘소에게 생풀 먹이기 운동’, ‘농가 아궁이 개량사업’, ‘낙엽채취 금지령’은 모두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세계식량기구(FAO)는 독일, 영국,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을 세계 4대 조림 성공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적 환경 권위자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은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작이며, 박정희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기적’은 산림녹화가 병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박정희의 고도성장정책과 새마을운동을 도입하여 G2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박정희 모델 중 배워가지 못한 것이 바로 산림녹화이다. 산림녹화가 안 된 상태에서의 산업화는 곧 재앙이 되어 중국 천지를 사막화시키고 있다. 덩샤오핑이 결코 박정희와 비견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산림녹화와 더불어 성공한 대표적인 정책이 그린벨트 지정이다. 우리나라 그린벨트는 우리보다 먼저 제도화된 영국과 일본보다도 더 잘 보존되어 왔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주변 자연환경 보호, 국가 안보상 도시개발을 제한할 필요성 등의 목적으로 서울 주변과 지방 대도시 등에 지정 관리 중이며, 전체 규모만 5,397㎢로 전국토의 5.45%에 달한다.

그린벨트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성공한 자연환경보전 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고, 박정희 대통령은 ‘후세에 찬란한 자연유산을 물려준 지도자’로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8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마련하고,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토지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번 훼손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전례도 보장도 없고, 정부의 이번 발표는 강남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칫 새로운 ‘투기 붐’만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잘 가꿔 넘겨줘야 할 ‘국가 자산’이다. 이를 대대적으로 훼손한다면 도시 주변의 환경오염은 물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 규범에도 역행하는 것이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지정한 그린벨트 정책은 ‘지속 가능한 나라’를 위해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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