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에너지공사 내부가 위태롭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사업인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마곡 열병합발전소)' 사업권을 사실상 빼앗긴 가운데 임기가 남은 사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노조도 서울 시청 앞에서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사의 존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본사에는 지난 8일 현재 '민간투자 특혜 의혹 민영화의 수순이냐! 짜맞추기 용역 결과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일요서울]
서울에너지공사 본사에는 지난 8일 현재 '민간투자 특혜 의혹 민영화의 수순이냐! 짜맞추기 용역 결과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일요서울]

서울에너지공사는 수년 전부터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복합화력 발전설비(285MW, 190Gcal/h)와 지역난방 공급설비(68Gcal/h, 1기)를 건설하는 공사다. 강서·마곡 지역 공공주택 7만3000여 가구와 업무 및 공공시설 425개소에 집단에너지(열)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 노조, 법적의무도 없는 타당성 용역 실시

하지만 2022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6차례나 유찰 후 수의계약에 의해 선정된 업체도 물가 및 환율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으로 참여를 철회함에 따라 사업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2019년 3528억원으로 책정됐던 총사업비는 2021년 기본설계 및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4683억원으로 늘었다.

마곡 열병합 건설이 계속 지연되자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사업 추진의 타당성 및 경제성, 사업비 규모, 대안 등에 대한 재검토를 서울연구원에 맡겨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했다.

재조사 결과 서남권역의 안정적인 열 공급을 위해 열병합발전소 건설은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방식은 수익성이 부족하고, 재원 조달 과정에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열병합발전소 건설의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계획을 바꿨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외부 전문 기관과의 연구용역을 거쳐 올 하반기 결정키로 했다.

시는 협력대상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발전자회사 등 공기업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업까지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서울시가 민간 매각 등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열 공급 전문 조직으로 키운다는 명목하에 공사의 재정 확보를 짓밟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민영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민영화가 강서 지역 주택 난방비를 인상할 뿐만 아니라, 열 공급 중단 가능성을 높여 강서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복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현 사장도 지난달 11일 돌연 사표를 낸 후 현재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다.

- 1인 시위 펼치는 등 강력한 투쟁 돌입

노조 역시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와 함께 1인 시위를 펼치는 등 강력한 투쟁에 돌입했다.

[제공 : 전국정보경제서비스 노동조합연맹]
[제공 : 전국정보경제서비스 노동조합연맹]

이들은 지난 10일 ▲서남 집단에너지 2단계 건설사업의 공정한 추진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 촉구 ▲기후 환경본부장의 업무 방해 및 직권남용에 대한 법적 대응 등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전환 통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서울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이주영 서울에너지공사노조 부위원장은 “저는 마곡지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사업은 2007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마곡 도시개발 계획에 의해 시작됐다"며 "2013년, 2017년, 2021년 3차례의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에 따라 진행됐고 2023년 갑자기 서울시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고시기관도 아닌 서울연구원에 짜맞추기 용역을 주더니 사업권 매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서울에너지공사를 배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의 수요전력을 민간에 넘기려는 수순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에너지 공공성 약화와 시민의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서울시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도 서울에너지공사노조는 지난달 9일 서울 시청 앞에서 '서남 건설사업 민영화 방지! 공공성 강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이미 진행 중인 마곡지구 에너지 정책사업을 뒤집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했다.

김형곤 위원장은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와 서울시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면서 "우리의 생존권과 시민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 싸움에 반드시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노조는 서울시와 담당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