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TV토론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데다 7월 13일 유세 도중 빚어진 피격사건을 계기로 당선 가능성이 급증했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주한미군 감축·철수의 현실화, 보호무역주의 득세 등에 대비해서 국제정세를 빨리 읽고 면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거야(巨野)는 특검 정국을 조성하고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제정세를 제때 읽지 못하고 당쟁에만 몰두하면 국망(國亡)으로 가게 되는 게 역사의 순리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대한민국의 안보·경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 앞에 가장 당당했던 지도자였다. 미국이 오히려 쩔쩔맸으며, 심지어 제거하려고 마음먹기조차 했던 대통령들이다. 두 대통령은 ‘벼랑 끝 외교전략’으로 역대 우리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대미(對美) 외교를 펼쳤다.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대부분 워싱턴과의 갈등으로 점철됐다. 특히 한국전쟁 후반부엔 이승만의 ‘휴전 반대 북진통일’ 주창에 대해 미국에서 이승만 제거계획-‘플랜 에버레디(Plan Everready, 유엔 명의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승만을 감금시킨 뒤 군정 실시)’를 검토할 정도로 악화 일로를 걸었다. 미국이 휴전회담에 박차를 가하자 이승만은 ‘벼랑 끝 전술’로 “휴전 조약이 체결되기 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먼저 체결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마침내 ‘한미동맹’을 성공시켰다.

1961년 한국 1인당 국민총생산은 89달러로 당시 세계 125개국 중 101위, 북한은 320달러로 50위였다. 한국의 재정자립도는 39.2%, 국방비는 4.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미국의 원조에 의존했다. 한국이 재정·국방비 측면에서 비로소 독립국가의 면모를 확보한 것은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7년∼1971년)을 조기 초과 달성한 70년도 예산부터였다. 5.16혁명 후 10년 만에, 재정자립도 94.5%, 국방비 자립도 83.9%라는 기적에 도달할 수 있었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 100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전망했지만, 박 대통령은 영국이 150년, 미국이 100년 걸린 산업화를 20년 만에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박정희 대통령의 외교전략은 실학사상에 기반을 둔 ‘실리외교’로 귀결된다. 그의 사전엔 민족중흥을 위한 ‘경제발전’과 ‘부국강병’만 있었다. 1961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베트남 사태 해결에 관한 이니셔티브로 동갑내기 케네디 대통령을 사로잡았다. 케네디는 혁명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한국의 경제개발5개년계획 지원을 약속했고, 미국은 박 의장을 한국의 국가발전 및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1965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및 군사 원조가 감소할 가능성과 대한 방위공약 약화와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회담 결과 존슨 대통령은 한국군 전투부대 월남 파병을 공식으로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다급해하는 존슨으로부터 파병에 따르는 한국경제개발을 위한 1억5천만 달러의 장기 개발차관 공여, 주한미군주둔 지위협정의 조기 체결 등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1979년 6월 30일. 박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한국의 인권상황을 놓고 격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도덕주의자 카터와 맞짱을 떠 그의 ‘주한미군 전면 철군 정책’을 무산시켜 미군의 지속적 한국 주둔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고문 후유증으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재구 일요서울 회장은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면 문재인 좌파 정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어떻게 재정 지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좌파 정권의 물적 기반도 따지고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한 부국(富國)의 유산이다.”라고 연전에 술회(述懷)한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국가경영 리더십은 레토릭으로 대중을 선동해 편을 갈라서 싸우는 ‘진영논리에 빠진 리더십’이 아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유비무환의 리더십’, 원칙에 충실한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지향적인 통찰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인 ‘박정희정신’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