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강원경찰청에서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다 보니 술도 한잔 걸쳤던 모양인데, 귀가하던 도중 그만 사고가 났다. 만취한 여경 A(경장)가 넘어져 얼굴 부위를 다친 것, ‘사고사건으로 진화된 건 그녀가 병원에 간 이후였다. 선배 남경인 B (경감)와 함께 병원 응급실을 찾은 A는 상처 부위의 CT 촬영을 권하는 의료진에게 전신 CT를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진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곳, 꼭 필요한 검사만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부터 A의 난동이 시작됐다.

여경: 아니, 온몸이 다 아프다고. 다 찍어달라고요. 온몸을 다 찍어달라니까요?
간호사: (뒤돌아서 한숨 쉼)
남경: 저기 선생님, 방금 한숨 쉬셨어요?
간호사: 이 부분은 제가 죄송해요. 근데 의료인에게 이런 식으로 짜증내면서 말하는데 저도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죠.
여경: , 넌 그럼 아픈데 짜증 안 내냐? 너 뭔데?
간호사: 저 아세요? 언제 봤다고 반말하세요?
여경: XX X같네. 니가 뭔데 그딴 식으로 말하니?

급기야 A는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고, 신고하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신고해 XX XX!”라는 폭언은 물론, 이를 말리던 의사를 밀치기까지 했다. 같이 온 B는 이를 말리기는커녕 휴대폰으로 의료진을 찍고 있었다! 20분간 난동을 피우던 이들은 결국 출동한 지구대에 연행됐다.

응급실 난동은, 범죄다. 그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응급의료법 제12조는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등의 방법으로 방해해선 안 되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고, 시장. 도지사 등에게 즉시 통보하도록돼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은 바로 경찰, 응급실 난동을 막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난동을 부리며 의료진을 협박했으니,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이 송치를 미루는 사이, A가 이번 달 승진 예정자에 포함된 것이다. 징계를 받아야 할 이가 승진이라니, 경찰 블라인드 게시판엔 난리가 났다. A의 난동을 도와준 B가 관리책임을 물어 전보조치된 점을 고려해 보면, A에 대한 경찰의 관대함은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승진 못 하는 건 아니다. 무혐의로 결론날 수도 있고.” 더 황당한 점은 다음이다.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한 다음 날, 한 달여 동안 사건을 붙잡고만 있던 경찰이 A를 검찰에 송치해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이런 조치가 취해졌을지 의문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성은 성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가 거부되고, 승진에서 밀렸다. 성추행이 벌어져도 별 것 아닌 걸로 호들갑을 떤다는 주위의 타박에 눈물로 분노를 삭여야 했던 여성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이를 시정하기 위해 여성단체와 여가부가 만들어졌고, 덕분에 지금은 그런 차별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남성들 일부가 역차별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더 어이없는 점은, 일부 여성들이 일관된 진술만으로도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무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동탄에서 발생한 성추행 무고 사건이 바로 그 예, 사건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경찰이 해당 남성을 범죄자로 단정짓고 입건해 버리는 바람에 헬스에 진심이었던 젊은 남성의 인생이 망가질 뻔했지 않은가. 아쉬운 점은 이 사건에 대해 그 많은 여성단체 중 누구도 해당 여성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별로 인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그들의 진심이라면, 세치혀로 무고한 이를 성범죄자로 만들려 한 5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이란 지위를 이용해 주취난동을 부린 여경에 대해 누구보다 더 크게 비판해야 했다.

그들에게 고언 드린다. 지금처럼 여성 편만 들 거면, 그냥 해체하세요. 당신들 때문에 남녀갈등만 더 커질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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