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세금으로 지급된 신고 보상금

노원구가 권익위 공익신고 보상금 상환 요청에 국민세금인 예비비로 납부했다. [이창환 기자]
노원구가 권익위 공익신고 보상금 상환 요청에 국민세금인 예비비로 납부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서울시 노원구청 공무원들의 수당 부정수급 등을 신고한 공익신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 비용은 권익위로부터 노원구에 청구됐고, 노원구는 예비비로 이를 상환했다. 노원구는 예상치 못한 긴급한 사항이어서 예비비를 사용했다는 입장. 다만 2021년 기준 100억 원 규모의 공무원 수당을 편성해오던 노원구가 수당 부정수급에 대한 보상금 상환을 예비비로 지급한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도 않은 야근 했다며 국민세금 받아가는 일 사라졌으면”
2023년 청렴도 2계단 오른 노원구, 뒤로는 단 3개 자치구 뿐

노원구 공무원들의 초과수당 등의 부정수급 사건이 발생한 이후 노원구는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에 안간힘이다. 그간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청렴도 면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권익위가 올 초 발표한 2023년 자치구 청렴도 조사 내용을 보면, 노원구는 3등급을 받았다. 그 뒤로는 4등급을 받은 도봉구, 동대문구, 마포구 등 3곳뿐이다. 노원구 청렴도 등급은 앞서 2022년 대비 2개 등급이 오른 것으로, 직전 조사에서는 서울시 자치구 중 최하위인 5등급이었다. 2018년부터 노원구는 3~5등급 사이를 오가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자정의 목소리도 있다. 앞서 2022년 노원구의회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례가 발의되기도 했다. 또 노원구의회는 지난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1명의 소속 의원 및 의회사무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했다.​

노원구 1600명 공무원, 밤 9시 넘어 퇴근?
“부당수급 주민에게 공개하고 이실직고해야”

앞서 민선 8기 노원구의원을 지낸 주희준 전 의원은 2021년 6월 노원구의회 본회의에서 “(노원구) 초과근무수당 부당수급 실태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이실직고해야 한다”라며 “1600여 공무원 1인당 월평균 47시간, 하루 평균 두 시간 반 정도 초과근무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이 하루 1시간을 공제하고 계산되는 점과 한 달 근무일이 20여일 남짓인 점을 고려할 때, 약 1600명 노원구 소속 공무원은 평균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 반쯤에야 전체가 퇴근한다는 말이 된다. 그는 “그렇게 노원구 공무원 1인당 평균 50여 만 원 정도 수당을 수령한다”라면서 “노원구청은 매년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약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하고 대부분 집행된다”라고 지적했다.

주 전 의원의 말을 빌리면, 당시 노원구 소속 공무원의 부정수급을 고발했던 공익신고자는 “하지도 않은 야근을 했다며 국민이 낸 세금을 받아가는 일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즉 노원구에서는 예산으로 편성된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이 대부분 지급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1년 동안 수당으로 지급될 예상 금액을 직전 년도에 정해두고 여기에 맞춰서 초과근무를 한다는 가정이 가능해진다. 

부정수급 거절한 직원에 괴롭힘·성차별 등 가해

2021년 노원구의회 본회의에서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2020년 7월 노원구청에 입사한 신입 직원 A씨는 출근 3일 만에 상급자로부터 시간외수당 등에 대한 부정수령을 종용받았다. 하지만 이를 거절했고 선배 근무자 등이 권하는 수당 청구 등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후 내부 직원들로부터 A씨에 대한 괴롭힘, 성차별 등이 시작됐고, A씨는 급기야 외모비하 발언까지 듣게 됐다. 어떤 노력에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2020년 11월부터 시간외수당이나 출장 수당 등 부정수급 등의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후 노원구청 공무원 19명의 명단과 부정수급 등의 내용을 권익위에 제보했다.  당시 주 전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 집단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문제 해결에 나섰다. 

공무원 노조위원장과 상담 및 행정지원국장 면담에 이어 구청장 면담요청까지 했으나, 비서실 관계자와의 만남과 답변에 그쳤다. 감사담당관실 인권청렴팀에도 수차례 방문했으며, 행정지원과를 찾아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노력의 결과는 전출이었다.  

앞서 A씨가 수집했던 내용은 권익위에 신고 됐고, 권익위는 2021년 1월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등을 파악했다. 이는 같은 해 3월 서울시에 송부됐고, 내용을 이첩 받은 서울시는 즉시 감사에 착수해 4개월간 신고 내용을 살폈다. 이후 같은 해 7월 노원구로 해당 공무원 등에 대해 ‘처분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같은 해 10월 노원구에 다시 한 번 재심의 결과를 통보했다. 노원구 공무원 등으로부터 반론이 제기됐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지만, 서울시가 노원구에 통보한 재심 결과 역시 ‘처분’ 요구였다. 

권익위 보상금 지급, 노원구 예비비로 납부

결국 2021년 11월 해당 공무원 15명의 징계 처분이 결정됐고, 1억1767만 원에 이르는 징계부가금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징계 대상 공무원들은 불복하기도 했다. 일부는 경감되고, 기각되는 과정을 거쳐 최종 부정수급액으로 확인된 약 7268만 원과 가산징수금 1억1767만 원 등 총 1억9000만 원이 환수 결정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취재진에게 “환수금액이 결정되면서 공익신고자 보상금이 지급됐고, 노원구에는 보상금 상환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보상금 지급 후 이를 상환해야 하는 노원구는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어서 예비비에서 납부했다는 입장. 다만 해당 사건이 2020년 11월 신고 후 권익위 및 서울시 등에서 2021년부터 감사결과 , 처분통보가 오갔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노원구는 “최근 몇 년간 권익위 신고사건으로 인한 상당한 금액의 보상금 지급 사례가 없어 사전에 편성된 예산이 없었다”라면서 “2023년 2월 권익위 보상금 지급이 결정된 후 ‘2023년 5월17일까지 보상금을 상환하라’는 고지서가 통보돼 긴급하게 지급해야 함에 따라 예비비 사용을 결정했으며, 예비비 사용제한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익위 납부 후 해당 공무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를 두고는 “오히려 우리구의 수입이 증대된 부분의 일부에 대해 부패방지권익위법령에 의거 신고인에게 보상금이 지급된 사항으로 구상권 청구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구상권은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거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을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다. 

이를 바탕으로 노원구는 “권익위의 이 사건 보상금 결정문을 보면 ‘이 신고로 구청의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를 가져온 사실을 인정’했다”라면서 “공무원의 부정은 있었으나 부정수급액 및 가산징수금을 환수함으로써 우리구의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원구는 징계 처분이 내려진 공무원들로부터 환수된 부정수급액 및 가산징수금 등 총 1억9000만 원을 노원구로 세입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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