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한시로 읽는 겨레얼, 부제: 우리 역사를 빛낸 ‘100인의 위인’>을 펴낸 바 있다. 한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위인 중에 100인을 엄선해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위국헌신’과 ‘애국애민’을 현재의 정세와 대응해 논설해 보았다. 아울러 지금의 대한민국은 절정기와 쇠퇴기가 교차하는 시기로 로마사를 반면교사 삼아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들다)’와 ‘국가대개조’가 필요한 때라고 규정한 바 있다.

모든 역사는 굴곡과 부침을 지니고 있고, 득의와 실의가 교차한다. 씨줄과 날줄이 엮여서 천이 되는 것처럼, 유구한 오천 년 우리 역사는 고난의 씨줄과 영광의 날줄이 교차한 대장정이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대왕과 후삼국을 재통일한 왕건대왕의 역사가 득의의 역사라면, ‘원간섭기’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실의의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 현대사를 박정희 대통령 이전의 ‘곤궁(困窮)의 역사’와 이후의 ‘중흥(中興)의 역사’로 나누고 싶다.

철학자 헤겔은 “어떤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불렀고, “시대정신은 한 시대가 끝날 때만 알 수 있다.”고 했다. 한 국가가 흥기(興起)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시대정신이 있어야 하며, 그 시대정신의 발현(發顯)을 통해 역사가 발전한다.

고구려는 ‘다물정신(多勿精神, 잃어버린 옛 땅을 되찾자)’을 건국정신으로 삼고 조의선인(皂衣先人) 제도로 단군조선·부여의 옛 땅과 역사문화를 되찾아 700년간 ‘글로벌 고구려’로 부흥했다. 백제는 ‘무절(武節, 무사의 충절)’과 ‘싸울아비’, ‘신선도(神仙道)’가 있었으며, 찬란한 사상과 문화는 일본의 고대문화를 꽃피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신라는 ‘화랑정신(花郞精神)’으로 삼국을 통일한 후, 그 힘을 바탕으로 당나라와 ‘나당7년전쟁’에 승리하여 천년제국을 구가했다. 화랑정신은 선비정신·호국정신으로 이어져 새마을정신으로 수렴되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한민족의 기본정신이다.

고려는 ‘포용과 상무정신(尙武精神)’으로 분열된 삼한을 재통일해서 동북아의 문화대국으로 500년간 위세를 떨쳤다. 조선은 의리와 지조를 중요시하는 ‘선비정신’으로 500년간 존속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중국 베이징에서 ‘다물단(多勿團)’이 비밀 조직으로 결성되어(1925년) 항일저항운동을 펼쳤다. 6.25 국난 때는 학도의용군 7,000여 명이 전장(戰場)에서 산화(散花)했으니,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화랑의 후예’였다.

35년간의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좌우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시대정신은 끊어졌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대한민국 건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들에게 1960년대의 시대정신은 ‘근대화’였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의 시작과 함께 두 개의 혁명을 경험했다. 1960년의 4.19혁명과 1961년의 5.16혁명이 그것이다. 한국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두 혁명은 모두 성공한 혁명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국회에서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가장 부강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대한민국을 치켜세운 적이 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도 토론회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이 된 것은 박정희의 공적으로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노산 이은상 선생은 박 대통령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합친 민족사의 영웅’이라 칭했을 것이다.

애국과 애족은 박정희 대통령의 혈맥을 타고 흐르는 신앙이었다. 민족개조와 인간정신혁명, 그것이 바로 ‘박정희정신’이다. 가난을 숙명으로 알고 산 국민에게 ‘맨주먹과 몸을 가진 것’을 축복으로 삼자고 설득한 것이 ‘박정희정신’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린 주역은 누가 뭐래도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는 국제정세를 읽는 미래지향적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3자(自)(자조-자립-자주)’ 의지로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을 창조했다.

그래서 필자는 ‘박정희정신’ 앞에 ‘불멸(不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눈물로 급전직하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이 다시 웅비하기 위해서는 서두에서 언급한 ‘재조산하’와 ‘국가대개조’를 주도할 지도자, ‘새 박정희’가 다시 나와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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