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 고 채수근 상병은 해병대 근무 중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민주당이 개정한 법안에 따르면 군내 사망은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지만,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은 채상병의 직속 상관은 물론 사단장한테까지 과실치사혐의를 부여해 경찰에 이첩했다. 지금 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채상병 특검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장관이 법리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첩을 보류시킨 게 수사외압이며, 여기에는 대통령이 관여돼 있으므로 이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억울하게 죽은 채상병의 넋을 달랠 수 있다는 취지,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공세가 가져올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민지원에 나선 군인이 숨지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 사단장까지 소환돼 처벌을 받는다면, 추후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기 부대를 대민지원에 내줄 사령관이 누가 있겠는가? 귀한 내 아들들을 왜 대민지원에 차출하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군 본연의 임무, 비록 전쟁상황은 아닐지라도 기록적인 홍수가 났던 작년 7월의 상황은 군 대민지원이 꼭 필요한 때였다. 당시 기사를 보자. “폭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충청북도 청주·괴산군 일대에 군이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대원을 긴급 투입해 주민 30명을 구조했다. 일부 주민은 집중 호우로 주변 하천이 범람하거나 산지 토사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으나 특전사 구조 작전으로 안전한 곳으로 신속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 역시 군인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국민을 위한 군대, 특전사 잘한다.’ ‘ 멋지네요. 대한민국 특전사 파이팅.’ 물론 대민지원 과정에서 채상병처럼 안타까운 희생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구명조끼를 의무화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군인들의 안전을 더 챙기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지, 채상병의 비극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확대재생한하는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번 일로 인해 군부대 수장들이 대민지원을 꺼리게 된다면, 구할 수도 있는 분들이 희생될 수도 있잖은가?

민주당이 만든 검수완박법도 마찬가지다. 20223월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을 잃자마자 초스피드로 검수완박을 추진한 데서 보듯, 이 법안의 목적은 어마어마한 사법리스크를 짊어진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이재명과 조국, 황운하, 박은정처럼 비리에 연루된 이들이 무난히 국회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필연이었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검찰 대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면서 범죄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 예컨대 사기범죄의 경우 201874.9%의 검거율을 기록했지만, 검수완박이 시행된 2022년에는 58.9%, 지난해에는 56.6%로 검거율이 떨어졌다. 처리기간이 6개월을 초과한 장기사건 비율도 202011.8%에서 202232.8%3배 가까이 늘었다. 대한민국이 매년 30만건의 사기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검거율이 18%나 감소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얼마 남아있지 않은 수사권마저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검수완박2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이화영 부지사에 대한 대북송금 1심 선고를 나흘 앞두고는 해당 수사팀에 대해 특검을 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전용기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검찰이 정도껏 했으면 저런 특검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진술들이 계속 바뀌고 있고, 이것에 대한 폭로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용기의 주장은 이화영이 선고 전 최후변론에서 한 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른바 연어와 술 접대 의혹, 하지만 검찰의 팩트체크에 이화영은 날짜를 여러 번 바꿨고, 장소도 바꿨으며, 술을 마셨다는 진술마저 바꿔야 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뻔히 드러난 상태,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검찰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만들겠단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을 구할 수도 있다.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을 형해화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 이재명만 대통령이 된다면 범죄자가 들끓는 세상에서 살아도 되는 걸까. 다시 글 제목을 리바이벌해본다. 민주당아, 빈대 지키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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