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째 월요일(3)이다. 탐방지는 용산구에서 마포구로 바뀌었다. 첫 코스는 서울 시민의 자랑이자 마포구민의 쉼터인 마포 구간의 한강 물길이다. 필자의 집은 홍제천을 가로지르는 사천교에서 멀지 않다. 사천교는 마포구와 서대문구의 경계다. 마포 구간의 홍제천을 따라 2.5km 정도 하류로 내려가면 한강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길은 필자에게 익숙하다. 익숙함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끼는 게 세상 이치다. 홍제천은 다르다. 홍제천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늘 새롭다. 자연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번 여행은 더 그렇다. 탐방이란 의미가 부여된 탓이다.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욕구가 샘솟는다. 장소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홍제천에서 본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홍제천에서 본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 튀어오르는 잉어, 솟아오르는 물고끼떼, 한가로이 나는 청둥오리 떼까지
느릅나무, 미루나무, 양버즘나무, 뽕나무 녹음과 풀 향기 코 간지럽혀

그래서일까. 마포 구간의 홍제천에서 더 아늑함을 느낀다. 서부간선도로 고가에 의해 삭막한 도시 풍경이 가려져 있다. 또 교량은 산책객의 그늘막이 되어 준다. 그늘에는 산책에 나선 이들이 강바람을 쐬면서 옹기종기 모여있다. 산책길 옆에 활짝 핀 연보라색 수국은 아늑한 조명 역할을 한다. 아늑함은 홍제천의 끝자락에서 불광천을 만나면서 깨졌다. 사방이 확 트이는 느낌이다. 교차점에서 약 1km를 걸어가면 한강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망원한강공원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난지생태공원이다.

홍제천의 아늑함’, 불광천의 시원함대비

망원한강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한강과 만나는 곳에 홍제천교가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시원한 한강이 탐방객을 맞는다. 홍제천교 가운데에 다리 전망대가 있다. 한강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성산대교가 한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웅장하다. 다리 아래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일렁인다. 커다란 잉어가 튀어 오른다. 저 멀리에도 한 떼의 물고기가 있는 모양이다. 햇빛에 반사된 은빛 물결이 피었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청둥오리 떼도 놀고 있다. 공사 중인 한강수영장을 지나면 수변공원이 나온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이 된 느티나무들이 잔디밭에 흩어져 있다. 느릅나무, 미루나무, 양버즘나무, 뽕나무 등도 적당한 간격으로 서 있다. 녹음과 풀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평일 오전인 탓에 한강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멀찌감치 돗자리를 깔고 강바람을 즐기는 사람이 간간이 보였다. 그림이라면 자연과 사람의 행복한 어울림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필자도 어울림에 한 몫 끼었다. ‘물멍을 위해 잔디밭에 앉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한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터보트와 수상스키, 수변을 달리는 자전거가 물멍을 방해한다. 그들의 여유로운 일상이 부럽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햇살을 받으며 수변공원을 따라 난 산책길을 걷었다. 하늘은 맑다. 조각구름만 떠 있다. 6월의 땡볕은 따갑다. 강바람이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이 바람에 출렁인다. 강 건너에 얼마 전 다녀왔던 강서한강공원과 궁산이 보인다.

망원강한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망원강한공원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서울함’, ‘참수리호’, ‘돌고래호퇴역함정 이색

1km 남짓 걸었을까. 평화로운 한강과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났다.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군함이 한강에 떠 있다. 망원한강공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공원, ‘서울함공원이다. 1,900톤급 호위함 서울함과 고속정 참수리호’, 잠수정 돌고래호등 퇴역 함정 3척을 보존해 안보 체험 시설로 꾸민 공원이다. 서울의 유일하고 최초 함선 테마파크다.

한강에 정박한 서울함은 한국 해군의 첫 국산 호위함이었다. 길이가 102m나 된다. 멀리서도 레이더, 기관포와 대공 미사일 등 각종 전투 장비가 보인다. 우리 해군의 주력 전투함임을 과시하는 듯하다. 선수에는 태극기와 해군기가 펄럭이고 있다. 서울함은 1984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민국 바다에서 근무했다. 1978년 건조되어 실전 배치된 참수리호는 우리 연안의 경비와 보안을 맡았다. 1999년 서해 제1연평해전과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고속정과 동급 기종이란다. 특히 기동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돌고래호 잠수함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임무 수행했던 특수 침투용 잠수정이다. 전시실 입장권을 사지 않고도 전시실을 뚫고 나온 잠수함의 선수와 선미를 볼 수 있다. 필자는 함정을 타본 경험이 있어서 전시실과 군함 내부 관람하지 않았다. 후회한다. 6월이 바로 호국보훈의 달이다. 군함 내부도 보고 해군 문화도 체험했어야 했다. 아쉽다.

서울함공원에는 한강 조각으로 빚자라는 제목의 조각작품 순회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함공원이 도시갤러리를 겸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30개의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혹시라도 한강 피크닉의 로망을 갖은 독자라면 망원한강공원에서 주말 차박을 권하고 싶다. ‘한강 러닝’, ‘한강 요트’, ‘한강 바이크’, ‘한강 액티비티’, ‘한강 카페’, ‘한강 레스토랑’, ‘한강 축제그리고 한강 조각공원. 한강을 빼고 생각할 수 없는 놀거리, 먹을거리, 문화콘텐츠가 즐비하다.

마포나루, 양화나루, 서강나루 난지생명길 2코스

한강나루에서 본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한강나루에서 본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서울함공원을 지나면 난지생명길 2코스로 접어들게 된다. 한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 한강 강변에는 수많은 나루터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번성한 나루가 마포나루(삼개나루), 양화나루, 서강나루였다. 이들 나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난지생명길은 옛이야기로 남아 있는 이들 나루터와 그곳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찾는 길이다.

난지생명길 2코스에서 맨 먼저 만난 것은 양화대교 아래에 있는 양화나루다. 표지석이 유일한 흔적이다. 표지석이 서 있다는 것은 관련 유물이나 인물의 흔적이 훼손되어 사라졌다는 의미다. 나루터는 현대식으로 고상하게 표현하면, ‘수상 버스정류장이다. 수상 버스에는 사람만 타는 게 아니다. 조세곡과 어물, 채소, 과일과 가축도 실었다.

그뿐만 아니다. 서양의 모든 문물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교통요충지였다는 얘기다. 특히 양화나루는 한양 서쪽의 관문이었다. 도성에서 양천을 지나 김포, 강화로 가는 주요 간선도로의 중간기점이었다. 일명 강화대로(江華大路). 병자호란 때에 인조가 강화대로를 거쳐 강화도로 피신했다. 이렇게 중요한 위치이다 보니 나루()에 총영청(경기 방어 부대) 산하에 진영(陣營)을 뒀다. 그 진영을 양화진(楊花鎭)이라고 불렀다. 양화진은 이괄의 난을 겪은 인조가 한성 방어를 위해 만든 부대였다.

양화(楊花)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 버드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양화나루는 조선 초 월산대군, 강희맹, 서거정 등 풍류객이 꼽은 한양의 최고명승지 10곳 중 하나다. 이들이 양화나루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양화답설(揚花踏雪·하얀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던 양화진의 겨울철, 흰 눈이 가득 쌓인 눈길을 걷는 정경)>이다. 양화나루에서 본 한강의 경치는 지금도 절경 중 절경이다. 밤섬을 가운데 두고 여의도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다가 깎아지는 듯한 절벽을 한 절두산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절두산, 그 이름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아픈 이야기는 다음 호에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화력발전소..그리고 상선전용 항구 마포나루

마포나루 옛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마포나루 옛 풍경.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황포돗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황포돗배. 사진=김경은 여행작가

근대에 들어 교통요충지 역할을 하던 곳에 보통 다리가 놓였다. 한강 4번째 다리인 양화나루 위로 양화대교(옛 이름 : 2 한강대교)가 지나고 있다. 그나마 양화나루 자리에 잠두봉 선착장이 옛 기억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뱃길을 거슬러 올라가듯 한강 변을 따라가면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 발전소)와 토함 이지함 선생 표지석을 지난다. 이어 서강대교 아래에 다다르면 서강나루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서강나루는 나루터라기보다는 세곡선 선착장이었다. 서강나루 부근에는 서해 올라온 배들이 세금을 내던 공세청, (貢米) 품질 검사를 하던 점검청, 쌀을 보관하던 광흥창 등이 있다. 세금의 출납을 담당하던 풍저창 등도 있다.

서강나루를 지나 더 올라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마포나루(새삼나루)에 도착한다. 서강나루가 세곡선 집결지라면 마포나루는 상선 전용의 항구다. 연간 1만 척의 배가 오가는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였단다. 서해를 통해 마포나루에 온 쌀, 땔감, 소금, 어물 기타 상품은 애오개와 만리재를 통해 한양으로 운반됐다. 특히 마포나루에는 새우젓이 유명했다. ‘새우젓 항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물품을 운반하던 배는 주로 황포돛배였다. 넓게 짠 면직물인 광목에 황토물을 들여 내구성을 높인 황포 돛을 단 배다. 마포나루에는 황포돛배 조형물 등 옛 마포나루의 모습을 재현한 역사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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