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면 광주에 그만 오시길 바란다.”

국혁신당 대변인이 지난 18일 윤대통령에 대해 낸 논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날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취임하던 해부터 3년 연속 참석한 건데,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두 번째란다.

윤대통령은 5.18에 관해서는 늘 진심이었다. 대학생 시절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광주에 그만 오라니, 이건 무슨 헛소리일까? 비판의 초점은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념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 그날 윤대통령은 무슨 말을 했을까? “19805,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습니다.”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게 오월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입니다.”

이 정도면 무난한 기념사로 여겨지건만, 조국당 대변인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올해도 아무 의미도, 감동도 없는 맹탕 기념사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5.181980년에 있었던 일, 대한민국이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정부 주관 기념행사를 연 것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97년이었다. 지금까지 28번의 기념사가 있었다는 뜻, 과거 일에 대해 매번 감동과 의미를 주는 기념사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더 신기한 점은 이런 식의 비판이 윤대통령에게만 쏟아진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념사에도 그리 대단한 감동은 없었던 데다, 2년차였던 2018년에는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한답시고 불참하기까지 했지만, 누구도 이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국당 대변인이란 자는 윤대통령의 기념사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며 광주에 그만 오라니, 이건 무슨 망발인가? 그들 말대로 윤대통령이 내년 5.18 기념식에 불참하기라도 한다면, 더 난리를 칠 게 아닌가? 여기에 대해 5.18 기념식의 주체라 할 광주시나 5.18 단체들이 아무런 지적을 안 하는 건 그 자체로 문제다.

조국당의 두 번째 비판 포인트는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 이건 그래도 이해가 간다. 5.18 헌법전문 수록은 윤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이를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데다, 올해 기념사에선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광주시 대변인과 이재명 대표, 그리고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비판했다. “윤대통령의 기념사 도중 광주시의회 5.18 특위 위원 8명이 '5.18 헌번전문수록'이 적힌 소형 현수막을 들고 기습 퍼포먼스를 벌였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문재인도 마찬가지였다.

2019
년 그가 기념사에서 한 말을 보자.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결국 문재인은 퇴임 때까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듬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으니,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윤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 중 누구도 이를 빌미로 문재인을 욕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의심을 할 수 있겠다. 저들이 끈질기게 헌법전문 수록을 요구하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5.18 정신을 헌법에 넣으려면 개헌이 필요한데, 개헌하는 김에 윤대통령의 임기단축까지 해버리자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은 4년 중임제 변경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우리가 말하는 개헌에 동의한다면 국정운영 실패, 무능,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헌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들은 5.18 헌법전문수록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겠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면 광주시나 5.18 단체들이 ‘5.18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마라고 할 만도 한데, 늘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들에게 경고한다. 좌파들의 5.18 사유화를 방조한다면, 5.18은 국민의 기념일이 아닌, 좌파들만의 기념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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