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여 협공 더 거세져 정국 냉각 불 보듯
용산 대통령’, ‘여의도 대통령현실화로 대결 정치 재현될 가능성 높아

언론이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그리고 631일 만의 기자회견이라며 근래 며칠 동안 요란스럽게 기자회견 내용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전망을 쏟아 내며 큰 기대감을 표시해왔다.

국민과 언론, 야당의 큰 기대감과 궁금증 속에서 실시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핵심 키워드를 표현하자면 사과였다. 다시 말해 사과만 있었다.

지난 2년간의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의 잘못된 점과 질타에 대해선 저와 정부 향한 꾸짖음 겸허히 새겨 듣겠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관련에선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 드린다" 라는 말로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만시지탄’(晚時之歎)이라 하고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할 것이다. 때가 늦어도 한참 늦었고 여당이 총선에서 만신창이가 된 이후에 처방을 내렸으니 하는 말이다. 그렇게 애타게 여당이 대통령과 용산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땐 국정 방향은 옳았다며 동문서답하듯 하더니, 힘이 빠져 기진맥진해지니 잘못했다고 한 것이다. 야권은 웃자니 국정이 너무 어설프고 울자니 서글픈 현실만 더 절감되어 이도 저도 못할 판이라며 속 터진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부인의 처신과 관련 대국민 직접 사과를 그리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국민 질타를 겸허히 듣겠다는 말은 임기 3년이나 남은 대통령으로선 참으로 하기 싫고 쉽지 않은 표현이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총선에서 여야 비등한 성적이었거나 근소하게라도 여당이 이겼다면 언감생신(焉敢生心) 어찌 사과겸허히라는 말들이 나왔겠는가...

그러나 야당과 국민 다수 여론인 이른바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에 대해선 정치공세로 일단 차단했다. 물론 최근 검찰의 느닷없는 김 여사 관련 전격 수사 개시와 공수처의 채상병 관련 수사 재개가 특검 반대의 명분이 됐지만, 지켜본 후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있을 듯하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걸친 국정운영 기조와 운영 태도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야당, 언론, 국민 등 기본적인 소통 분야에서의 소통강화와 태도 변화 의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게됐다. 물론 영수 회담이 있었고 지속적인 소통 의지는 표출되고 있지만, 국정 운영 기조는 변할 태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임기 2년의 국정운영의 결과에 대해선 변화보단 겸허한 비판 수용과 사과로 정리한 것이다. 이후 아마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대여 공세는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해질 듯 하다. 당연히 협치보단 야권 전체의 협공이 우선시 될 듯하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결국 싸우게 되면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 듯하다. 아직 3년의 힘이 남았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근 한 여당 중진 정치인이 용산 대통령, 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있는 정국이라 표현한 게 보도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 이후 이젠 대통령이 이재명이네하는 말들이 시중엔 나돈다고 한다. 국회를 장악한게 민주당이고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체제화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은 국회에서의 민주당 독주체제를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한 논리이다. 여의도에선 너희 민주당이 여당이니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 맞는다는 경고인 셈이다.

그런데 여당 정치인의 용산 대통령’, ‘여의도 대통령의 표현처럼 정국을 움직이는 힘이 정말 양분돼 있다고 인정한다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수용하고 사과와 함께 변화도 선택했어야 했다.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은 여의도 대통령’, ‘여의도 정권인 민주당이 요구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놓고 국민의 힘의 평가처럼 진솔하고 허심 탄회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국민과 야당이 바라는 해답은 없이 문제만 나열해놓고 말았다. 이러다가 정말 남은 임기 3년 동안 용산 대통령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실존(?)하듯 하여 협치보단 또 대결 정치로 날 새울지 걱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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