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성실성과 지구력, 음악적 센스가 최고의 성공 요인”
“‘내가 왜 플루트를 연주하는가’,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를 깨닫는 게 중요”

김민경 플루티스트
김민경 플루티스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플루티스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김민경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섬세한 터치와 따뜻한 음색을 겸비한 플루티스트 김민경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실기우수로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사(학사)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NEC Merit & NEC Scholarship을 수혜하며 석사과정과 전문연주자과정(Graduate Diploma)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일찍이 이화·경향콩쿨 1위를 비롯한 각종 콩쿨에 입상해 두각을 나타냈음은 물론 James Pappousakis Memorial Flute Competition에서 William H. Grass Memorial Prize를 수상하며 해외에서 역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큰 콩쿨 중 하나인 일본목관음악콩쿨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높은 점수로 1위 및 청중상을 차지했다.

재학시절 서울예고 유스오케스트라와 카네기홀 및 미국 순회연주를 시작으로 금호 영아티스트 선정 및 독주회, 플루티스트로서의 시작을 자리매김하는 플루티스트들의 공식 등용문인 매거진 Flute&(구 Flute&Flutist) 신인음악회 연주로 역량을 키웠고, 충남교향악단(유망신예초청시리즈), 채리티체임버오케스트라, 한국플루트앙상블, KBS교향악단,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동문 오케스트라, 일본 Hyogo Performing Arts Center Orchestra(목관음악콩쿨 입상연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예술의전당 주최 문화햇살콘서트), 서울윈드앙상블과의 협연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견고히 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었던 귀국 독주회 이후 꾸준한 독주회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을 뿐 아니라 KBS교향악단, 부천시립교향악단,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서초교향악단 객원연주를 통해 오케스트라 연주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William Bennett, Trevor Wye, Susan Milan, Marina Piccinini, James Galway, 김창국, Peter-Lukas Grarf, Petri Alanko 등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해 음악적 깊이를 더하는 것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플루티스트 김민경은 이소영, 김진혜, Paula Robison, Renée Krimsier를 사사하고 목원대학교, 서경대학교 출강 및 한국플루트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경기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 양성과 함께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김민경 플루티스트
김민경 플루티스트

- 플루트를 연주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네요.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셔서 집에 늘 피아노 음악이 가득했어요. 음악적인 배경이 뒷받침됐다고 할 수 있죠. 그다음은 조용하고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성격이 지금의 플루티스트로 성장하게 만든 요인인 것 같아요.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 가치관이 늘 바뀌긴 하지만) 꾸준한 성실성과 난관에 부딪혀도 버텨내는 지구력, 거기에다 음악적 센스를 살짝 한 스푼(음악 잘 듣기) 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 플루티스트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반 아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요즘 플루티스트로서 성공했다고 여기는 시각은 예원예중, 서울예고, 일류대학 나와서 큰 콩쿠르에 입상하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거나 교수가 되는 삶을 일컫는 것 같아요. 성공의 기준은 다 다르지만 최고의 길을 걷는 사람은 소수이더라도 나름 자신이 추구하는 위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위치 속에서 내가 왜 플루트를 연주하는가,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깨달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그렇기에 무작정 유명한 플루티스트를 모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렸을 때 책도 많이 보고 세상을 많이 탐구하는 열린 자세로 모든 것을 대하면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길러지는 것이기에 꾸준한 성실성이 동반돼야겠죠.

김민경 플루티스트
김민경 플루티스트

- 오는 5월2일에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여실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취지의 공연인지 소개해 주세요.

▲로망스의 곡들만 모아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들으시면 좀 몽글몽글한 감정이 피어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구성했어요. 슈만 로망스는 워낙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보니 멜로디가 아주 익숙해서 슈만 특유의 적적하면서도 마냥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음악은 아니에요. 나머지 곡들은 주로 플루트 레파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분들의 곡인데 그중 비도르 suite은 네 악장으로 이루어져 플루트의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 자신의 음악적 특색과 예술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이가 들면서 이 부분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10~20대 때는 정말 파워풀하고 건강한 음악이 주를 이었다면 30대 지나면서부터는 세월에 음악이 스며들 듯이 익어가는 것 같아요.

- 독주회 및 다양한 연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시는데, 공연할 때 관객들이 자신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연주준비 자세는 학구적인 접근방식인데요. 그것을 연주로 표출했을 때 읽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관객들이 있더라고요. 그렇지 못하더라도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주하려고 해요.

- 이번 독주회에서 관객들이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야 본연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동을 얻을 수 있을까요.

▲연주회에 오시면 프로그램 노트가 있으니까 그 글귀를 꼭 읽으시면서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연주 준비하면서 작곡가의 삶을 음악에 담기 위해 그분들의 의도를 계속 발굴해내는 편이라 마음을 비우시고 물 흐르듯이 연주를 들으시면 제가 안내하는 길로 같이 가시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음악 본연의 느낌을 따라오시면 될 것 같아요.

김민경 플루티스트
김민경 플루티스트

- 플루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플루티스트로 인식되고 싶으신가요.

▲예전에 故김창국 선생님께서 플루트의 매력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교실에서 학생이 플루트를 부는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 닿았다고요. 다른 악기에 비해서 소리가 멀리까지 도달하는 플루트 소리는 아마 호흡과 숨을 그대로 불어넣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나무플루트이었을 때부터 구멍에 숨을 불어넣는 게 플루트의 정체성(?)인 만큼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주할 때마다 저의 숨으로 관객도 감정이 건드려져 감동의 물결로 꽉 찼으면 하는 게 늘 저의 바람이에요. 그런 플루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 사항 또는 삶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현재 아들이 7살인데 이 작은 생명체를 잘 키워내는 게 저의 가장 큰 미션이고요. 또 하나는 어떤 형태가 되든 크든 작든 마음과 혼을 담은 연주를 계속하는 게 삶의 목표예요.

- 마지막으로 플루티스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잣대로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마시고, 끝을 보고 현재를 다루지 말기를 당부드려요. 경제적으로 투자(?)한 만큼 좋은 대학교에 가지 못하면, 오케스트라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플루트를 그만두는 학생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리고 플루트에 큰 재능이 있음에도 나중에 돈을 잘 버는 직업군(소위 의대반)을 선택하는 현상을 볼 때도 안타깝기만 해요. 소수의 길이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각자의 길과 자리가 있다고 믿어요.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거든요. 열악하고 모든 게 피폐했던 세계전쟁 때에도 음악은 늘 있었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안하고 치료해주는 그런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음악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생각해보시고, 그길로 정진하기로 했다면 장인의 길을 걷듯이 꾸준히 갈고 닦아 플루트 장인이 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