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검찰은 불법 대북송금과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평화부지사 시절 쌍방울로부터 3억원 가량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 공직자가 기업 돈을 받은 거니 여기엔 억울할 일이 없다. 문제는 두 번째 혐의, 경기도가 주기로 한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용 300만달러와 스마트팜 사업지원비 500만달러를 쌍방울에게 대납시켰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화영이 이걸 이재명 모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북을 발판으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화영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이재명이 얻을 이득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행위를 이재명 모르게 했다? 이화영과 같은 혐의를 받는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을 보라. 이게 다 시켜서 한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결과 징역 26개월의 구형을 받지 않았는가. 이화영도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등등 이재명이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온갖 술수를 부려가며 재판을 지연시킨다 해도, 이재명이 직접 지시하는 녹취록까지 있는 검사사칭 위증교사는 대선 이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고, 여기서 유죄가 나온다면 이재명의 대선출마는 물거품이 된다. 1963년생이니 이화영도 올해 벌써 61, 10년 이상 감방생활을 하기보단 진실을 말해서 형량을 줄이는 게 더 올바른 선택 아닐까. 작년 6, 이화영이 검찰 측에 대북송금에 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건 이런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뒤 이화영에게 일어난 일들은 상식 밖이었다.

첫 번째, 이화영의 변호인.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편이다. 피고인이 형량을 적게 받도록 애써야 하며, 조국네 가족이 그러는 것처럼 피고인이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기꺼이 그의 편에 서주는 존재다. 그런데 이 상식이 이화영 재판에선 통하지 않는다.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된 공문에 사인한 이재명이 결재가 올라와 '클릭'만 했을 뿐 내막을 자세히 모른다고 한다면, 이화영의 변호인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이재명의 비상식적인 해명을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런데 변호인 중 상당수가 정치에 한발을 디딘 정치인들이라 그런지, 이화영 편에 서주기보단, 모든 죄를 이화영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이재명에게 혐의가 안 가도록 차단하려는 변호인만 득실대는 느낌이다. 심지어 현근택이란 자는 사건 관계인만 열람·복사할 수 있는 법정 자료를 이재명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는데, 이런 광경을 보면서 이화영은 탄식했으리라. ‘ , 외롭구나. 내편은 어디에 있는고?’

두 번째, 이화영의 아내. 범죄 프로를 보면 범죄자의 가족이 등장하곤 한다. 우리 애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식의 무조건적 감싸기를 하다 욕을 먹는 가족들 말이다. 그런데 이화영의 아내는 이와는 반대다. 작년 7월 이화영의 진술번복이 알려지자마자 온갖 언론에 등장해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아서 저러는 것이라며 진술을 부정했고, 심지어 재판정에 출두해 정신 차려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법정에서 드문 부부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아무리 남편이 마음에 안든다 해도 십년 넘게 감방에 있으라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그런 아내를 보면서 이화영은 탄식했으리라. ‘, 외롭구나. 내편은 어디에 있는고?’

셋째, 정체를 알듯한 세력. 지난 44, 피고인 최후변론에서 이화영은 지난 6월 말, 검찰이 술과 연어를 대접하며 거짓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열달간 한 번도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거니와, 이화영이 매일 쓴다는 일기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니, 허위일 확률이 높다. 십중팔구 이화영이 독박을 써주길 바라는 세력이 사주한 게 아닌가 싶은데, 시나리오를 급조해서인지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날짜도 틀리고 장소도 틀린데다 술을 마셨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 그런데도 이화영은 계속 말을 바꾸며 자신은 검찰에 회유됐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자의가 아닌, 사주받아서 이런 짓을 한다는 걸 알기에 그가 얄밉기보단 안쓰러워 보이는데, 이화영 본인도 작금의 상황이 한심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렇게 탄식하고 있을 거다. ‘,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그에게 덕담 한마디를 드린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피고인인 이화영씨, 이제 그만하세요. 당신의 삶은 이재명과의 의리보다 훨씬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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