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대 총선 참패 이후 민심 수습을 위한 인적쇄신 카드를 놓고 장고에 접어든 것이다. 핵심은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총선 참패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최근 총선참패 이후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3%,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8%로 각각 나타났다. 총선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지지율이 무려 11%포인트나 떨어졌다. 사실상 조기 레임덕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인적쇄신을 통해 반전의 승부수 마련이 필수적이다. 민심수습과 국정쇄신은 물론 여야협치를 상징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 돌파에 나선 윤 대통령의 인적쇄신 승부수를 집중 해부했다.

윤석열과 장제원 의원이 국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과 장제원 의원이 국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통합형총리-‘친정체제 강화비서실장, 관료출신에서 정무형 정치인 대이동
내각 야권인사 중용? , 노 한나당 대연정 제안 사례, ‘나쁜 대통령 될려나
총리·비서실장인선후 중폭개각 및 대통령실 조직개편 관측

전체적인 분위기는 관료 출신에서 정무형 정치인으로의 대이동이다. 윤석열정부 1기 내각과 용산 대통령실에는 정무감각이 탁월한 정치인보다는 경제관료 출신들이 대거 중용됐다. 초대 총리였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총선과정의 최대 악재였던 의대증원 대파값 논란 이종섭·황상무 쌍끌이 악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총선 이후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윤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정치인들의 중용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물론 문재인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장관, 윤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 이유다.

차기총리·비서실장 정치인 중용가닥 인선후폭풍도

22대 총선 참패 이후 여권과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하마평이 쏟아졌다. 국무총리 후보로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군으로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친윤 핵심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던 장제원 의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국정기조의 투톱인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에 정치인을 중용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였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 난국 돌파가 가능한 정무형 정치인들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경제관료 중심의 대통령 보좌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모두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또는 정책조율 및 추진 과정에서 강점을 보였다. 다만 국정운영 리스크 해소와 야당과의 협치 과정에서는 낙제점이었다. 아무래도 정무적 판단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문재인정부 1기 국정 투톱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낙연 총리는 4선 의원에 전남지사를 역임한 풍부한 경륜을 갖춘 정치인이었고 임종석 비서실장 또한 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다만 총선 참패 직후 중구난방으로 쏟아진 하마평은 혼선은 좌초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하마평이 총선 민의를 수렴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인적쇄신 기조에 강력 반발했다. 특히 방송장악 비판을 받았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붙었던 원희룡 전 장관의 하마평 거론에 발끈했다. 무엇보다 총선 민의를 무시하는 무리한 돌력막기식 보은인사라는 비판이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후임 총리 및 비서실장 하마평과 관련,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여당은 총리 임명과 대통령실 참모 인선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야권뿐만이 아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히 총리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공식 부인했다. 차기 총리 후보군이었던 권영세 의원은 낭설이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비서실장 후보군이었던 장제원 의원과 원희룡 전 장관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에 후임 총리부터 화끈하게 위촉해야 한다. 젊은 층에서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총리로 모시고 국정의 상당 부분을 나눠 맡는 것도 방법이라고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대연정 시즌2’ 박영선·양정철카드 강력 반발

윤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윤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여야 내부에서 반발이 끊이지 않자 파격카드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여야 협치를 최우선 기조로 내걸고 야권 정치인들 중용할 것이라는 설이 꼬리를 물었다. 차기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 검토된다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다. 모두 문재인정부 출신 인사들이다. 특히 박영선 전 장관은 민주당 출신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이, 양정철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야관계를 보다 유화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신설되는 정무특임장관에 민주당을 탈당해 총선에서 당선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지명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여야 안팎에서 파문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결국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 전 장관, 양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여야 공동정부 구성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정국 승부수였다. 야권의 협조 없이는 향후 정국운영과 난국 돌파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인정하고 여야협치를 최우선 기조로 내세운 카드였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상황은 엄중하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범야권 의석은 무려 192석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석만 이탈해도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가공할 의석이다.

더구나 총리 후보의 경우 국회 본회의 인준이 필수적이다. 야권이 거부하면 총리 인준이 무산되고 국정쇄신용 개각도 불투명해진다. 총선참패를 겪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총리 후보가 낙마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악몽이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세월호참사 이후 정홍원 총리가 사임했지만 이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윤 대통령 역시 총선 참패 이후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해 최악의 리스크까지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단순한 여론 떠보기가 아니라 대통령실의 공식 제안이 갔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에 체류 중인 박영선 전 장관은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양정철 전 원장이 뭘 더 할 생각이 없다. 무리한 보도라고 부인한 것과는 달리 총리 후보 수용 가능성을 시시한 묘한 뉘앙스였다.

여야의 반발은 극심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보수정권의 정체성을 허무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권성동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전 장관 역시 야당 인사들을 기용해서 과연 얻어지는 게 무엇이며, 또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판단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정치적인 뿌리는 친문이라면서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대표는 협치를 빙자한 협공에 농락당할 만큼 민주당이 어리석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은 야당 파괴 공작을 하는 것으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이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정권 투톱 인선후 중폭개각설과 대통령실 개편

대화 나누는 권영세와 원희룡. 뉴시스
대화 나누는 권영세와 원희룡. 뉴시스

총리·비서실장 인선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대권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등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에서 홍준표 시장과 만찬회동을 가지면서 정국수습 및 인사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회동설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이 홍 시장에게 차기 총리는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준석 대표의 제안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 시간이 아니다. 총리 하려고 대구에 내려온 것이 아니다며 총리 인선 가능성을 일축한 홍 시장은 향후 국정운영과 인적쇄신을 조언했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무 감각이 있고 충직한 인물, 총리는 야욕이 없고 야당과 소통이 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총리 후보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의 선택 역시 정무적 판단력을 갖춘 정치인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고심 중이다. 인선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지속되면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속도조절론도 나왔다. 권영세 전 장관은 차기 총리 인선과 관련, “새로운 국회랑 일할 분을 과거 이전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고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530일 이후 (차기) 국회 동의를 받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너무 조급하지 않게 비서실장을 먼저 임명했으면 좋겠다. 비서실장, 정무수석을 먼저 임명해서 여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총리·비서실장 인선 이후 5개 안팎의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과 대통령실 조직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개각 대상 부처로는 정권 출범과 동시에 2년 동안 장관직을 역임했거나 주요 이슈 대응에 실패하면서 정책피로도가 높아진 부처가 거론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참사과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종호 장관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파동, 조규홍 장관은 의대증원 갈등 등이 교체 사유로 거론된다.

대통령실 개편 과정에서는 민정수석 및 제2부속실 신설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민정수석은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실 직제 개편 과정에서 폐지됐다. 이후 민심의 가감없는 전달이 어렵다거나 인사검증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2부속실은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 방지를 위해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를 공식적으로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서 불필요한 잡음 차단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회 및 야당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 부활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평생을 칼잡이 검사로 살아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정치 경력으로 따지면 23년차의 새내기 수준이다. 취임 이후 2년간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지만 22대 총선 참패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경고였다민심수습과 국정쇄신을 보여주는 건 결국 인사카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국정쇄신과 여야협치를 위한 카드 마련에 실패하면 향후 정국 상황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체로 여야 정치인 출신이다. 관료 출신보다는 민심의 동향에 보다 민감하고 여야협치를 위한 정무적 판단력도 갖췄다. 너무 늦지 않게 윤 대통령이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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