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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하나] “이념적으로 결별?” 임종석發 ‘2국가론’ 거야(巨野) 2정당론 비화...문명분당(文明分黨) 위기 고조

2024-09-27     김준석 언론인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쏘아올린 공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남북통일을 사실상 포기하고 남한과 북한이 각각 다른 국가로 함께 살며 존중하자는 이른바 ‘2국가론의 후폭풍이다. 특히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과거 운동권 시절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정치인생 내내 통일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힘든 파격 주장이다. 여야 모두 반()통일적이라는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충격 그 자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남북대결보다는 한반도 화해평화 노선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서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등 주류 친명계를 중심으로 당장 위헌적이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임종석 전 실장의 2국가론 발언으로 친명계와 친문계가 이념적 결별을 넘어 최악의 경우에는 문명분당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호위무사김민석 2국가론 정당화 어렵다비판 선긋기
- 문재인 뇌물죄·이재명 사법리스크 친명·친문 공조 분위기에 찬물
- 친명·친문, 공천앙금에 이념적 분열, 갈등 재현에 최악 분당설 대두

민주당은 22대 총선 압승 이후 계파갈등이 수면 아래 잠복해왔다. 다만 실상은 처참하다. ‘친명횡재 비명학살로 불린 공천과정을 거치며 친문계는 대거 낙천·낙선의 길을 걸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 연임에 성공한 이후 친문계는 이재명 대세론의 위세에 별다른 저항도 못했다. 친문계 내부는 부글부글 끌어올랐지만 현실을 인정한 것이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죄 및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검찰수사의 속도전에 양측의 공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계파갈등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다. 다만 임종석 전 실장의 2국가론은 찬물을 끼얹었다.

통일하지 말자임종석 파격 발언 보수진영 ()헌법적맹비난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며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통일, 하지 맙시다.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지난 9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2024 한반도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니라 임종석 전 실장이었다. 통일포기와 남북 2국가론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9.19 공동선언은 문재인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임 전 실장 발언의 파장은 컸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2인자 역할을 하면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산파 역할을 해왔다.

임 전 실장은 특히 헌법 3조 영토주항의 개정도 주장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남북통일의 이념적 기반이 되는 중대 조항이다. 임 전 실장은 이어 우리가 추구해 온 국가연합 방안도 접어두자는 제안을 드린다언젠가는 정비해야 할 문제여서 차제에 용기 내 제기한다.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밝혔다. 그야말로 파격주장의 연속이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특히 보수진영은 북한 정권과 코드를 맞춘 반()헌법적인 주장이라며 날을 세웠다. 임 전 실장의 주장은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화답이라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평생을 살아온 임종석 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확하게 북한의 김정은이 하는 내용과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개인 명의 성명에서 통일을 지우고 있는 북한정권에 동조하는 것이라면서 반헌법적 통일 포기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하는 꼴이라면서 종북(從北)인 줄 알았더니 충북(忠北)인가라고 꼬집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반()통일적, 반민족적 행위에 앞장서 호응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회 비판했다.

당황한 민주당, 갑론을박속 김민석vs임종석논쟁 격화

대화나누는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수석최고. 뉴시스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놓고 패닉에 가까운 후폭풍이 연출됐다. 초기에는 임 전 실장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비판론이 압도적 다수였다. 임 전 실장이 정치적 존재감 과시를 자기정치를 한다는 힐난도 나왔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안타까운 심정에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자는 취지로 얘기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내 생각에 2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도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면서도 학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안팎의 조심스러운 평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민석 최고위원이 칼을 빼들었다. 김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한 직설 비판을 아니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간접 비판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의 도발적 발언을 김 최고위원이 비판하면서 논쟁구도는 운동권 아이돌의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재명 대표의 1호 호위무사로 강성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과 문재인정부 2인자였던 임 전 실장이 맞서면서 친명계와 친문계의 대리전 성격도 짙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 최고위원과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임 전 실장은 과거 386 운동권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른바 새피수혈론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도 비슷했다. 김 최고위원은 15대 총선 당시 32세 최연소 당선자였고 임 전 실장 역시 16대 총선 당시 34세의 최연소 당선자였다. 이후 소장파로 주목받으면서 차세대 리더로까지 급성장했다.

임 전 실장은 민주당 안팎의 강력 비판에 통일에 대한 지향은 헌법정신에 남기고 미래세대에 넘겨주자는 것이 (헌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의 해명에도 친명계의 융단폭격은 지속됐다.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의 주장과 관련,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주장이라고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공식 반대했다.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의 메시지는 당의 강령과도 맞지 않는 주장인 데다, 평화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그동안의 정치적 합의와도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강성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 주최 토론회에서는 보다 날선 반응이 쏟아졌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개념 없는 소리라면서 임 전 실장 얘기는 우리는 다 누리고 누더기가 된 한반도를 미래세대에 넘기자는 얘기로 들리더라고 직격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 역시 도발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무지했고, 임 전 실장도 무지했다. 이런 무지가 평화의 실패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친문vs친명 논쟁격화시 이념적 분열최악 지선전 결별?

대화나누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뉴시스

통일담론은 사실 진보진영의 딜레마였다.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햇볕정책으로 불린 대북포용정책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북한의 민주주의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핵무장 능력만 고도화됐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 불협화음은 물론 남남갈등도 확산돼갔다.

임 전 실장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현 남북관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실제 남북한은 지난 1991년 각각의 국가로 유엔에 가입했다. 아울러 분단체제의 장기화로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나 염원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평화통일을 규정한 헌법상 의무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일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자는 주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호응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반통일 선언에 대한 화답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김정은이 통일하지 말고 적대적 두 국가로 생존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똑같은 이야기를 임종석 전 실장이 했다스스로 친북 세력을 넘어 종북 세력이라는 걸 확인해준 말이라고 꼬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임 전 실장의 2국가론이 친문·친명의 정치적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조선시대 선조 시절 이조전랑 자리 다툼으로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각각 분화한 것도 유사한 모습이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주도한 경험을 살려서 남북관계의 대전환이라는 화두로 향후 정치적 재기에 나설 수 있다. 성공한다면 친문진영의 정치적 구심점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의 주장이 북한 정권에 동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 가도에 미칠 악재를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임 전 실장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지 않을 경우 친명계가 유사한 대북인식을 가진 것 아니냐는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고 민주당 당론이 아니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진보진영 내부의 가장 첨예한 화두인 대북정책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 역설적으로 야권의 신구 대주주인 친명·친문의 정치적 결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 전 대통령 뇌물죄 및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동전선으로 총선 당시 공천을 눌러싼 감정적 앙금을 다소 털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대표가 중도확장 정책의 일환으로 금투세 폐지 또는 유예, 종부세와 상속세의 완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친문계가 원칙론을 들어 강력 반발할 경우 양측 분열의 폭과 속도를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통일담론은 2000년대 이후 진보진영의 해묵은 화두였다임종석 전 실장이 띄운 통일포기 2국가론은 미국 대선 이후 급변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변화 과정 속에서 야권의 이념적 분열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신구 주류인 친명계과 친문계는 그동안 금투세, 종부세, 상속세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중산층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과 부자감세를 용인하는 정체정 포기라는 주장으로 치열하게 맞서왔다“2국가론을 둘러싼 파열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타격을 입게 된다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 국면을 앞두고 물리적 분당이 서서히 진행되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