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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의 서울시평] 해리스가 트럼프와 TV토론에서 압승한 비결

2024-09-20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11월5일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를 둬달 앞두고 한국 시간 9월11일 오전에 90분 동안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의 첫 TV 토론이 진행되었다. 두 후부의 토론은 미국 CNN 방송에 의해 생중계되었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잘했다는 응답은 63% 였는데 반해, 트럼프는 37%로 그쳤다. 필자도 11일 CNN 생중계 방송을 집에서 지켜보면서 옆에서 함께 보던 아내에게 해리스가 65대 35로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CNN 조사와 거의 일치해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해리스가 압승하게 된 비결은 다음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해리스의 압승 이유로는 그의 착실한 사전 준비를 들 수 있다. 60세의 해리스는 5일간에 걸쳐 모의토론 등 철저히 준비했다. 78세의 트럼프가 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성급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실책을 추궁하자, 해리스는 아프간 철수로 수많은 미군의 희생과 천문학적 국가예산 탕진을 막았다고 맞섰다. 이어 그는 트럼프가 중재한다면서 무장 테러단체인 탈레반 대표를 캠프 대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초대했었다고 꾸짖었다. 물론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해리스는 당시 트럼프가 초대했던 탈레반 대표의 이름까지 정확이 들이댔다. 해리스가 얼마나 치밀하게 TV 토론을 준비했는가를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는 정확한 사실과 실천 가능한 정책에 근거해 토론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24시간 내 종식시키겠다고 허풍 떨었고 해리스를 “공산주의자”라고 왜곡했다. 이민자들이 반려견과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괴담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다. 토론 진행자 데이비드 뮤어 ABC 앵커는 “지역관계자들에게 알아본 결과 이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며 트럼프의 발언을 바로잡았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괴담과 거짓말을 토해낼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경멸적 실소를 짓곤 했다. 

셋째 이유로는 화내지 말고 침착해야 하며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핵심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트럼프는 해리스 발언 중 끼어들었고 언성을 높이는 등 침착하지 못했다. 진행자 뮤어가 2021년 1월6일 트럼프의 선동과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후해하느냐고 물었다. 그에 트럼프는 후해 여부 답변 없이 자신의 정당성만을 지루하게 늘어놨다. 늘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뮤어는 그에게 “예, 아니요로 답하라”고 추궁했다. 그에 반해 해리스는 왕년의 검사장답게 침착하게 간단명료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넷째로는 상대편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트럼프에게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높은 인플레, 경기침체, 성급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불법이민 소동 등 공격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자기 자랑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해리스 행정부의 약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트럼프의 집권 4년 실정 사례와 재판 중인 그의 범죄사실을 낫낫이 들춰내는 등 상대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다섯째로는 상대편이 자격 없는 걸로 몰아가야 한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의사당 난입 선동을 가리켜 남북전쟁(1861-1865년) 이후 “최악의 반란”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행정부 내 요직 인사들조차도 그를 못 믿겠다고 반발한 사례들도 열거하며 트럼프의 자격 미달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해리스의 압승 비결은 철저한 사전준비, 사실에 기초한 논리적 대응, 냉정•침착, 상대편 약점 파고들기와 자격 미달 각인 등에 기인한다. 해리스 압승이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극화된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해리스의 토론은 선거에 임하는 동서양 모든 후보자들이 기본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