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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립의 취중진담(取中珍談)] 열대야보다 못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2024-09-20     균형발전연구소 이사

2024920일 정오. 필자가 본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시각 비가 오고 있다. “아니 비가 오고 계시다. 혹은 비가 오시고 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수많은 선배 시인들이 비가 내린다.’라는 표현보다 비가 오신다.’라는 표현을 썼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비가 그치면 날씨도 선선해진다고 하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불과 어젯밤 만해도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는데, 이제 살 길이 생겼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가족과 친지들을 찾아 뵙고, 성묘도 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추석 연휴를 보냈다. 그리고 매주 정치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는 직업의식의 발로로 주변 사람들과 슬며시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보았다.

그 누구도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한 평가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국민에게 힘이 돼야 하는 정치가 국민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서글픈 정치 현실이다.

허무조(虛無調)의 주옥같은 이야기 중에서도 내 머릿속을 정신없이 혼란스럽게 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2019TV에서 방영된 ‘60, 지정생존자라는 드라마가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 대통령직을 대행할 똘똘한 지정생존자 한 명만 남겨두고 대통령을 비롯하여 차기 대권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여야당 대표 모두가 모인 국회의사당에서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매우 황망(慌忙)한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지정생존자란 중대한 재난이나 테러 등 비상사태로 대통령과 대통령직 승계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사태에 대비하여 행정부 각료 한 명을 지정해 안전장소에 대기하는 조치를 말한다. 테러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60, 지정생존자의 원작인 미국 드라마에서 지정생존자가 등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지정생존자라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현실이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은 것은 그가 우리 정치 현실에 망연자실한 결과,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것을 꿈꾼 것은 아닌가 한다. 물론 그의 본심은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치를 경쟁하는 그런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한국갤럽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10일에서 12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 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조사결과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물어본 결과, 긍정 평가는 20%, 부정 평가는 70%였다. 나머지 10%는 잘 모름 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긍정률 20%는 최저치이고, 부정률 70%는 최고치였다고 한다. 세상에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률이 한여름 무더위 속의 최저기온보다 낮을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진작 알았으면 열대야도 식혔을 텐데...

필자가 추석에 만나본 사람 중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갤럽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한 조사 같다. 이러한 조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옷매무새를 다지는 시간을 갖기를 앙망(仰望)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날씨는 영하, 즉 마이너스 기온이 있지만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에는 마이너스 지지율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마이너스 지지율은 없지만, 우리나라 정치 상황은 한겨울 시베리아보다 엄혹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겨진 시간은 2년 반보다는 더 짧아 보인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다. ‘잘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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