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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뺑뺑이?'...추석연휴 의료공백 우려 여전

2024-09-17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추석연휴 기간 곳곳에서 의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치료를 받지 못해 응급실을 전전하는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 등 필수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의료대란 속에서도 오히려 성형외과 개원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사 파업에 대한 불신론도 커지고 있다.   

[뉴시스]

15일 소방본부에 따르면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해 90㎞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19구급대는 인근 대학병원 2곳과 종합병원 1곳, 정형외과 전문병원 1곳 등 의료기관 4곳에 문의했으나 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후에야 94㎞ 떨어진 전주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 환자를 이송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접합수술 등 치료를 받고 있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급대가 응급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데 1시간을 넘긴 사례가 작년과 비교해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집단 이탈 이후 응급 의료 체계가 정상 가동되지 못하면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응급 환자가 발생한 현장과 병원 간 이송 시간이 60분을 넘은 경우는 전국적으로 1만3940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426건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현장과 병원 간 이송 거리가 30㎞를 초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증가했다. 올해 3~8월 환자 발생 현장과 병원 간 이송 거리 현황에 나타난 30㎞를 넘은 사례는 대전이 지난해(170명)의 2.6배인 449명이었다. 이어 서울은 지난해(161명)의 2.2배인 362명, 대구는 1년 전(451명)의 1.75배인 788명이었다.

채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의 문제점이 구급대의 현장-병원 간 이송 거리와 이송 시간 현황을 통해 수치로 확인됐다"며 "최근 심각한 의료대란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들이 발생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정부는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의료대란에도 성형외과 늘었다

이런 가운데 성형외과 개원이 늘었다는 결과보고가 나와 이번 의료 공백에 대한 불신론이 커지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재선·부산 해운대을)이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성형외과 개원의 증감 현황, 매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개혁 추진을 발표하기 전인 2023년 1167개이던 의원급 성형외과 수는 의료개혁 이후 1183개(2024년 7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급 성형외과 개원 수는 2019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011개였던 성형외과 개원은 ▲2020년 1062개 ▲2021년 1109개 ▲2022년 1140개 ▲2023년 1167개 ▲2024년 7월 1183개까지 늘었다.

[뉴시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부담금과 본인부담금 등을 합친 성형외과 총 진료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98억원에서 ▲2020년 234억원 ▲2021년 370억원 ▲2022년 438억원 ▲2023년 513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총 진료비는 378억으로 집계됐다.

김미애 의원은 "보건복지부 등 관계당국은 코로나 펜데믹과 의료대란 속에서도 성형외과 수와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의료개혁의 세부 정책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의료대란 근본 원인은 정부, ‘결자해지’ 촉구”

한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석 연휴 이틀째인 15일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센터와 수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을 잇달아 방문해 어려운 상황에서 전력을 다해 일하고 계시는 의료진에게 감사 말씀드린다”며 “연휴 때 환자 수가 평상시보다 늘어날 텐데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현장 방문 뒤 “추석 명절 때 서로 아프지 말자고 덕담을 한다는 게 참 안타깝고 참담하다. 정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서 생기는 이와 같은 현실을 개탄하면서 다시 한번 경고와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자랑하는 의료시스템을 한순간에 무너트린 것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의료계와 진솔하게 대화에 임해 빨리 문제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 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최근 의료 대란과 관련해 “중재하거나 윤활유 역할이 필요하다. 충돌 양상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진우스님은 이 대표에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여야가) 불협화음이 나면 국민들이 힘들어진다”며 “시시비비를 떠나 각자가 다른 명분이 있어서 계속 쟁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소방서를 격려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정 갈등과 관련해 "이대로 가면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모두가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연휴 기간 주요 의료계 인사들을 뵙고 있는데, 대개 생각은 같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설득을 하고 있고 많이 공감해주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