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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의 기초를 다진 ‘중화학공업화’ 추진

2024-09-13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산업단지의 날은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이 제정된 1964년 9월 14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단지는 서울시 구로동(현 구로디지털단지)에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란 이름으로 조성됐다. 2022년 국내 제조업 생산의 60.6%, 수출 65.5%, 고용 47.9%를 차지하며 한국을 GDP기준 세계 13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렸다. 현재 1,306개가 있으며, 12만여 기업 233만 명의 보금자리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아직도 1960~70년대 ‘박정희 모델’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승만 정부가 국가의 독립과 국격의 고수를 위한 ‘정치 제일주의’에 충실했다면, 박정희 정부는 빈곤 퇴치와 경제 자립을 위한 ‘경제 제일주의’에 매진했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민정 이양 이전 시기인 1961년 12월 말에 울산공업단지 건설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62년 2월 3일 울산군 일대를 공업지역으로 지정하고 정유공장, 비료공장, 종합제철과 발전소가 입주하는 기공식을 거행하였다. 박 의장은 기공식 치사에서 “4천 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한 공업도시를 건설하여 ‘루르의 기적’을 초월하고 신라의 번영을 재현하여 민족부흥의 터전을 마련한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발표한 ‘중화학공업화 선언’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기초를 다진 역사적 쾌거였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산업 성장구조와 기본틀을 마련했으며, ‘새로운’ 경제발전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박 대통령은 철강, 비철금속, 조선, 기계(자동차 포함), 전자, 석유화학이라는 6개 업종의 산업을 일으켰다. 나아가 그는 이 새로운 중화학공업에 종사할 노동자들을 ‘산업전사’라 부르며 적극 육성했다. 이들은 나중에 거의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중화학공업화 추진 효과는 선진 공업국가로의 도약, 1980년대 경제위상 조기 달성, 선진국화된 산업구조로의 진입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통해 1980년에 수출 100억 달러, 국민 1인당 GNP 1,000달러를 목표로 정했지만, 이를 3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민관이 합심하여 성공해 냈으며, ‘중화학공업에 박정희의 혼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 결과 1960년대의 ‘차관경제 시대’에서 1980년대 후반에는 ‘원조공여 시대’로 도약하게 되었다.

조갑제 선생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공업 건설 계획을 준비했다.”며 “이 계획은 박 대통령이 그해 10월 17일 특단의 조치를 통해 헌법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해산한 뒤 유신체제를 발족시킨 배경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권력의 집중은 수단이고, (유신체제의) 목표는 중화학공업 건설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좌승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도 “박정희 대통령 없이 중화학공업 육성은 없었고, 유신체제가 없었다면 성공한 기업과 성공한 근로자는 없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1978년 말 청와대에서 오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모 일간지 기자가 박 대통령에게 예정에 없던 질문을 불쑥 던졌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중화학공업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물었다. 잠시 침묵을 깨고 박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지금 북경과 상해간 도로는 한 시간에 자동차가 한 대쯤 지나갈 정도로 한산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11차 삼중전회(三中全会)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했다. 앞으로 중국이 국제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한국의 설 땅이 없어진다. 산업구조를 지금보다 최소 20년은 앞으로 가져가야 우리 국민이 30년 정도 중국보다 잘 살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미래지향적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중화학공업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 우리는 중국보다 30년 정도 앞서갈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매섭게 우리를 추격해 산업경쟁력 면에서 한국을 바짝 따라붙었으며, 일부 부문에서는 추월했다. 어찌 됐든 시대를 앞지른 산업구조 개편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반열에 오를 수 있었으며, 지난 2018년에는 선진국 문턱으로 불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도 세계 7번째로 들어섰다.

박정희 모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10년 전에 구조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셈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운을 개척하고 국가 재도약을 위한 새 틀을 짜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난날 박정희 정부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유신(維新, 낡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함)’ 정신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법이다(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