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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기획] “내 집 마련의 꿈, 분상제 폐지 논란” 대한민국 청약제도 허와 실 

정부, 무순위 청약 요건 완화... ‘독이든 성배’였나

2024-09-17     이지훈 기자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도입됐던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가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폐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동산 시세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될 만큼 최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 청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또한 주택 공급마저 위축시키면서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등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일요서울이 청약제도의 허와 실을 알아봤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이 아닌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로 변질”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상황”


과거 청약이라는 제도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대비책의 성격을 강하게 가졌다. 하지만 근래들어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미래를 위한 대비가 아닌 ‘로또’적 성향을 띄게 됐다. 또한 과거 5인 이상의 대가족을 구성하던 반면 최근 1인 가구 또는 핵가족시대에 접어들면서 부양가족 가점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개편을 요구하는 의견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청약이 가지는 의미가 퇴색하게 된 기점과 원인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집값 폭등하는 상황에 더불어 청약 과열 양상이 불거지자, 정부는 2021년 5월 청약 공고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무순위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 청약제도에 변화가 생기던 와중 미분양 우려가 커지며 부동산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자 지난해 2월 28일부터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민영아파트 무순위 청약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청약을 진행하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청약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로또’가 시작된 것이다.

무순위청약은 미계약·미분양으로 나온 잔여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청약 방식이다. 청약통장 유무나 거주지 제한, 무주택 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것에 더해 큰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줍줍’을 할 수 있게 되자, 분양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고 올 하반기 들어서는 ‘일단 넣고 보자’ 식의 ‘묻지마 줍줍’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3여 년 전에도 발생한 바 있다.

청약홈 사이트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서민과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마비 사태까지 일으켰던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줍줍)을 계기로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렸다. 

국토교통부가 제도 개선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동탄 청약 이후 현행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진행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1가구 모집에 총 294만 4780명이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 있었던 동작구 ‘흑석 자이’ 무순위 청약 경쟁률인 82만 9804분의 1을 훨씬 뛰어넘은 것 수준이다.

로또 2등 당첨의 확률인 135만 7510분의 1보다 더 낮은 확률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도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52.5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청약 열풍이 불어온 주된 원인은 주변 시세보다 싼 점으로 인한 ‘시세 차익’과 신청자에게 리스크가 거의 없는 ‘무순위 청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의 사례를 보면 분양가와 시세가 최대 20억 원 차이가 나고, 동탄역 롯데캐슬같은 경우에도 분양가도 4억8200만 원으로 시세보다 10억 원 가까이 저렴하게 책정됐다. 

‘로또 청약’ 열풍에 수면위로 드러나 무순위 청약 등 청약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관해 박원갑 KB금융 부동산수석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 위원은 현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 관해 “어떻게 보면 비용이 들지 않는 일종의 안전자산이기에 로또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청약 자체가 전 국민의 오락거리로 전락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청약제도의 개선 방향에 관해 “특별히 손댈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정부에서는 민영주택 청약 요건이 과거처럼 다시 강화되는 방향을 가지고 제도 개선을 하고 있기에 지금의 틀에서 크게 바꾸거나 할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전국민의 오락거리로 전락한 ‘청약’

분상제 폐지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분상제는 장단점이 명확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게 쉽게 말해 공급자 잉여가 소비자 잉여로 이전되는 걸 말하는 거다. 해당 정책도 정책을 담당하는 곳에서 생각 없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지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급자의 잉여 이익을 소비자의 잉여로 이전하는 효과도 있어 분상제의 취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공급에 큰 애로가 없을 정도로 건축비나 시세 반영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절충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도를 통해 공사비를 현실화시키는 효과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순기능이 존재하고 분상제의 근본적인 취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과정이 쉬운 것이라 아니라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폐지 방향이 아닌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내부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성이 맞는 거 같다 ”라고 덧붙였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 열풍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약으로 지금처럼 최초 분양가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현 시세의 80~90% 정도 선에서 무순위 물량을 공급하고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당 지역 거주자만 접수할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실거주 의무 기간을 두는 등 제한을 걸어둬야 무순위 청약 열풍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상제 폐지에 관해서도 일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분상제를 폐기할 경우 상급지 중심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소지가 다분하다”며 “폐지가 아닌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 채 토지비, 분양가 등 조금 더 현실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일 오후 4시48분 기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는 250만명에 가까운 접속 대기자가 몰리며 예상 대기시간이 694시간을 넘겼다. [사진=청약홈 홈페이지 캡처, 뉴시스]

분상제에 대한 순기능이 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줍줍’ 열풍의 주된 원인으로 분상제를 꼽기에도 다소 무리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상제가 폐지가 되면 일반분양자들에게 치솟은 분양가를 감당하라는 상황에 이르기에, 이 또한 문제점이 많다.

다만, 현재 분상제가 주변 시세와 과도한 격차를 만드는 만큼 공사비와 주변 시세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 또한 존재한다.

-이탈하는 청약통장 가입자... 붙잡기 급급한 당국

지난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2548만9863명으로, 한달 새 1만6526명이 청약 통장을 해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4만7430명 감소한 수치다. 이 수치는 신축 아파트 청약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젊은 세대는 높은 청약 경쟁률과 비싼 분양가로 인해 박탈감과 허탈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분상제 폐지,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기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부 빗발치는 부정적 여론에 꺼내든 청약 개선 카드... 유효하나


최근 정부가 청약제도를 대폭 손봤다. 이번 개선의 취지는 최근 가입자들이 이탈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청약통장의 월 납입금 인정 한도가 이달부터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됐다. 납입 인정액 조정은 1983년 제도 도입 이후 41년 만이다. 

월 납입금 인정 한도가 상향되면서 청약저축 총액 당첨선 도달에도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또한 납입기간이 대체로 짧은 청년들의 당첨 가능성 또한 개선 이전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공제 혜택도 기존보다 확대되게 된다.

이에 더해 민영과 공공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한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이 나오기 전 많은 이들이 가입했던 상품인 청약예금·부금·저축이 있다. 상품에 따라 민영이나 공공주택 중 한 가지 유형만 신청이 가능했다는 제한 사항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개선을 통해 ‘청약예금·부금·저축’ 가입자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모든 유형에 청약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다만 기존 납입 실적이 그대로 인정되는 반면 청약 기회가 확대되는 유형에 대해선 ‘신규 납입분부터 실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부 혜택을 기존보다 강화했다. 특별공급 자격에서 혼인 전 당첨된 배우자 이력을 배제해 주기로 했다. 앞서 올해부터 민영주택 가점점수 계산 시 배우자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를 최대 3점까지 추가로 인정해 주고 가점 동점 시 장기 가입자를 우대해 준다.

3자녀였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변경했고, 미성년자 통장 가입 인정 범위를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청약저축 금리가 현행 최대 2.8%에서 3.1%로 0.3%포인트 인상된다. 약 2500만 명이 금리인상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11월 0.3%포인트, 2023년 8월 0.7%포인트에 이어 이번에 0.3%포인트 인상되면서 현 정부 체제에 들어서면서 청약저축 금리는 총 1.3%포인트 올랐다.

다만 서민 주거비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소득 구간에 따라 0.2~0.4%포인트 차등 인상된다. 신혼·출산 가구에 한정된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대출 금리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