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지노

[연재-여류 추리작가 '권경희'의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사이코 매직11

2024-08-09     권경희 작가

여자가 팔짱을 힘주어 끼면서 말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가슴이 희수의 팔로 전달되어 왔다.
“그걸 모를까?”
희수가 비웃는 투로 말하며 효미를 좀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정말?”

효미의 얼굴은 깜찍스런 예쁜 얼굴이었다. 전문대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전공이 무엇이었는지는 까먹었지만 그리고 희수에게 그런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이지.”
희수는 한 블럭만 더 가면 자신의 단골 술집 ‘페브린’이 나온다는 것을 상기하고 발길을 그 쪽으로 돌렸다.
“그럼 우리 저거 봐요.”
“응?”

“난요, 마술이 얼마나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옛날부터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희수 씨, 우리 저거 봐요. 네?”
효미는 몸을 흔들며 희수 앞에서 아양을 떨었다.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을 호색의 눈으로 바라보던 희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우와! 정말 보는 거지요?”
효미는 덜렁 희수를 안았다.
“그래! 가자구, 까짓거.”

희수는 오던 길을 거슬러 시민회관으로 갔다. 마침 시간이 맞아 7시에 있는 2회 공연의 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희수의 눈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시시껍절한 마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팡이에서 꽃이 나오거나 끝없이 입 안에서 테이프가 나오고 손수건에서 비둘기가 나오는 따위의 그리고 심혈을 기울인 것처럼 만들어진, 사람을 3단으로 절단하는 쇼 같은 걸 해도 내가 하면 저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희수가 효미에게 속삭였다.

“그럼요?”
마술의 재미에 효미는 푹 빠져 있었다. 그녀의 말은 건성으로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로 피가 퍽 튀게 만드는 거야. 상자에서 피가 죽 흘러 내리는 거지. 정말로 절단이 되었다는 표현으로 얼마나 멋진 일이겠냐고.”
“아이.”

효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던 것이다.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키가 삐죽 큰 사내가 공기총을 들고 나와서 소리쳤다.

수영복을 입고 설치던 여자 둘이 과장된 몸짓으로 그 사내곁으로 다가섰다.
번쩍이는 천박한 옷자락을 휘날리던 마술사는 무대 뒤쪽으로 쭉 걸어갔다. 그래봐야 키 큰 사내와의 거리는 10m가 채 안되었다.
“이제 제가 총으로 찬드라카드라(마술사의 예명)님을 쏘겠습니다. 찬드라카드라님은 단지 저 접시 하나로 총알을 막아내실 겁니다.”

공연장 안은 당장에 소란스러워졌다. 놀란 관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였다.
“뻔한 속임수잖아? 저 거리라면 어디는 못 겨누겠어? 조수랑 짜 가지고 접시를 딱 갖다대는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게 만드는 거야.”
효미는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납득이 된 눈치는 아니었다.
“그럼 접시가 깨질 텐데......”

효미의 중얼거림에 맞춰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술사는 접시를 턱 내밀었고 쨍한는 소리에 이어 납탄알이 툭 무대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접시가 총알을 막아낸 것이었다.

“접시가 안 깨진 이유는 뭐지요?”
효미의 말투에는 약간의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이런.....”
희수는 새어나오는 욕을 꿀꺽 삼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사기야! 내가 쏘아 보겠어!”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희수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걸음에 무대로 뛰어올랐다.
“자, 총을 이리내.”
희수가 내미는 손을 바라보며 키 큰 사내는 주춤 물러섰다.
“그분에게 총을 드리게”

마술사가 돌연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 큰 사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총을 건네주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들로서야 그저 사건이 있을수록 좋을 뿐인 것이었다.
희수는 총을 들어 마술사를 겨냥했다. 그는 공기총 사격에 큰 자신감이 있었다.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