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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총장의 무원칙, 그것이 ‘아귀(阿貴)’다

2024-07-31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7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으로 ‘법불아귀(法不阿貴)’가 크게 조명받은 바 있다. 법가인 중국의 한비(韓非)는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편’에서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이라 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이라고 특별히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로 변함없이 적용되어(法莫如一而固·법막여일이고) 다스려지는 것이 한비가 생각한 이상적인 법치국가의 모습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7월 22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 소환 대면 조사를 ‘제3의 정부 시설’에서 행한 것에 대해 ‘특혜와 성역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사과에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총장 건너뛰기’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원칙에 없는 일을 벌인 이 총장의 자업자득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22일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자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거부했다. 국회에서 문제가 되자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는데, 임 전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이 사건으로 3년 5개월 전에 김 전 대법원장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사법농단과 법관 코드인사 등 ‘사법의 정치화’로 대한민국 사법 최악의 흑역사를 쓴 김 전 대법원장은 파렴치한 거짓말이 드러났을 때 바로 사퇴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이 수사를 뭉갰지만, 작년 9월 거짓말쟁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한 후에라도 이원석 검찰은 즉각 수사를 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원석 총장은 김 전 대법원장 수사를 늦추다 퇴임 두 달을 남기고 소환 통보를 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임 중 조사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례가 있는데도, 김명수 수사 지연 이유는 무엇인가?

이 같은 국민을 우롱한 수사 지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친북 성향의 ‘역사 왜곡’과 ‘국민 갈라치기’로 대한민국을 산산조각 내놨다. 그는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죽음을 월북으로 조작하고 탈북 청년 두 명을 밧줄로 동여매 북으로 돌려보낸 사건과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 등과 관련돼 있다. 관봉권(官封券)을 들고 옷 사러 다니고, 대통령 1호기 몰고 앙코르와트를 관광 다닌 김정숙 여사는 어떠한가? 있지도 않은 ‘국정농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부당하게 수사했던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고 있는 이유를 답해야 한다.

검찰이 명품가방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한 것도 시간을 끌다 문제를 키운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의 일이며, 문재인 검찰이 1년 6개월가량 샅샅이 뒤졌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두 사건을 조사해서 기소하든, 무혐의 종결 처리하든 적시에 결말을 지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총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 문제 사건들을 질질 끌어 스스로 ‘법불아귀’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나? 눈치 보기,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 총장은 혹시 좌익 권력에 아부한 것은 아닌가?

현직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사상 첫 ‘대면조사’가 경호상 이유로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것은 선택사항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난제를 풀기 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고육지계(苦肉之計)는 ‘총장 건너뛰기’라는 하극상이 될 수 없다.

‘법불아귀’는 죄가 없다. 어려운 수사를 한 검사들을 ‘아귀(阿貴)’로 만든 이원석 총장은 수사는 안 하고 대검 간부들과 함께 12·12 군사 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는 등 정치를 해온 자신의 ‘무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 일찍 ‘귀거래사(歸去來辭)’의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이 출처진퇴(出處進退)가 분명해야 할 공직 인생의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