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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 발생하는 ‘장애인 성폭행’… 대안 마련 ‘시급’

곳곳에서 장애인 성범죄 발생… 사각지대 해소해야 강민구 변호사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성립 까다롭다”

2024-07-31     박정우 기자
[해바라기센터]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성범죄가 발생하자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다. 복지법인과 장애인 지원 단체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며 문제는 더욱 불거진 상황. 하지만 지적 제약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범죄 성립을 증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강민구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지적장애 등급뿐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0월 A씨와 B씨는 어릴 적부터 심한 지적장애가 있는 C씨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A씨와 B씨는 연락도 없이 C씨 집에 찾아가 성범죄를 저질렀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당시 피해자가 심한 지적장애가 있는 사실을 몰랐을 뿐더러 성폭행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C씨는 심리평가 결과 사회연령 기준 10세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잠시만 대화를 나눠도 피해자가 심한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피해자의 진술도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이유였다.

1심은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며 “특히 A씨는 C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점을 악용해 성적 욕망을 해소하려 B씨에게 범행을 부추겼다”라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범행 내용과 피해자 장애와 피해 정도, 피해회복 상황,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형량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라면서 감형을 결정했으나, “B씨의 원심 형량은 적절하다”라고 일축했다. 

그렇게 2심은 A씨를 두고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B씨의 항소는 기각됐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자택 인근에서 지적장애가 심한 여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5년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해당 남성은 이미 지난 2011년에도 장애인 간음죄로 실형을 받은 바 있었다. 

복지법인 내 성폭력? 장애인 보조 기관도

최근에는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지적장애 여성이 60대 경비원에게 성폭력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경비원은 실형이 확정됐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를 변호한 사람은 이 복지법인의 등기 이사였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건이 발생한 복지법인에 고용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법인 측이 오히려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을 성폭행한 활동지원사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해온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에 벌금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본 기관 센터장은 가해자인 활동지원사가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아홉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활동지원사는 피해자를 상대로 네 차례 걸쳐 유사성행위를 시도하고, 다섯 차례 강제추행을 시도했다. 결국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센터장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동성 성범죄의 경우 그 발생빈도나 예상 가능성에 있어 피고인의 주의·감독의 영역 밖에 있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만, 동성 성범죄보다 발생빈도가 잦은 장애인 폭행의 경우 활동지원사에 대한 교육, 모니터링, 감독을 충실히 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늘어나는 ‘디지털 범죄’ 장애인 성범죄 노출 심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범죄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전 세계 1위이며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81.7%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디지털 범죄도 날로 확장하는 추세다. 

장애인이 디지털 범죄에 노출되는 이유는 복합적으로 여겨진다. 장애 유형마다 제한되는 기능이 서로 다르고 디지털 격차, 정보 접근성의 제한, 기술적 역량 부족,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원인이 더해진다. 

온라인을 이용해 성적 착취를 시도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심리적 고립 상황에 있는 장애인에게 접근해 신뢰를 얻은 후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을 요구하는 경우다.

현행 ‘장애인복지법’과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에 따르면 학대를 당한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경찰 단계부터 판결의 확정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법적 지원을 수행한다.

하지만 현재 법적 지원 체계는 디지털 범죄 피해를 당한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범죄 피해 예방과 대응에 한계를 초래할 수 있다.

“장애인 성범죄 성립, 정신장애 정도 증명해야”

지난 7월26일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는 “장애인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국선변호인과 해바라기 센터 등에서 지원하고 있다”라며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지적장애 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또는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즉 피해자가 지적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런 장애사실을 인지하기가 불가능한 객관적 정황이 확실한 경우에는 장애인 성폭행범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에 장애인 피해 지원 관련 단체에서는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예방이나 성범죄 피해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