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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 후] 법무부, 국가소송 결코 “세금 외 자금 투입 없다”

보훈부 장관에게 전달된 내용증명 ‘월남전참전자회에 자체 검토하도록’ 지시

2024-07-22     이창환 기자
법무부는 "월남전참전자회가 국가소송 변호인 선임에 비용을 지원했다는 내용과 관련 보훈부로부터 직접 답변을 들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참전자회는 "남아 있는 재판 과정에도 비용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는 국가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법무부가 “변호사비용은 국고로 지급했다”는 답변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훈부의 답변이 상충되고 있다. 특히 보훈부 산하의 ‘월남전참전자회’로부터 변호사 비용이 지금된 것이라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적극적인 해명까지 내놓은 상황.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의해 제기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월남전참전자회 회장과 보훈부장관 등에게 내용증명이 전달되면서 다시 한 번 자금출처가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 변호사 비용 의혹 관련 “보훈부로부터 직접 들어야”
참전자회, “남아있는 재판 과정에서 추가 비용 지출 예정”

지난 6월19일 법무부 국가소송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가소송에 있어 국가가 그렇게(외부 단체 자금지원 받기는) 할 수 없다”라면서 “국가가 선임하는 대리인은 아시다시피 우리 국가 예산 원칙상, 그 세입세출이 모두 법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 없이 민간(월남전참전자회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서 대리인을 선임한다는 건 상상하기가 사실 어렵다”고 피력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베트남전 당시 국군으로부터의 학살피해’를 주장하는 국가소송에 법무부와 국방부가 수행자로 나선 상태다. 그간 취재를 종합해 볼 때, 보훈부가 법무부 요청을 받는다면 관계 행정기관으로 참여하거나 자료 공유 등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훈부에 속해 있는 공법단체인 월남전참전자회(이하 참전자회)로부터는 협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앞서 지난 5월10일 법무부가 본지에 밝힌 내용대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국가소송법)에서 수행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위의 법무부 국가소송 관계자가 밝히듯 국가소송법 제11조(소송비용의 계상)에서 ‘법무부 소관의 예산에 일괄 계상(計上)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참전자회가 국가소송에 변호사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명목으로 모금을 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런 사실은 보훈부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전자회가 모금한 비용은 최초 1억8000만 원으로 알려졌으나, 취재 과정에서 이보다 큰 2억1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부·참전자회 ‘내용증명’ 회신 내용 무엇? 

더욱이 해당 사실이 보훈부에 보고 됐으며, 보훈부는 이와 관련 사실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보훈부는 “참전자회의 모금은 자율에 의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기관이 산하 단체의 내부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책임을 떠넘기고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이에 참전자회 전임 임원 A씨 등은 강정애 보훈부 장관과 이화종 참전자회 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 포함된 내용은 변호사 비용 명목의 모금 및 지출 내역 등에 대한 공개와 사실 확인 등이다. 

강 장관 앞으로 보내진 내용증명과 관련해 보훈부는 지난 6일 “민원 취지는 ‘월남전 민간인 피해 손해배상 소송 패소 후 항소심 소송비용으로 모금한 금액과 (관련) 이 모금은 이화종(참전자회 회장)의 업무상 배임, 횡령이니 이 금액을 전액 전우회원에게 돌려 달라’는 취지로 이해된다”라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월남전 민간인피해 소송비용 모금과 관련한 건의사항은 보훈단체 자율로 모금한 성금 운용에 관한 사항”이라며 “월남전참전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해당  민원은 참전자회에 전달해 자체 검토하도록 지도했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취재진에게 “어떻게 국가기관인 보훈부가 산하 기관의 비리 의혹을 두고 내부고발을 통해 제보하고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참전자회로부터 회신된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이 법무부가 그간 해명했던 내용과 상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참전자회가 제출한 답변을 가리켜 “어떤 것이 진실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국민들이 모르겠나”라면서 “거짓된 답변을 내놨을 뿐”이라고 말했다. 

참전자회, “변호사 비용 추가적으로 부담할 것”

지난 4일 참전자회장 명의의 내용증명 회신은 “대한민국 정부가 패소함에 따라 2심 재판에 적극 대처를 강구하기 위해 개최된 이사회 간담회에서 성금 모급을 의결했다”라며 “미국 정부 소장 자료 수집비용(미국변호사 B에 의뢰)으로 이사회에 보고·승인받아 사용한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송비용 조성 금액은 회원들의 정성이 담긴 성금으로 임의로 지출해서도 안 되고, 지출할 수도 없는 것이며,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라면서 “소송비용을 위해 조성된 회원들의 성금은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잔금처리 문제는 재판종결 이후에 결정할 사항임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참전자회를 방문하면 소송비용 성금 총 모금액과 지출내용 및 잔액 현황을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취재진에게 “사실만 정리해서 말씀드린다”라며 “참전자회는 소송 당사자나 그와 관련 자격은 전혀 없고 법무부는 소송(절차상)의 어떤 대응 내용도 참전자회와 전혀 공유하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국가기관도 아니지 않나”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9일 법무부 국가소송 관계자는 추가적인 질의에 “법무부의 답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라면서 “오히려 보훈부에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결국 참전자회가 모금한 2억 원이 넘는 비용을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또 사용할 계획인지를 두고 그 해답은 보훈부가 밝혀야 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법무부마저 참전자회의 관리·감독 기관인 보훈부로부터 구체적 답변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만큼 보훈부가 “참전자회 자율”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6월17일 조선일보는 “이화종 월남전참전자회 회장이 차명계좌를 활용한 공금횡령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5일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