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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법의 사각지대 ‘유튜브’… ‘사이버렉카’ 규제 마련 ‘한목소리’

규제 도피처 ‘유튜브’ 조회수 따른 수익 배분 시스템 언론진흥재단 ‘조사’ 10명 중 9명 “사이버렉카 문제”

2024-07-22     박정우 기자
유튜버 구제역.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최근 유튜브(YouTube)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이버렉카’라 불리는 일부 인터넷방송 진행자에 대한 사건·사고 및 논란이 불거지며, 자율로 운영되던 유튜브에 법률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사이버렉카에 의한 피해자가 속출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뤄지는 상황. 높은 조회수가 수익으로 직결되지만, 거짓 혹은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방지할 수 없다는 데서 문제가 제기된다. 방송법 적용, 심의기구 관리 등 대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사이버렉카’가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이버렉카란 일부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을 비판하는 뜻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재빠르게 달려오는 렉카를 영상 조회수를 위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일부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에 비유한 신조어다.

특히 영향력이 높은 인터넷방송·영상 매체인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일부 ‘유튜버’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다. 최근에는 1000만 명대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금전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몇몇 유튜버들이 수사를 받게 됐다.

자극적 콘텐츠 위해? ‘유튜버’ 불법 행위

지난 16일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로 지목된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지만, 조사는 무산됐다. 이후 사건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수원지검으로 이송됐다. 구제역은 “쯔양님과 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면서도 공갈 혐의는 부인했다.

이밖에도 유튜버 ‘카라큘라’, ‘가로세로연구소’ 등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떠넘기며 입방아에 올랐다. 이렇게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올릴 동안 당사자인 쯔양은 공개를 원치 않았던 사생활이 알려지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

사이버렉카들은 사회적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회수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시스템을 이용해 클릭을 유도하는 맹목적인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셈이다.

이에 지금껏 잘못된 여론이 형성돼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제역은 지난달 14일 “방송인 A씨는 열혈 팬들과 마약을 투약하고 난교행위를 했다”라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가짜뉴스, 이번이 처음 아니야… 오래 방치됐다

최근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는 ‘모녀를 죽음 내몬 유튜버 P모 채널의 수익 정지 및 수익 환수 나아가 채널 삭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P 채널은 고인이 된 ‘잼미’라는 여성 BJ를 조롱하는 영상 콘텐츠로 그의 어머니와 해당 BJ까지 자살에 이르게 한 악질 유튜버”라고 설명했다.

여성 BJ로 활동하던 잼미는 2019년 방송 중 남성 혐오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으나 일부 남성 사이버렉카들이 잼미를 저격하며 비판의 수위는 더욱 거세졌다.

수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잼미는 어머니 사망 이후 “엄마가 나 때문에 죽은 것 같다”라고 자책하며 비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유튜버들의 조롱은 계속됐고 잼미는 2022년 1월 자살에 이르렀다. 

청원인 A씨는 이를 두고 “잼미 모녀 죽음에 P씨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인 콘텐츠를 위해 페미도 아닌 여성 유튜버를 페미로 프레임화해 악플과 사이버불링의 고통 속에 죽음으로 몰고 간 ‘간접 살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행위의 수위가 높아지며 사이버렉카의 유튜브 콘텐츠는 극단적인 형태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법적 행위들이 만연한 유튜브 생태계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한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예훼손 성립해도 ‘솜방망이 처벌’ 그쳐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명예훼손 행위는 벌금 또는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실상은 처벌되더라도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사이버렉카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현재 유튜브는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유해 콘텐츠 지정도 즉각적이지 않은 사후적 조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효과적인 처벌을 위해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한 입법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이버렉카와 관련한 문제는 시민들도 느끼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렉카가 사회적 문제인가’라는 질의에 응답자 92%가 긍정했다. 

응답자 94.3%는 사이버렉카 등 유명인 명예훼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피해자 구제제도 강화와 플랫폼 자율규제 강화 필요성 등의 의견도 나왔다.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관련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율 규제 이익보다 부작용 더 큰 상황”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플랫폼에 자율 규제로 맡기는 것이 이익보다 부작용이 더 큰 상황이 됐다”라며 “유사한 사건이 계속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국내법이 취약한 상황이라 규제를 위한 ‘유튜브 특별법’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수익을 추구하고 구독자 수가 많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기구를 동원해 규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튜브는 이번 사건을 두고 관련 사이버렉카로 지목된 채널들에 수익중단 조치를 내렸다. 유튜브는 별도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두었는데, ▲폭력적 또는 노골적 콘텐츠 ▲괴롭힘 ▲증오성 또는 악의적 콘텐츠 ▲폭력 조장 등을 기준으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자율 규제를 통해 창의적 콘텐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만큼 부작용도 발생하는 상황. 여론은 규제 법제화로 쏠리는 가운데, 국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