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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곡(哭)소리] 원전을 수주한 대통령, 이용한 대통령

2024-07-19     단국대 의대교수

지난 17, 한국 원전이 체코에서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신규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했다. 추가 원전 2기 건설 때도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으니, 총수주액은 40조를 넘길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탈원전으로 인해 고사 직전까지 갔던 우리나라 원전업계에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 낭보가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됐다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주 당일 KBS 저녁뉴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방송이 원전수주를 보도했지만, 좌파방송들은 아예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으니까. MBC가 폭우로 톱뉴스를 장식한 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JTBC의 오프닝 멘트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시청자 여러분, JTBC 뉴스룸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직전에 걸려왔던 대통령실 전화. 02-800-7070의 가입자 명의가 확인됐습니다.”

체코 원전수주는 2009UAE 바라카 원전수주 이후 무려 15년만에 이룬 성과인데다, 세계 1, 2위의 원전대국인 미국과 프랑스를 꺾었다는 점, 원전은 일단 짓기만 하면 향후 60년간 운영. 관리 사업에서 건설비에 맞먹는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톱뉴스 배치도 지나친 게 아니다. 아무리 폭우가 중요해도 최소 한 꼭지 정도는 할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좌파 방송사들은 원전수주를 철저히 외면했다.

다음날에도 MBC는 폭우와 채상병 사건 등등의 뉴스로 앞부분을 채우더니, 원전 수주는 15번째 꼭지로 다루면서 한수원이 덤핑에 가까운 거절할 수 없는 가격을 제안했다는 악의적 설명까지 덧붙여줬다. ‘체코 원전 수주 가시화에 신난 여당이란 오마이뉴스의 기사제목을 봐도 좌파들이 이번 소식에 기뻐하기는커녕 화가 난 게 느껴지는데, 얼마 전 영일만 석유에 관한 보도 때도 좌파들이 힘을 합쳐 저주를 퍼부은 것을 상기해보면, 저들의 머릿속엔 윤석열 정부가 잘돼선 안된다는 생각밖에 없는 모양이다.

혹시 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라고 얘기하는 좌파가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린다. “, 아냐.” 체코에서 원전 수주전이 시작된 것은 20223월이니 문재인 정부 때가 맞지만, 산업통상부 장관을 통해 체코 측에 제조업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내는 등 수주에 온 힘을 다한 윤대통령과 달리, 문 정부는 탈원전을 부르짖는 바람에 전 정부에서 거의 따놓다시피한 원전수주마저 무산시켰으니 말이다. 20187, 22조에 달하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수주에서 우리나라가 배제된 것은 대표적인 원전참사, 여기에 더해 문재인은 원전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까지 했다.

대통령 부부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201811월 말, 남미에 갈 때는 대개 LA를 경유한다. 유럽을 거쳐 가면 거리는 비슷하지만, 맞바람 때문에 3시간이 더 걸리고, 기름 35(2300만원어치)이 더 추가된다. 게다가 LA에는 많은 교민들이 살고 있으니, LA를 경유하며 교민 간담회를 하는 게 역대 모든 대통령이 남미에 갈 때 택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체코를 경유한다? 당시 청와대가 내놓은 변명은 원전 세일즈’, 하지만 당시 체코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라 자리에 없었기에, 문재인은 체코 총리와 1시간 남짓 만나는 데 그쳤다. 청와대는 체코는 의원내각제라 총리랑 만나는 게 사실상 정상회담이라고 변명했지만, 그 자리에서도 원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체코가 원전을 지을지 말지 결정도 안 한 상태였다는 걸 감안하면, 그게 당연했다.

결국 청와대 관계자는 원전이 면담의제가 아니었다고 실토했고, 변명거리를 찾던 외교부는 전용기의 중간급유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는데, 체코의 기름이 LA 기름보다 더 우수한 게 아니라면, 이런 변명은 너무도 구차하다. 진실은 뭘까. 김정숙 여사가 당시 했던 말에 힌트가 있을 듯하다. 비투스 성당을 구경하던 김정숙은 세계 최대의 사파이어가 박힌 왕관에 정신을 뺏겨 일행을 놓쳤고, 뒤늦게 성당 밖으로 나와 우리 남편 어디 있나요?’를 외친 바 있잖은가. 원전은 핑계일 뿐, 김정숙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는 게 체코 방문의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건 의혹일 뿐 사실로 드러난 바 없지만, 다음은 확실하다. 원전수주를 기어이 해낸 윤통과 달리 문재인은 원전수주를 핑곗거리로 삼았다는 것, 이거야말로 타지마할보다 더한 외교참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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