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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청역 앞 사고로 살펴본 KG모빌리티ㆍ제네시스ㆍ볼보 ‘급발진 의심’ 사고 재조명

“급발진 여부, 당사자가 직접 입증”... 커지는 ‘입증전환 책임’ 도입 목소리 

2024-07-05     이지훈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해 BMW, 소나타 등 차량을 차례로 친 후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9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가해 차량을 운전한 60대 남성은 사고 직후부터 줄곧 ‘급발진’을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어 이번 참사의 주된 쟁점은 급발진의 여부이다. 급발진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KG모빌리티, 제네시스, 볼보 ‘급발진 의심’ 사고들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급발진 의심사고에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은 적은 한 차례도 없을뿐더러 전부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아갔다. 일요서울은 ‘급발진 의심’ 사고사례에 대해 알아봤다.

-‘시청역 참사’ 16명의 사상자 발생... 가해 차량 운전자 ‘급발진’ 주장 
-‘급발진 의심 사고’, “민사에서 제조사 책임 단 한 차례도 없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동차리콜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약 15년간의 급발진 신고 건수는 모두 793건이다. 매년 평균적으로 약 50명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뒤 ‘급발진’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중 차량 결함으로 인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못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급발진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살펴봐도 차량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례를 한 경우는 찾을 수가 없었다. 급발진이 아니라 운전자의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로 판명나는 경우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운전자가 기계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입증해야 하기에 법원에서 피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시청역의 참사 가해 차량 운전자 A 씨는 배테랑 버스기사로 알려졌다. 물론 차량 운행 시 배테랑이라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급발진 여부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사고를 바라보는 것이 옳지만 사고의 규모도 크고 사상자도 많다 보니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참사로 숨진 9명 중 4명은 같은 시중 은행 직원이고 2명은 서울시 공무원,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으로 알려졌다.

-급발진 여부 판단... “증명 과정 어려움 많아”

본지와 급발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업계에선 급발진 사고는 따지고 보면 운전 미숙이나 오조작으로 빚어질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밝혔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잘 알려진 사건은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사고다. 당시 KG모빌리티의 티볼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까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3월 본지가 보도한 ‘[심층취재] 車 급발진 규명 … 소비자에 덧씌우는 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면 2022년 12월 강릉 홍제동에서 티볼리 에어 SUV 승용차가 도로를 이탈해 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당시 운전자인 할머니 A씨는 부상을 당했고, 동승하고 있던 12세 손자 B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했다. 

반복되는 급발진 의심사고... 제기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 필요성

경찰은 수사 끝에 할머니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고 형사 입건된 바 있다. 현재 운전자이자 유족 측은 해당 사고가 ‘급발진’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7억 6000만 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뉴시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은 현대차 제네시스 G80이었으며, 이번 시청역 참사 가해 차량 또한 제네시스 모델로 알려졌다. 당시 인근 CCTV를 보면 달려오던 차가 전방의 행인들을 피하고자 옆으로 꺾어 인근 상가 벽에 부딪혔지만 이미 가속이 붙은 차량은 튕겨 나가며 행인을 덮치며 운전자와 행인 1명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10월 볼보 S60 차량이 4개의 사거리를 시속 120km로 질주한 뒤 어떠한 감속 시도도 없이 국기게양대를 그대로 들이받아 운전자는 전치 20주의 중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사고 운전자측 또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법원은 볼보 S60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으며 소비자 패소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증명 책임 완화가 이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증명 책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 입증해야”… 도현이법 청원 재등장

지난 2022년 12월 KG모빌리티의 티볼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故)이도현군 아버지가 올린 일명 ‘도현이법(제조물책임법 개정)’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을 넘어서면서 ‘도현이법’ 제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월 14일 고(故)이도현군 아버지인 이상훈 씨가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사실상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고 당사자(또는 유가족)가 해야 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현행 제조물책임법을 자동차 제조사에서 결함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법 개정이 올해(2024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국민동의청원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에서도 EU의 제조물책임법 지침을 반영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다고”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민생을 위한 경제적 약지를 위하겠다는 22대 국회를 믿고 21대  외면당하고 무시돼 폐기됐던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국민동의청원을 다시 한번 진행한다”고 밝히며 “도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모든 운전자 및 급발진 사고로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을 대표해 22대 국회에 호소하며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입증책임 전환’과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사의 급가속 차단장치 장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