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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건국전쟁' 흥행 이어 박정희·육영수 대통령 내외 영화 개봉···'문화 보수 결집'

올여름 '박정희' 영화 연달아 2편 개봉···건국전쟁 '100만 관객' 도전   22대 총선 강타한 '영화 정치' 또 이어질까 

2024-07-02     박철호 기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지난 2월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를 조명한 영화 2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서 '총선 특수'에 힘입어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국전쟁은 그 반대급부로 인해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개봉 예정인 박 전 대통령 관련 영화도 정치 코드를 통한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尹대통령도 언급한 '건국전쟁' 
22대 총선을 앞둔 극장가는 우리 정치사를 주제로 한 영화들의 흥행 가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 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은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어서 지난 2월 개봉한 '건국전쟁'은 117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서울의 봄과 건국전쟁은 흥행 대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의 봄은 상업영화의 꿈인 '천만 영화'에 등극했고, 건국전쟁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흥행 척도인 '10만 관객'을 10배가량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했다. 또 건국전쟁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진 정치인 다큐멘터리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선거를 앞둔 여·야는 적극적인 '영화 정치'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역 당원들과 함께 서울의봄 단체 관람에 나섰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지도부도 영화관을 찾아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건국전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3월 20일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최근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관객 116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야는 서로를 향한 정치 공세에 두 영화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12·12 군사반란 44주년인 지난해 12월 12일 자신의 SNS에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정하 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지난 3월 "이번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박 전 공보단장은 이 전 대표의 중국 관련 '셰셰' 발언, 민주당과 진보당의 선거연합을 겨냥해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종북·중국 사대주의 인사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도 직접 정파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 2월경 자신의 SNS에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이자 미디어 비평가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중적인 이승만·박정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간 두 대통령에게 관심이 없었거나 왜곡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건국전쟁은 이 전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지지층 내에서만 유통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충실하게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영화 유통 과정에서 최대한 정파성을 없애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건국전쟁 감독도 정파적인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마케팅 자체도 '보수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다음은 박정희, 흥행가도 이어갈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제작 발표회에서 제작자인 가수 김흥국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계에서는 서울의 봄과 건국전쟁의 성공을 잇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경 개봉한 '1980'은 12·12 군사반란 5개월 뒤인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포스터에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는 문구를 내건 1980은 서울의 봄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쳤다. 건국전쟁은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김덕영 감독은 '건국전쟁2'가 내년 3월 개봉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속편은 '건국전쟁5'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2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7월 10일 개봉하는 뮤지컬 공연실황 영화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는 ▲새마을운동 ▲중공업 발전 ▲수출주도 산업화 ▲고속도로 건설 등 박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을 그렸다. 영화제작사인 ㈜파이브데이 김지운 대표는 "이승만의 건국전쟁에 이어 박정희의 경제전쟁, 특히 육영수의 약자에 대한 헌신이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수 김흥국이 설립한 '흥.피쳐스'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을 제작했다. 흥.피쳐스의 김흥국 회장은 지난 3월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소탈하면서도 늘 굳은 신념과 의지를 보여주려 노력했던 박 전 대통령과 늘 겸허한 자세로 조용히 내조하던 육 여사에 대한 그리움을 담으려 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실록 영상 70%·재연 영상 30%를 섞은 120분짜리 논픽션 영화인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은 7월 시사회, 8월 15일 광복절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건국전쟁은 역대 정치인 소재 다큐멘터리 흥행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2017년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차지했다. 185만 관객을 동원한 노무현입니다는 480만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95만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에 이어 역대 한국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