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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의 서울시평] 민주당 ‘총선 민의’와 국민의힘 ‘대선 민의’ 모두 존중돼야

2024-06-21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4월10일 총선 민의에 “불복”해선 안 된다고 압박한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둔 2020년 3월9일 대선 승리 민의는 외면한다. 민주당의 ‘4.10 총선 민의’ 압박은 6월5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민주당이 단독으로 개원한 22대 국회 첫날부터 재현되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단독 개원에 항의하기 위해 홀로 출석, “본회의 개최와 의장단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의하자, 민주당 의석에선 대뜸 “총선 불복이냐”고 고함쳤다. 새로 선출된 민주당의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의 “재의(再議) 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며 ‘3권 분립’을 훼손하고 헌법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민주당의 ‘총선 민의’와 국민의힘의 ‘대선 민의‘를 겹쳐보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4.10 총선 민의’ ‘불복’이고 ‘3권 분립 훼손’이며 ‘헌법 이탈’ 행위인지 가려낼 필요가 있다. ‘총선 민의’와 ‘대선 민의’는 둘 다 존중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국회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헌법 53조에 보장되어 있다는 데서 ‘헌법 이탈’이 아니다. 다만 우 의장의 말대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신중’치 못했다면 ‘헌법 이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안들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것들이라는 데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3권 분립 훼손”이라는 주장도 짚어봐야 한다. 민주당은 의회정치의 기본인 타협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입법처리 해 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그런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1748년 출판된 샤를 몬테스큐의 ‘법의 정신’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 장치로 3권 분립을 제시했다. 3권 분립의 성서로 존중되는 ‘법의 정신’은 1789년 건국한 미국 헌법의 3권 분립 기초가 되었다. 몬테스큐는 행정•입법•사법 3개 중 두 개가 한 사람이나 한 그룹에 의해 장악되면 자유는 위협받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엔 행정•입법•사법 3부 모두가 진보좌파 운동권 출신들에 의해 장악되었다. 그로 인해 한국의 자유는 좌로 기울며 위협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점유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끝 무렵에도 국민의 힘과 타협 없이 단독으로 양곡관리법 등 5개 법안들을 설명도 없이 20분 만에 처리해버렸다. 또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민주당은 방통위법 등 ‘방송 4 법’을 법안소위를 건너뛴 채 15분 만에 단독 처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저 같은 민주당의 입법 독단을 견제하고 3권 분립 균형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대응이라는 데서 ‘3권 분립 훼손’으로 단정키 어렵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4.10 총선 민의 불복”이라고 몰아댄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적 ‘4.10 총선 민의’를 받들라고 주장하려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보수적 ‘3.9 대선 민의’도 존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3.9 대선’에서 과반수인 1639만4815 유권자들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그를 지지한 민의도 존중해야 한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승리의 ‘3.9 대선 민의’는 묵살한 채 ‘4.10 총선 민의’만 받들라며 ‘탄핵’까지 외치는 건 1600여만의 ‘3.9 민의’에 대한 불복이다. 민주당은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때 ‘국민 공회’를 장악한 급진 과격파 ‘자코뱅’ 같이 의회 독재로 내닫지 말고 국민의힘과 협의하고 타협하는 윈윈(win-win: 서로 득을 보는) 협치로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도 ‘4.10 총선 민의’를 존중,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봉쇄만 할 게 아니라 진솔한 타협과 협의를 통해 국정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