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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언론과의 전쟁선포’? 이재명 ‘애완견’·양문석 ‘기레기’ 막말 후폭풍

2024-06-21     김준석 언론인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뚤어진 언론관 탓에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에 반발한 이재명 대표가 이번 사건을 보도해온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며 저급한 막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부절적한 발언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는 절대 과반을 보유한 제1야당의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다. 누구보다 품격있는 언행을 보여줘야 할 유력 정치인의 막말에 보수진영이 아연실색한 것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일각에서는 반성은커녕 언론을 향한 적대적 공세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친명 강경파인 양문석 의원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라고 거친 언사를 쏟아내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언론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 대표의 속내를 짚어봤다.

생각에 잠긴 이재명 대표. 뉴시스

-  언론겨냥 애완견 표현, 친명 강경파 양문석 옹호 기레기일파만파
- 민주당, 국가수사기관 발표 보도 가짜언론사 규정 삐뚤어진언론관 비판 쇄도
- 언론단체 희대의 망언사과 촉구개혁신당 국회 윤리위 징계 촉구

민주당은 당 안팎의 전방위적인 비판에도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의 불리한 보도에는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개딸을 비롯한 강성팬덤을 동원해 거친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언론과의 전쟁에 나섰다는 평가마저 쏟아져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다 유리한 언론지형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 도전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물론 민주당의 노림수대로 향후 정국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대언론 공세는 오히려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교적 우군으로 평가되던 언론단체들마저 맹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언론관이재명 검찰 애완견”·양문석 기레기

검찰의 애완견막말 논란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불안감과 연관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본인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앞서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끊임없는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온 이 대표로서는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갈 길 바쁜 이 대표는 엉뚱하게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는 언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며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1심 재판부가 대북송금 사건을 쌍방울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벌인 대북사업이라고 판시한 점과 북한의 정찰총국 간부 이호남이 대북 인도적 사업가에게 주가조작 대금으로 일주일에 50억씩 받기로 했다'는 국가정보원 보고서를 거론했다.

이후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문제의 발언이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이라고 하는 국가 권력기관이 사건을 조작하고,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면 그걸 열심히 받아쓰고 조작은 하지만, 그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더라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조작을 하고 있지 않으냐. 언론의 본연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는다고 격정 토로를 쏟아냈다. 본인은 결백한데 언론이 검찰의 의도대로 놀아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상식 이하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여의도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한국사회에서 언론자유는 정파와 관계없이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을 유력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성토에 나섰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전형적인 범죄자 모습이자. 희대의 망언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여권 유력 정치인들도 거들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애완견을 운운하는 비뚤어진 언론관은 가짜뉴스 못지않게 위험하다나는 비록 가짜뉴스들의 피해자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재갈법' 등으로 언론을 '애완견'처럼 협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편들어 주면 수호천사, 비판하면 악마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위험한 언론관을 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하면 애완견인가. 독재자 예행연습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정반대였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특히 친명 강경파인 양문석 의원은 상식 이하의 막말을 쏟아내며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양 의원은 보통명사가 된 기레기라고 말하지 왜 격조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나라며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검찰 출입 쓰레기들이 기레기가 아닌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을 못 가리고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비난했다. 언론인 출신의 노종면 의원도 학계에서도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는 언론을 애완견(랩독)이라고 부른다무식하지 않고서야 언론비하 혹은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후 지속적인 여론악화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원조 친명으로 7인회 소속인 김명진 의원은 언론 전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되게끔 하는 발언은 너무 전선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애완견 발언이나, 그 이후 나온 몇몇 의원들의 발언은 과유불급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개혁신당도 공세에 나섰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그를 엄호한 양문석 의원의 발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헌법기관으로서의 품위를 땅으로 실추시켰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를 촉구했다.

양문석 의원. 뉴시스

언론자유 정면 부정기자협회·언론노조 사과요구 유감표명

여야 공방과는 별도로 이 대표 막말의 파장을 언론계로 불똥이 뛰었다. 언론단체들이 이 대표의 발언을 매섭게 비판하면서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 모든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규정한 비상식적 막말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3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공공연하게 언론을 적대시하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며 언론자유를 누구보다도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더욱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당 대표와 의원의 발언을 언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망발로 규정하고 엄중히 사과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언론 혐오를 부추기려는 데에 어떤 의도가 있을지 짐작 못 하는 바는 아니나, 그런 행태가 궁극적으로 정치혐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 대표는 급격한 여론악화에 물러섰다. 이 대표는 18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다수 언론인이 감시견으로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론직필에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 없고 부당한 비판인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손석희 전 JTBC 사장의 앵커 브리핑 영상을 공유하면서 랩독이나 애완견은 손석희나 보수언론은 말할 수 있어도 이재명은 안 된다거나, 영어로 하는 랩독 표현은 되도 한글로 하는 애완견 표현은 안 된다는 것은 설마 아닐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여전히 노출했다. 유감 표명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본인이 제기한 본질적 문제 의식은 유지하겠다는 태도였다.

한방에 훅 간다막말후폭풍·노인폄하·이부망천·세월호 유족비하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막말 후폭풍과 관련해 차기 주자로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초재선 의원도 아닌 제1야당 수장이 국가기관인 검찰 발표를 보도하는 언론을 가짜뉴스로 규정한 것은 아무래도 상식 이하다. 만일 이 대표의 주장대로 언론의 왜곡보도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근거를 제시하고 반박해야 하는데 혐오의 언어로 모든 언론을 적대시한 것은 지지층을 겨냥한 감정적 선동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격하고 거칠다는 불안정한 이미지를 덧칠한 것도 차기 주자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해봐도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 실제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형 말실수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024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발언, 20186월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후보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 202021대 총선 당시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세월호 유족비하발언이 대표적이다. 모두 선거판세를 뒤흔든 메가톤급 악재였다. 노인폄하 발언은 열린우리당의 200석 압승 분위기를 뒤흔들면서 152석 과반 턱걸이로 막을 내렸다. ‘이부망천발언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민심을 뒤흔들면서 지방선거 대참패의 뇌관이 됐다. ‘세월호 유족비하발언 역시 총선 막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하면서 민주당에 180석 대승을 헌납했다.

문제는 이 대표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향후 대선가도에서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언론이 권력의 주문대로 애완견처럼 보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인데도 이를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언론의 검증보도는 대선국면으로 갈수록 보다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기선제압 차원에서 모든 언론에 대해 보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 검찰의 애완견발언이 뜻하지 않은 실수라기보다는 의도된 도발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다 유리한 언론지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파열음이 불거질 수 있지만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이를 돌파해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는 말과 글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정치인의 언행에는 최소한의 품격과 금도가 지켜져야 한다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기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한 것은 물론 주변의 호위무사들이 대언론 전면전에 나선 것은 야권의 저급한 언론관과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역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한 방에 훅 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말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냉정하다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입틀막정권이라며 무지막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의회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의 편향된 언론관은 내로남불을 넘어 차기 대선의 분명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