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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특집-관행이 법과 충돌한다면①]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장·소상공인 보호하기 위한 취지 벗어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해”

2024-06-02     이지훈 기자
지난 5월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가공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일요서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관행이 법과 충돌한다면’에 대해 세 편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그 첫 번째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행해졌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걷었는지, 의무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알아본다.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은 위협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광폭적인 행보에 어떻게 대응하고 개선해 나갈지 알아볼 예정이다. 

-“아픈 상처에 소금뿌리는 격... 소상공인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해야”
-소상공인과 정부의 엇갈리는 목소리... 민생토론회가 다시 필요한 시점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도입됐다. 도입된 지 10년 후인 지금 골목상권의 상황을 살펴보면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해 더욱 힘겨운 국면에 놓였다.

최근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몸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과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 새벽 배송을 가능케 해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더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국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대구와 충북 청주시가 각각 2월, 5월에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데 이어 서울 서초구와 부산시 16개 구·군, 경기 의정부시 등이 평일 전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 휴업을 실시해야 한다. 이에 평일 장보기가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새벽 배송이 제한적인 지방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전국적 확대해도 되나

현재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마트 평일 휴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평일 휴업 확대와 새벽 배송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월 30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고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을 변경한 서울시 서초구를 비판했다. 이들은 “동네슈퍼의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는 서초구청”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서울시 서초구는 올해 1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것도 모자라 새벽 배송을 허용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살길을 두 번이나 막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 모습.

지난 5월 28일 한국신용데이터(KCD) 발표한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4317만 원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7.7% 줄고, 전분기 대비 16.2%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5만 원으로 각각 23.2%, 5.3%씩 감소했다. 특히 다른 업종보다 종합 유통 매출 감소 폭이 컸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코로나19,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현상 등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을 (0시~08시)에서 (02시~03시)로 변경하는 꼼수를 통해 소상공인을 죽이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서초구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수도권 최초로 시행해서 소상공인에 상처를 주었다”며 “이번 ‘새벽 배송’ 전면 허용은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며 말했다. 아울러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에 힘든 소상공인을 지자체가 지원할 방안을 찾기는커녕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서초구는 각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급한 일반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

본지는 중소유통업의 권익보호와 상생발전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마트 협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과 영업 제한 시간 변경에 대해 관계자는 “협회 측은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 상황은 이 종합 소매업 분야에 있어서 대형마트들의 매출이 줄고 있는 부분들은 너무 경쟁적으로 대규모 점포들을 출점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것을 알아야 하며, 어떤 편중된 시장 변화에 때문에 대형마트들의 파이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라는 업체가 강세를 보이면 시장의 많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남은 점유율을 가지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경쟁해야 하는데 정부가 얼렁뚱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나서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그는 “서울 서초구나 대구광역시와 같은 지자체에서 먼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과 영업제한시간 변경 등을 먼저 시행했으며,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위험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통산업발전법 단서 조항에 따르면 이해 당사자 간에 협의 또는 합의를 통해 평일로 변경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협의를 나눈 단체를 보면 골목 시장의 업종은 매우 다양한데 일부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성급한 일반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