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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2심 ‘반전 판결’... 이혼 역대 최고액 ‘1조3808억 원’

SK 그룹 경영 불확실성 커지나... 지배구조 위기설까지 돌아

2024-05-30     이지훈 기자
지난 4월 16일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30일 ‘세기의 이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론이 나왔다. 재판에 앞서 노 관장이 요구한 ‘2조 원 상당 재산 분할’이 인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원고(최태원)가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 “최태원 1심 위자료 너무 적어... 증액해야”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편향적 판단으로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

30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결과가 예상과 달라 충격을 줬다. 2심에서 법원이 1심과 달리 사실상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 것에 더해 1조38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산분할액수로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이날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점은 1심과 달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결혼할 당시 양측 다 재산이 없었다”며 “대부분의 자산이 혼인 생활 중 형성한 자산이기에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을 모두 분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양측의 합계 재산을 4조 원가량으로 본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자체를 분할하는 것이 아닌,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기에 SK는 총수의 지주사 지분을 쪼개야 하는 불상사는 피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재산분할 규모가 1심 665억 원에서 1조3808억 원으로 약 20배 이상 늘어났다. 최 회장은 해당 금액만큼 현금을 마련할 방안을 찾아야 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20배가량 늘어난 재산분할 규모를 두고 SK의 1대 주주인 최 회장의 경영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공판을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노 관장 측 김기정(법률사무소 도화) 변호사.

이날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이 사건이 굉장히 복잡하고 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도 엄청나게 많다”며 “재판부는 그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 오늘 선고에 다 포함시켰다”며 “거짓말이 난무한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항소심 판결에 대해 최 회장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 관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 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단언했다.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전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의 전말을 살펴보면 故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 관장은 미국 유학 중에 만나 1988년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당시 현직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 장남의 만남으로 이목이 쏠렸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 결혼한 후 슬하에 세 자녀(1남 2녀)를 뒀다.

이번 이혼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5년 최 회장이 한 언론사에 서한을 보내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며 시작됐다. 당시 최 회장의 편지 내용을 살펴보면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며 “저와 노소영 관장은 10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고 밝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아울러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편지로 혼외자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7년 7월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이혼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쉽사리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끝내 이혼 소송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2년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7.5% SK㈜주식 지분 중 42.29%를 요구했다. 하지만 1심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자료 1억 원과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자 노 관장이 항소심 재산분할 대상을 현금으로 선회했다. 

나머지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예금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해 최 회장 측과 노 관장 측 모두 항소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을 위한 청구 취지액을 현금 2조 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액도 30억 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