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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사, 법조계 물어보니 "청탁금지법 처벌도, 뇌물죄 적용도 쉽지 않다"

 김 여사 청탁금지법상 처벌 불가···알선수재 혐의 적용 가능성은 有 '명품백 논란'의 본질은 尹대통령의 사후 대처  

2024-05-13     박철호 기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면서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정국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범죄'로 불리는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뇌물죄는 고사하고 청탁금지법상 처벌도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오히려 명품백 논란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후대처라는 지적도 있다.

청탁금지법 핵심은 '직무관련성'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면서 해당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 이어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27일 해당 사실을 보도했다. 그 뒤 해당 매체는 지난해 12월 6일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총장은 고발장 접수 5개월 만인 지난 2일 명품백 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쟁점은 '직무관련성' 여부다. 명품백 수사의 핵심 인물은 공직자인 윤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 여사 그리고 공여자인 최 목사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 

지난해 서울의소리가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제가 나설 생각"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잘 해내서 통일돼서 대한민국이 성장되고 우리 목사님도 한 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 하시고"이라고 말했다.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측은 해당 영상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주장하는 중이다. 이에 검찰도 직무관련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서울의소리 측에 해당 영상의 원본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다만 최 목사도 직무관련성 여부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청탁금지법상 누구든지 공직자 또는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품목을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청탁금지법상 공여자의 처벌 조항에 직무관련성 여부가 명시된 것은 아니다. 다만 법조계는 명품백 사건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인 만큼 최 목사의 처벌 여부도 직무관련성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깜짝' 변수가 발생했다. 최 목사는 지난 8일 'MBN'에 명품백을 전달한 동기에 직무관련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MBN은 해당 보도에서 익명의 법조인이 "공여자가 직무관련성을 부인하면 누구도 처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을 실었다. 

초장부터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만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다만 최 목사의 발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A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무관련성이 (처벌의) 전제 조건이다 보니 최 목사가 자기방어 차원의 주장을 한 것뿐"이라며 "으레 공여자는 뇌물성 금품을 제공한 뒤 '뇌물이 아니고 차용 관계'라는 주장을 하곤 한다. 직무관련성은 검찰이 수사로 밝혀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 알선수재 혐의 적용 가능성은?

김건희 여사 [뉴시스]

다만 김 여사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의 '2024년 청탁금지법 해설집'에 따르면 금품을 수수한 배우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알선에 관한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 B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례상 김 여사는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 변호사는 대법원이 "알선의 상대방인 공무원이나 직무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다.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면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알선행위를 하였는지와 상관없이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결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서 B 변호사는 "최 목사가 '이 명품백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어떠한 말씀을 전해주는 대가로 드리는 것'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라며 "(법원은) 명확한 일대일 대가 관계만 인정한다면 처벌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보니 (알선수재죄를)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尹대통령, '포괄적 뇌물죄' 적용 가능성은?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뉴시스]

명품백 수사의 또다른 쟁점은 윤 대통령의 위법 여부다. 앞서 서울의소리 측은 고발장을 통해 "윤 대통령은 통일운동가인 최 목사를 대통령 직속 자문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공모 또는 묵인이 밝혀진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포괄적 뇌물죄의 근거는 '경제 공동체' 논리다.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이 범죄의 주체일 때 성립하는 범죄로써 신분범에 속한다. 다만 부부는 법적으로 경제공동체 관계인 만큼 공직자와 배우자가 뇌물죄의 공동범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청탁금지법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배우자는 공직자등과 경제적 이익 및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사실상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 대법원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남남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경제적 공동체라고 주장한 검찰의 논리를 수용한 바 있다. 

아울러 포괄적 뇌물죄는 '대통령의 범죄'로 불릴 정도로 다수의 전직 대통령들이 연루된 범죄이기도 하다. 뇌물죄의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다. 다만 대통령의 직무수행 범위는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구체적으로 특혜를 준 사례가 없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1997년 대법원은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을 두고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尹대통령의 명품백 '신고·반환'에 초점 맞춰야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일각에서는 명품백 사건을 두고 뇌물죄 및 알선수재의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탁금지법보다 입증이 까다로운 형법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괄적 뇌물죄나 알선수재 등의 혐의는 현재 드러난 사실보다 앞서간 법리적 해석으로 보인다. 두 혐의는 청탁금지법보다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대가성을 요구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 윤리의 정점에 서야 할 윤 대통령이 명품백 문제를 법에 맞게 처리했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은 처벌보다는 예방적 조치에 가깝다. 부정부패를 처벌하기 전에 근본적인 관행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법이다. 이렇다 보니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받는다. 이와 관련 권익위 청탁금지법 해설집은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형법상 뇌물죄와는 달리 입증부담이 완화(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금품을 수수하거나 약속한 경우에도 소속 기관에 신고 절차를 밟거나 지체 없이 반환 및 거절 의사를 표시한다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사전 예방에 있다는 뜻이다. 

공직자인 윤 대통령도 명품백 수수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 본인이 기관장이다 보니 서면 신고서의 제출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6일 'MBC'는 명품백 사건 수사팀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은 신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법에 명시된 대로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다고 보도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소속기관장뿐만 아니라 권익위·감사원·수사기관 등에 신고 및 인도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명품백 반환 여부도 쟁점인 상황이다. 김 여사는 아직 명품백을 반환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다만 청탁금지법상 미반환 조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현재 대통령실은 명품백 처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부 언론 보도에서 익명의 여권 관계자가 "명품백은 대통령실 창고에 ‘반환 선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발언과 지난 1월 19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말한 사실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명품백의 거취에 대한 해석도 나뉘는 중이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거나 공직자 윤리법 15조에 따른 선물이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명품백에 무슨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장 선임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품백을 '직무관련성'이 필요한 대통령기록물로 보관하고 있다면 '직무관련성'이 핵심인 명품백 수사와 상충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C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청탁금지법상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도 수수한 금품의 반환 조치를 취한다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명품백을 '반환 선물'로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이 반환 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C 변호사는 "법이 100% 완벽한 조치를 요구한다면 명품백을 공여자에게 즉각 반환하지 않고 대통령실 기록관으로 보낸 조치는 반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목사는 지난 1월 1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로부터 반환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명품백을 창고에 보관하는 결정이 '지체 없는' 반환 조치에 해당하는지도 미지수다. 권익위 청탁금지법 해설집에 따르면 "지체 없이는 '불필요한 지연 없이'를 의미(한다)"며 "지체 없이 할 수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종료된 후 즉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해설집에 소개된 판례에 따르면 2017년 공직자 A씨는 직무관련자 B씨와 식사를 했다. 당시 B씨가 식대 7만원을 개인카드로 결제하자 A씨는 현장에서 반환의사를 밝혔으나 결제를 즉시 취소하지는 않았다. 그 뒤 A씨는 5일 후 모바일 뱅크를 통해 식대 3만 5천원을 B씨에게 반환했다. 하지만 A씨는 지체 없이 반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물었다.

이와 관련 A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를 보면 금품은 받지도 말라는 것이고 받았으면 사실상 즉각 반환하라는 것"이라며 "세월에 네월아 갖고 있다가 문제가 될 때 돌려줄 것 같으면 어느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라 불소추 특권을 가진다. 이렇다 보니 현직인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불가능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퇴임 후 기소는 가능한 상황이다.

◆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금품 
▲가액범위 내 외부강의 사례금 ▲공공기관 격려금 ▲가액 범위 내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경조사비·선물 등 ▲사적 채무 ▲공직자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공직자 등과 특별히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동창회·종교단체 등)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인해 제공하는 금품 ▲공직자등의 직무 관련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 등의 금품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되는 기념품 또는 추첨 등을 통해 받는 상품 ▲이외 타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 상 허용되는 금품 등. 이외 금품은 모두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품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