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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보좌진 칼럼] 국회가 이별하는 법

2024-04-26     이무진 보좌관

선거가 끝났다. 승패도 결정됐다. 남을 사람, 떠나야 할 사람, 새로 들어 올 사람도 정해졌다. 국회는 다시 부산해졌다. 지난 연말 이후 한산하던 여의도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한동안 국회가 있는 여의도 동쪽은 국회 사람들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제 새로운 국회가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처음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의원은 132명이다. 교체율이 44%. 절반 가까이가 얼굴이 바뀌었다. 피를 말리던 선거에서 패배한 의원들은 저마다 짐을 싸고 떠날 준비에 한창이다. 재선, 삼선에 성공한 이들의 얼굴엔 안도감과 여유가, 가끔 보이는 실패한 이들의 얼굴에는 애써 감춘 낙담이 어려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지난 4년 동안 썼던 사무실을 비워줘야 하고, 손발이 되어 움직이던 보좌진과도 이별해야 한다. 오늘 하루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운전도, 예약도, 주민등록등본 떼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한다. 매일 불이나던 전화 횟수가 잦아들 것이고, 사람 만날 약속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4년을 마감하는 21대 국회는 유난히 마음의 정리를 못하는 의원들이 많이 보인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 일까. 혼란스러웠던 당내 경선 과정에 대한 불만, 손 쓸 수 없이 당했던 본선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로 받아 들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은 이들 패배자들을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이고 하나 둘 씩 정리를 하는 의원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인 이들이다. 이들에게 닥친 가장 중요한 문제는 4년을 함께 했던 보좌진들의 앞날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의원들 가운데는 함께하던 보좌진을 다른 후보 본선 캠프에 보내면서 길을 열어준 이들이 꽤 있다.

꽤 많은 의원들이 안면이 있는 당선자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돌려 보좌진들의 일자리를 알아봐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있는 친분, 없는 친분 다 동원해 보좌진 일자리를 알아봐주는 의원들의 마음 씀씀이는 보살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출마자들은 선거에서 패배하면 본인 마음을 다잡기도 힘들어 한다. 보좌진 입장에서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챙겨주면 고마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일부 의원들은 선거로 쌓인 여독도 풀고, 보좌진과의 헤어짐이 아쉬워, 혹은 훗날을 기약하려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느 초선 의원실은 강원도로 23일 여행을 다녀왔다느니, 어느 재선 여성 의원실은 전 직원을 데리고 워크숍을 다녀왔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여행은 보좌진 입장에선 곤혹 스러운 일이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 사흘 내내 영감님 모시고 지내야 한다니.

마지막 5월 임시국회 개회를 기다리는 의원들도 꽤 있다. 유종의 미를 남기겠다고, 본인이 발의한 법안 중에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만한 법안을 준비하기도 한다. 21대 국회 4년 임기의 마지막 달인 5월에도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상임위 현안 파악에 열심인 의원도 있고, 선거 치르느라 챙기지 못했던 민원 처리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모든 헤어짐은 구차하다. 4년마다 돌아 오는 여의도의 5월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들의 회한을 뒤로 하고, 승리의 감격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한 이들을 맞아야 하는 시기이다. 남녀 사이의 이별에 눈물과 격한 감정의 파고가 있듯, 21대 국회에서 22대 국회로 바뀌는 과정에도 분노와 회한과 슬픔, 아쉬움이 동반되고 있다. 부디 떠나는 이들이 회한만큼이나 큰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도 함께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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