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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초점 놓친 정부… MZ세대 '공무원' 기피 행렬, 숨겨진 이유 있었다

공무원 ‘높은 연봉, 워라밸, 사회적 지위’ 무엇도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공무원 문제, 국정 운영과 관계돼 있어”

2024-04-24     박정우 기자
[인사혁신처]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신규임용 공무원의 대다수인 ‘MZ 공무원’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동시에 지원율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이른바 ‘공직자 난(難)’이 도래하는 상황.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연봉, 복지 등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본질적인 문제 원인으로는 ‘상대적 박탈감’을 꼽았다. 주변 지인들의 인식과 함께 인터넷상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조롱 표현이 만연하다.

최근에는 공무원 강사 전한길 씨의 ‘공무원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사회’ 유튜브 영상이 많은 공감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해결방안을 내놓으며 MZ 공무원 붙잡기에 나섰지만 이미 돌아선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규임용 공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MZ 공무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낮은 보수와 높은 업무 강도,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 보수 현실화, 유연한 공직문화 조성 등 범정부차원의 대응 필요’ 보고서에서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 현황과 퇴직 원인을 살펴본 후,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최근 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면서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도 계속 증가 추세인데, 5년간 전체 공무원 퇴직에서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17.1%에서 지난해 23.7%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는 단기적으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결국 업무 공백에 따른 기존 직원의 업무 과부화를 초래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조직의 대외적 위상하락과 함께 공무원 부실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사처는 이를 두고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며 “신규임용 공무원들의 퇴직 증가를 국가의 전반적인 운영과 관계돼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지니고 인사 부처만이 아닌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Z 공무원의 호소 잇따라 “낮은 보수, 과도한 업무”

신규임용 공무원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음에도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로는 낮은 보수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도 정계와 학계 등으로부터 확산되면서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특히 신규임용 공무원들의 주축인 MZ세대는 경직된 공직사회에 의한 문화적 괴리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추가로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이직 원인으로 꼽히며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 소재 행정복지센터 민원 응대 담당 공무원 류 모 씨는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보수가 가장 큰 불만”이라며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거나 복지, 근무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민원 응대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라고 밝혔다.

2년 재직 후 퇴직한 경기 안산 소재 공무원 출신 김 모 씨는 “맡은 업무나 부서가 바뀌는 것 그리고 본 업무 외에 부가적인 일들에 동원되는 게 힘들었다”라며 “특히 제설 작업이나 선거 시기에 동원되는 점이 매우 부담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공무원 위상 ‘희화화… 상대적 박탈감’

이처럼 이른바 ‘공직자 난(難)’의 원인은 낮은 보수와 과도한 업무 등이 꼽히지만 취재진이 만난 현장 공무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했다. 다른 직군과 비교했을 때 ‘연봉 수준, 워라밸, 사회적 지위’ 등 여러 면에서 공무원 직업의 장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이 나온다.

3년차 공무원 유 모 씨(28, 남)는 “주변 친구들은 높은 연봉, 워라밸, 사회적 지위 중 하나는 선택해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라며 “하지만 공무원은 셋 중 무엇도 주어지지 않는 듯하다. 요즘 유튜브에서도 ‘탈공(공무원 탈출)’ 영상이 유행이다. 그나마 공감해 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2년차 공무원 이 모 씨는(26, 여)는 “10년 전과 달리 지금의 공무원은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상에도 조롱 섞인 신조어들이 많다”라며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 같다. 민원인을 응대하다 보면 ‘감정 쓰레기통’이 된 듯하다. 똑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천대받는 기분을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공무원강의 ‘스타 강사’ 전한길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공무원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사회’라는 제목이 화제다. 전 씨는 “최근 공무원에게는 명예가 주어지지 않는다”라며 시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 씨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처참한 수준”이라며 “평소 ‘개똥’으로 생각하는 소방, 경찰에게 ‘빨리 구해달라’라고 하면 어느 공무원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무원들에게 갑질하는 사람, 관공서에 찾아가 ‘내가 낸 세금으로’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세금 내는 사람 없다”라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

고꾸라지는 공무원 지원율, 경쟁률 ‘최저’

지난 1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1.8대 1로, 1992년 19.3대 1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가장 먼저 9급 공무원 초임 연봉을 전년 대비 2.5% 올리고, 3.5% 추가인상분을 더해 6% 인상한 3010만 원(월 평균 251만 원)으로 확정했다.

이어 저연차 MZ 공무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연가를 늘리고 승진 속도를 높이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재직기간 4년 미만 국가·지방직 공무원의 연가일수를 12일에서 15일로 확대하고, 자기계발 휴직 요건도 재직기간 5년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어 육아시간 확대, 다자녀 공무원 돌봄휴가 유급일수 1일 추가 부여, 불가피한 사유의 초과근무 상한시간 일 8시간, 월 57시간 인정, 민원업무 공무원 추가수당 지급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자체도 MZ 공무원 붙잡기에 나섰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1개 자치구는 생일휴가 제도를 도입했고, 강원특별자치도, 전남 순천 등은 본인 생일 또는 결혼기념일 중 택일해 휴가를 선택하도록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임규호 서울시의원은 지난 8일 ‘공무원·공무직 특별휴가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최근 민원으로 공무원·공무직의 자살 사례 증가 등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소속감과 성취감을 고취하고 가족, 연인 등과 함께 보내는 뜻깊은 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처우개선에 일조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민원인 응대 공무원 자살 사건 등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부랴부랴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본질적 해결방안으로 작용할지 공무원 준비생을 비롯한 MZ 세대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