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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길가에 만개한 벚꽃나무(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

제주도 한라산 ‘왕벚나무’ 자생지… 천연기념물 보존

2024-04-12     이창환 기자

[검증대상] 국내 최대 벚꽃 만개기간으로 알려진 3월 말경부터 4월 초순이면 경북 경주, 경남 진해, 전남 구례, 서울 여의도 등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가 이어진다. 이런 벚꽃철만 되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벚꽃은 일본 국화다’ ‘벚(꽃)나무는 일본에서 넘어왔다’ 등 원산지를 일본으로 생각게 하는 말들이 이어진다. 이에 벚꽃나무의 원산지를 일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봄철 전국의 길가에 만개하는 벚꽃나무는 일본 특산종
산림청,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 일본 왕벚나무 다른 식물"

[검증방법]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천연기념물 포털 참고
Unesco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참고
산림청 국립수목원 자료 참고
도서 ‘화산섬, 제주세계자연유산 그 가치를 빛낸 선각자들, 2009, 유철인’ 참고
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 관계자 취재
산림청 산림복지교육과 관계자 취재

[검증내용]

대한민국과 일본은 계절의 변화가 비슷하다. 양국 모두 사계절이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는 이유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산천도 ‘푸릇푸릇’ 비슷한 색으로 물든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벚꽃인데 개화 시기도 상당히 겹친다. 그러다보니, 지역별로 유명한 벚꽃축제 개최시기마저 비슷하다. 

해마다 이때쯤 되면, 벚꽃의 원산지가 어디인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문다. 더불어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벚꽃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다양하게 쓰이고, ‘국화가 벚꽃이다’라는 웃지 못 할 주장이 나올 만큼 벚꽃나무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국화(國花)로 지정된 꽃은 없으며, 단지 1869년 일본 왕실에서 의제령(儀制令)을 내려 국화(菊花)를 왕실문장으로 정한 바 있다. 이 국화 이미지는 일본의 여권에도 삽입돼 있다. 

결국 벚꽃은 일본의 국화가 아니란 것은 사실로 판명됐지만, 벚꽃의 원산지를 두고는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졌다. 이유는 국내 유명 벚꽃축제 명소에서 만개하고 있는 왕벚나무가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심겨진 것이기 때문. 이는 대부분 일본의 왕벚나무 교잡종인 ‘소메이요시노’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제강점기 창경궁에 조경수로 들여온 왕벚나무와 ‘진해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 군항 도로변의 왕벚나무들이다. 일본은 1910년 진해에 군항을 건설하면서 2만여 그루의 ‘소메이요시노’를 들여와 도로변에 심었던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에 그간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인가, 한국인가를 두고 한일(韓日) 양국의 학계에서는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없는 왕벚나무 자생지. 그렇다면 벚꽃나무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이창환 기자]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가 펴낸 ‘화산섬, 제주세계자연유산 그 가치를 빛낸 선각자들’을 보면 1898년 프랑스 선교사 ‘에밀 요셉 타케(Emile Joseph Taquet)가 한국에 오면서 논란을 종식시킬 만한 업적을 남겼다. 타케는 1902년 제주도로 건너가 포교활동과 더불어 식물표본채집에도 나섰는데 1908년 4월13일 채집된 표본(4638번)이 독일의 케네에 의해 ’왕벚나무의 한 가지 변이종‘이라고 발표됐다. 이에 채집 지역 일대가 자생지라는 설이 태어났다. 

산림청 산림복지교육과 관계자는 지난 12일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는 그간의 연구 및 산림과학원의 조사에 의해 수령이 265년 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면서 “형태학적으로, 분포의 넓이 등으로 보아 제주에서 자생한 왕벚나무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개동에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지정 왕벚나무가 있고, 더불어 해당 지역에서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해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부분도 있다”라면서 “분포 지역의 넓이 등 생태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자생수목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왕벚나무는 육묘하거나 다른 형태로 관리되고 있으나, 제주 봉개동 천연기념물 지정 왕벚나무의 경우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 문화재과 관계자는 “자생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곳은 이곳 뿐”이라면서 “식물지리학적 연구 가치와 생물학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1964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별도로 식재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었던 곳이었기에 자생지로 인정받아 우리나라 원산지로 추정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국가자연유산이어서 국가가 관리 주체이나 문화재보호법 등을 따라 지자체(제주도)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과 세계유산본부 및 제주 한라수목원 등에 따르면 해당 자생지에서 자라고 있는 왕벚나무는 천연기념물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자생지가 보호받고 있다.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그 근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도지만 일본이 먼저인가, 한국이 먼저인가에 대한 답은 구할 수 없다. 해당 관계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자생지로서 인정받아 문화재 지정이 됐다”라면서도 “근원에 대한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018년 국립수목원 등이 주도해 진행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왕벚나무의 유전체 해독에 따르면 두 수종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당시 연구팀은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를 부계로 생성된 1세대(F1) 자연 잡종”이라며 “유전체 비교 분석 결과 제주도 왕벚나무는 일본 도쿄와 미국 워싱턴에 심겨 있는 일본 왕벚나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모계), 오오시마 벚나무(부계)로 형성된 인위 잡종’이다. 이는 자생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검증결과] 
한국과 일본 양국에 3월말부터 4월 초순에 만개하는 ‘벚꽃나무(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인가’에 대한 답은 ‘사실이 아니다’로 판명된다. 식재를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었으나, 인위로 만들어낸 소메이요시노는 자생지나, 원산지가 없다. 한편 몇몇 지자체는 현재 도심 가로수 등의 수명이 다해 고사하거나, 새로운 조경을 할 때 제주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왕벚나무의 묘목으로 식재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