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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추석민심 대격돌…여의도 최대 계파 “무당파를 잡아라!”

2023-09-25     김준석 언론인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러브콜이 한창이다. 전통적 지지층으로 불리는 집토끼를 다지고 외연확장의 일환으로 산토끼를 잡기 위한 12조의 노림수다. 이는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한 주도권 다툼의 일환이다.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민심은 여론의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수도권 민심과 영호남을 비롯한 지역민심이 뒤섞이면서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한 전국 단위의 여론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등 메가톤급 이슈에 대한 여론의 방향타도 결정된다. 신문사와 방송사 등 주요 언론사들의 추석특집 여론조사도 발표된다. 추석 기간 형성된 민심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사활을 건 민심잡기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여야의 추석민심 대격돌 전략을 짚어봤다.

2022년 추석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 뉴시스

- 與野, 극단 정치와 정치불신 심화에 무당층 최대 30% 급증
22대 총선 제3지대 여야, 무주공산 표심 확보 치열
·대리전승부추는 수도권 5% 박빙 주도할 무당층

핵심은 무당층 포섭이다. 지난 20대 대선 이후 정치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돼왔다. 대선 이후 17개월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대선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 내년 422대 총선 역시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여당은 정권안정을, 야당은 정권견제를 위해 과반 이상의 의석확보가 필수적이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무당층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최대 30%에 이를 정도다. 사실상 전체 유권자 3명 중 1명은 기존 정치권에 모두 등을 돌린 상태다. 여야 모두 대선 당시 견고했던 지지층 일부가 상당 부분 와해된 셈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 최대 계파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당파(無黨派)’라는 우스개마저 나올 정도다. 정치 휴지기에 접어드는 추석 연휴 6일 동안 여야는 총력전에 접어든다. 당 지도부 차원의 고공전은 물론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진다.

여야 모두 싫다정치불신 무당층 급증

정치불신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압도적 우위 현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30% 안팎의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9월 22일 발표한 3주차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3%, 민주당 33%, 무당층 29%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무당층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층을 뜻한다. 여야의 날선 이념 공방과는 거리를 둔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사고로 무장한 집단이다. 관심사는 여야의 투쟁이 아니라 실생활에 기반한 민생정치다. 얼핏 보면 정치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스윙보터로서의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현존하는 여야 정당 중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층의 비율은 30% 안팎이다. 사실상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MZ세대 표심으로 불린 20·30대의 경우 무당층 비율이 여야 주요 정당 지지율을 따라잡거나 그 이상이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여야의 운명도 엇갈린다.

22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제3당의 부재다. 역대 총선에서는 기존 여야 정당 이외에도 정치혁신을 부르짖는 소위 제3의 세력이 적지 않았다. 여야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 2016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국민의당이 가장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훌쩍 뛰어넘는 38석을 얻으며 정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또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 역시 역대 총선에서 일정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 여야 정치지형은 제3당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당의 경우 크고작은 악재로 당세가 약화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독자 생존이 불투명하다. 또 국내 정치에서 제3세력을 대표했던 국민의당은 19대 대선 패배 이후 20대 대선 중도포기 및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선택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지에서는 사라진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제3지대의 성공은 김종필 전 총리나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역대 총선에서 제3 정당을 선택했던 유권자들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금태섭신당, 양향자신당이 기적을 노리고 총선판에 뛰어들었지만 차기 대선주자급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에서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탈이념을 내세워 여의도 정치에 실망한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기대했던 여야 현역 의원의 합류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파괴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추석민심, 전국단위 민심 좌우

윤 대통령 부친상에 찾아간 이 대표. 뉴시스

여야의 발걸음은 다급하다. 무당층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당층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지만 이후 대열에서 이탈한 세력이다.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여야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올해 추석 연휴는 최장 6일이다. 더구나 이번 추석연휴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명절이다. 지난 수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100%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족간 왕래와 만남의 폭은 훨씬 커진다. 특히 추석 밥상에서는 지역, 세대, 계층을 아우르는 정치적 의견이 용광로 속에서 뒤섞이면서 정국 향방을 좌우하는 거대한 여론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때문에 여야의 지역구 현역 의원 대부분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지역구에 상주하면서 밑바닥 표심갈이에 나설 전망이다. 여야 의원 대부분이 추석연휴에도 아랑곳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빽빽한 상황이다. 여야 지도부 역시 전통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살피는 것은 물론 관내 경찰서, 소방관, 노인요양시설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내년 총선을 겨냥해 추석연휴 휴식과 더불어 전략적인 행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민심의 중요성은 역대 선거에서도 볼 수 있다. 2016년 가을 정국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설이 화두로 떠올랐다. 반기문 전 총장은 201719대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가 중도 낙마하기는 했지만 여야의 기존 정치에 실망한 여론이 이른바 반기문 대안론에 힘을 실으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을 확보한 바 있다.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이른바 반기문 대안론은 추석연휴 동안 세를 불리면서 급속하게 세력이 확장됐다.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 모두 외연확대와 무당층 표심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선공을 날린 쪽은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영입했다. 조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범야권 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인재영입이다. 취임 이후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해온 김기현 대표의 성과물이다. 김기현 대표는 출발에 조금 차이가 있더라도, 시대전환이 국민의힘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 연대와 포용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 역시 국민은 새로운 신당 창당을 원하는 게 아니라 양대 정당이 크게 바뀌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22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은 조 의원 이외에도 문재인정부 시절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청장과 제주경찰청장을 지낸 고기철 전 청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저격수로 경기 남양주시장을 지낸 조광한 전 시장도 영입했다.

민주당은 설상가상이다. 인재영입과 외연확대는커녕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부결이 아니라 무더기 반란표의 여파로 후폭풍이 극심하다. 당 일각에서는 심리적 분당이 아니라 물리적 분당 가능성까지 고조되면서 내분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과 통합의 기반 위에서 외연확대를 위한 인재영입은 내분 여파로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에는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인재영입과 무당층으로의 외연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연확대보다는 내부수습이 과제라는 게 걸림돌이다.

vs강성팬덤 대리전 캐스팅보트 중도무당층

김창인(왼쪽부터) 청년정의당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성주 정의당 '세번째권력' 공동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9.19. 뉴시스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전이다. 추석연휴 기간 직전 정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한둘이 아니었다. 해병대 채수근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혹,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논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장기 단식과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등 모든 이슈가 지뢰밭이었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논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후 방송장악 논란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여야의 극단적인 정쟁이 불거질 때마다 기존 지지층의 외연이 작아지면서 무당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당층의 위력은 여야의 지지세가 견고한 영호남보다는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30%의 무당층 유권자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총선판이 사실상 좌우되는 셈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영호남의 선거결과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낙승이 이뤄진다. 반면 지역구 전체 의석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상황은 다르다. 5% 안팎의 박빙 선거가 이뤄지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아달라아니면 민주당의 무조건적인 발목잡기를 심판해달라는 주장에 중도 무당층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임기 중후반기 개혁과제 실천을 위한 안정의석 확보가 절실한 국민의힘과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발판을 마련하려는 민주당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하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수도권에 사는 자녀와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바로 명절이다. 이 때문에 추석에는 주요 정치이슈에 대한 전국 팔도의 여론이 뒤섞이면서 뚜렷한 여론지형이 만들어진다역대 총선을 보더라도 대체로 추석 민심을 잡는 정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선 연장전 성격이다. 게다가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은 날로 어렵다면서 양측의 지지층이 단단히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승부의 수를 결정할 캐스팅보트는 정치 저관여층인 중도무당층이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공략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